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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먹을거리의 천국’ 강남3구
강남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부유층이 밀집한 ‘부자동네’를 떠올릴 것이다.
명품 매장과 외제 승용차가 거리를 활보한다. 내로라하는 프리미엄 외식업체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서민문화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상권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강남3구’로 불리 우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고급 외식문화의 산실이다. 강남중에서도 가장 교통이 발달한 곳을 꼽으라면 강남대로 주변에 위치한 역삼동과 서초동, 논현동, 반포동, 신사동, 잠원동을 들 수 있다.
강남대로는 한남대교를 통해 강북 도심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고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 7호선, 9호선 그리고 공사중인 신분당선이 지나는 한마디로 사통팔방의 요지다.
그런데? 이중 강남역 주변과 영동시장 및 신사역 부근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상권이 매우 발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강남의 재래시장, 영동시장
그러나 강남에도 엄연히 재래시장이 존재한다. 물론 재래시장 상권으로 특화된 경동시장과 광장시장 등 강북의 그것에 비한다면 다소 초라한 규모지만 재래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강남에서 가장 서민적인 공간으로 정평이 난 곳이 있다. 바로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을 잇는 강남대로변,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이다.
▲ 영동시장 야경
영동시장의 상권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면 비로소 시작된다. 강남역 주변과 함께 강남 최대의 유흥상권으로 불리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낮 동안 꺼져있던 네온사인이 환하게 밝혀진다. 한적하기만 했던 거리는 북적이기 시작한다. 요동을 친다. 퇴근길 직장인과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 때문이다. 수많은 차들이 소문난 맛 집을 찾기 위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각 점포마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영동시장 상권은 국내 여러 지역의 상권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는 벤치마킹의 대상으로도 손색이 없다. 때문에 많은 외식관련 프랜차이즈 본점이 첫 사업을 시작하는 곳으로 영동시장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영동시장은 맛 집 아이템의 종류와 숫자에서 타 지역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다채롭다.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곳인 만큼 족발, 장어, 쭈꾸미, 우삼겹, 참치, 소곱창 등등 없는 게 없다. ‘어떤 음식이 어디가 맛있을까’라고 고민한다면 영동시장으로 발걸음을 빨리 옮겨야만 한다.
또한 홍대입구나 건대입구, 강남, 신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상권을 형성하고 있고, 거의 모든 건물에 맛 집이 촘촘히 있기 때문에 길 찾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단, 퇴근 무렵에는 평균 20분 정도 기다릴 각오는 해야만 한다.
“운 좋으면 연예인도 볼 수 있다”
연예인 마케팅은 모든 외식업체의 바람이자 최고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다. 여의도나 일산 등 방송국이 인접한 유명한 맛 집을 가면 벽면에 연예인들의 사인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열에 아홉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강남은 특히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동네 작은 식당이라 할지라도 연예인 사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작은 식당도 이러한데 강남 최대의 유흥상권은 오죽할쏘냐. 영동시장 주변은 압구정, 강남역과 함께 연예인들이 자주 목격되는 장소로 언론에 자주 언급되곤 한다.
여담으로 “영동시장을 대표하는 실내포장마차인 ‘한신포차’에 가면 연예인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소문도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그만큼 영동시장은 연예인 마케팅이 활발하다는 것이 아닐까. 사석에서 연예인을 보고 싶다면 영동시장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운’이 좋아야 한다.
‘외식업계의 전설’, 백종원 대표
논현동 영동시장 골목에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의 식당들이 즐비하다.
▲ 요리를 하고 있는 백대표
그는 메뉴의 단순화와 전문화를 과감히 추진한 ‘외식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아니 논현동 원조쌈밥집에서 출발해 20여개 브랜드와 250여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거느린 외식전문 프랜차이즈 최고의 CEO다.
조리사 자격증 하나 없이 ‘외식업계의 미다스’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서울 강남구 논현동 165-16 일대는 ‘더본코리아 타운’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그가 경영하는 ㈜더본코리아의 16개 음식점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쌈밥, 양념불고기, 우삼겹, 분식, 짬뽕, 자장면, 해물떡찜, 국수, 포장마차 등 메뉴도 너무 다양하다.
그는 “갈매기살 전문점인 ‘알파갈매기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영점이다. 이곳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운영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외식업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순전히 말실수 때문이었다. 군 제대 후 시작한 일은 인테리어 사업이었다. 그런데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군대에서 간부식당을 관리했다. 어디 식당 할 만한 자리 없느냐’며 인사치레로 건넨 말이 화근이 됐다”고 그는 되내이면서 “중개업소 사장이 ‘마침 좋은 자리가 하나 났다’며 쌈밥전문점으로 끌고 간 것이다. 당시 매장 구입을 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다음날 식당을 넘기겠다는 전화가 왔다. 결국 1993년에 계약금 50만원으로 식당을 인수했다”고 과거를 돌아본다.
“우연치 않게 식당을 인수했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잘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비빔밥, 갈비탕, 낙지볶음밥, 빈대떡 등 여러 음식이 뒤섞인 메뉴를 쌈밥 하나로 정리하고 쌈과 쌈장의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가 성공 비하인드 스토리를 슬쩍 귀띔한다.
▲ 일명 ‘식당의 신’ 백대표
이후 그는 푸짐한 야채와 볶음 쌈장, 대패 삼겹살 등으로 구성한 쌈밥으로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첫 출발이 대박난 셈이다.
“쌈밥집을 바탕으로 근처에 ‘원대포’라는 작은 고기집도 열었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성공은 오히려 식당에 대한 열의를 누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을 판다는 것보다 손님들 심부름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식당 운영에서 손을 떼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그런 이후 그는 쌈밥집 운영을 직원에게 맡기고, 인테리어 사업으로 발을 돌린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 하던가.
“웬걸? IMF로 건축 사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렇다고 부도를 낼 수는 없었다. 남의 돈까지 빌려가며 계약한 집을 짓다보니 17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만 남았다”며 당시 상황을 힘들게 고백한다.
부연 설명을 요청하니 그는 이렇게 말한다.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대포는 권리금은커녕 시설비도 못 건지고 보증금만 받고 팔았다. 쌈밥집도 팔아야 했지만, 이거라도 잘해서 이자라도 내야겠다 싶어 남겨둔 것이다” ,
“대박을 터뜨렸던 쌈밥집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한 달에 몇백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계산을 해보니 20년은 벌어야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쌈밥집으로 빚쟁이들을 불러 모았다. 음식점 운영을 통해 빚을 갚을 테니 식당만은 남겨달라고 사정했다. 다행히 진심이 통했던지 빚쟁이들은 그대로 물러갔다”
이후 그는 “마을 다잡았다”면서 “그때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자세를 바꿨다. 고마운 마음에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베풀었다. 가격을 내리고 푸짐하게 서비스를 하자 손님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매출은 어느덧 예전 수준을 넘어섰다. 급기야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 집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고 희비의 쌍곡선을 뿌듯하게 설명한다.
영동시장의 명물, 실내포장마차 ‘한신포차’
그렇다면 그가 포장마차에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일까?
“어느 날 후배로부터 어떤 종류의 식당이 좋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에 나는 하루 일과 후 집 앞 실내 포장마차를 자주 찾았다. 그런데 안주 가격이 일반 식당보다 훨씬 비쌌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가격에 시비 거는 사람이 없었다. 반면에 안주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장점과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현실로 엮어보자고 했다”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불결함과 불편함 등을 없앤 대형 실내포장마차를 열기로 결정한다. 부자들 속에 인간미가 물씬 넘치는 살갑고 고급화된 촌티로 승부수를 걸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포장마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식당의 삼면은 탁 트이게 설계했다. 카페 형태로 예쁘게 만들되 포장마차의 부담 없는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촌스러운 플라스틱 의자를 들여놨다. 주방과 홀 직원에게는 깔끔하고 단정한 요리사 옷을 입히고 모자와 스카프까지 두르게 했다”고 설명하면서 “주방을 오픈시켜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게 했다”고 그는 첨언한다.
그렇다면 현재 영동시장에서 최고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실내포장마차 ‘한신포차’의 이름은 어디서 따 왔을까?
▲ 낮에 본 한신포차
“포장마차 이름은 1980년대초 잠원동 한신아파트 근처 큰 공터의 집단 포장마차촌을 떠올려 ‘한신포차’라고 지었다. 기존 포장마차의 개념을 깨뜨린 신선한 시도에 손님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그는 바로 승승장구를 한다.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쇠고기 삼겹살을 개발한 우삼겹 전문점 ‘본가’를 론칭해 금방 성공의 대박신화를 연다. 이것만이 아니다.
‘7분 돼지 김치찌개(테이블에 타이머를 설치, 7분 동안 끓여낸 후 고기를 잘라주는 방식)’로 유명한 ‘새마을식당’과 한신포차의 인기메뉴인 해물 떡찜을 별도로 내세운 ‘해물떡찜 0410(숫자는 백 사장의 휴대전화 번호)’, 24시간 운영하는 만두전문 분식집 ‘행복분식’, 중식의 인기 메뉴를 특화한 ‘홍콩반점 0410(짬뽕)’과 ‘마카오반점 0410(자장)’ 등 후발 브랜드 역시 소비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점포수가 240여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등 해외점포도 20여곳 가까이 개설하게 된다.
“지금도 새로운 식당을 꿈꾸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때마다 반드시 본사에서 가까운 논현동에 직영점을 내고,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친 뒤 사업성이 검증되면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그는 창업자들을 위해 자신의 20여년간 현장경험을 그대로 담은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 식당’, ‘초짜도 대박 나는 전문 식당’이라는 책도 펴낸 바도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성공담과 전문식당 경영의 노하우, 그동안 그가 개발한 각종 음식 만드는 비법까지 공개되어 있다.
“전문식당이야말로 앞으로 식당업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이에 대해 지금도 “전문식당은 메뉴를 단순화, 전문화시켜야 맛 집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 이젠 그를 명실상부한 ‘음식 탐구가’로도 불러도 무리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식당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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