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주 52시간까지 中企의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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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5 00:02:34

최근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일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은 일 할 사람이 넘쳐나서 구조 개편과 인건비 절감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 통계청과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10.5%다. 지난 2014년 10%를 돌파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OECD 주요국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15.1%였던 평균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1%로 무려 4.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13.3%에서 8.6%로 내려갔고, 일본은 6.2%에서 3.6%로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유난히 높은 배경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발생하는 임금격차가 가장 먼저 지목된다. 첫 직장이 어떤 회사인지에 따라 소득 격차가 크다보니 구직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중소·중견기업보다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년들 역시 다수의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임금 격차를 꼽았다. 복지 수준과 회사의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도 공통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설문에서 1순위엔 항상 임금이 자리잡았다. 결국 중소·중견기업들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기업과의 임극격차 해소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해 장기근속할 경우 임금을 보전해주거나 고용장려금 등을 통한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간 정부의 지원책이 대부분 구직자인 청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는 근본대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당장 2~3년 동안만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임금 격차를 해소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 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구직자가 아닌 구인자인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주는 게 우선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를 늘릴 게 아니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매출 규모와 고용 창출 능력을 평가해 정부가 직접 고용유지와 관련된 지원에 나선다면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 문제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일자리 우수기업을 선정하거나 고용창출 기여도 등을 평가해 법인세를 인하해주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를 강행하는 것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해소하는 게 먼저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