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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는 2박3일씩 두 차례 ‘2019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둘러보기 위해 영양, 울주, 통영, 산청, 고령, 강화, 수원, 담양, 전주, 해남 등 전국을 누볐다.
다니면서 외식한 이야기와 주요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 소개를 차례로 싣는다.<필자 註>
청정 준령에서 발원한 깨끗한 물로 기른 뱀장어
산청은 경상남도 서북부에 위치한 군단위 도시다. 동쪽으로는 합천군과 의령군, 서쪽은 함양군과 하동군, 남쪽은 진주시, 북쪽은 거창군과 접해 있다. 주위가 대부분 험준한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서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을 두고 있는 오지이면서 청정 고장이다.
함양 남덕유산서 발원한 남강이 산청을 거쳐 진주로 흘러들어가 낙동강과 합수된다. 남강이 산청을 지날 때는 이 지역 특산물인 ‘지리산약초장어’ 양어장에 공급돼 실하고 깨끗한 장어를 키우는 데 사용된다. 진주를 지날 때면 남강은 유명한 진주유등축제의 주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산청군 신안면 문익점로에는 지리산약초장어영어조합법인(대표 이기영)이 운영하는 뱀장어양식장이 있다. 내수면 양식어업 허가를 받아 뱀장어를 기르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키운 뱀장어는 약초와 버섯 등을 먹이로 급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청에서는 금서면 친환경로에 있는 직매장 <지리산약초장어>에서 신선한 맛을 볼 수 있다. 구미와 진주에도 같은 상호를 쓰는 매장이 있다.
뱀장어‧바다장어‧붕장어‧먹장어 4가지 주로 먹어
우리가 주로 먹는 장어는 4가지다. 민물장어는 식당 간판에서 가장 흔히 간판을 볼 수 있다. 민물장어의 원래 명칭은 뱀장어다. 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민물로 회귀하는 연어와 정반대 습성을 가지고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동안 민물생활을 하다가 산란기 때 바다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민물에서 살던 뱀장어는 주로 필리핀 심해에서 산란을 한다.
보기에는 몸 표면이 매끈해 비늘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피부 아래 타원형 작은 비늘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독일, 프랑스, 덴마크,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보양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기억력 등 학습능력 향상, 감기예방, 위장병, 야맹증, 특히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청이 항노화사업에 주력하는 곳인 만큼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재료다.
뱀장어를 회로 먹지 않는 이유는 피에이크티오헤모톡신이란 신경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성 독소라서 60.5도씨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독성을 잃는다. 지난 2009년에는 부경대 산학협력단에서 뱀장어 독소를 제거하는 방법과 장어회의 조리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해 회로 먹는 길을 열었지만 널리 보급되진 못한 듯하다. 기왕에 장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머지 장어도 소개한다.
샤브샤브로 주로 해먹는 하모는 정식 명칭이 바다장어다. 갯장어란 이름도 많이 쓰이는 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앞에 있어서 구별이 쉽다. 6~8월 여름철이 제철이다. 일본에서는 샤브샤브 일종인 유비키로 해 먹는다. 고도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각종 성인병 예방과 원기회복에 좋다.
아나고는 붕장어가 본명이다. 아나고(穴子)는 붕장어의 학명 Conger myriaster 중에서 속명인 Conger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라는 데서 유래했다. 실제로 붕장어는 모래바닥을 파고 산다. 뱀장어와 달리 바다에서만 살고 비늘이 없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살며 완전히 자라는데 8년 걸린다. 연중 맛 차이는 없지만 여름을 제철로 친다.
별명이 꼼장어인 먹장어는 깊은 바다에 살다보니 시각이 퇴화해 보이지 않는다. 이름만 장어지 장어류가 아니라 원구류에 속하는 원시어류다. 우리는 살아있는 화석을 안주삼아 먹는 것이다. 부산 자갈치시장이 꼼장어구이로 유명하다. 가죽만 사용하던 것을 해방 후부터 구워 먹기 시작했다.
신선한 산청 장어구이 직매점 <지리산약초장어>
영양에서 울주와 통영을 거쳐 산청에 도착해 숙소인 산청한방가족호텔에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갔다. 숙소 밖에는 시내서 올라온 식당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외벽에는 <지리산약초장어>라고 로고가 붙어 있어서 저녁 메뉴를 알게 됐다. 숙소부터 식당까지는 약 6.5km를 내리막으로 가야 했다. 호텔이 해발 925m 앙산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이 들어서 있는 곳은 동의보감촌이다. ‘산청 한방테마파크 오감+α'라는 전통문화 체험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시내는 저녁 7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둡고 조용했다. 때마침 산청한방약초축제가 끝난 날이어서 더더욱 파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산청체육관 옆에 있는 식당도 한 차례 손님이 휩쓸고 지나간 듯 했다. 잠시 후 장어구이 세트가 차려졌다. 양식 장어는 어떤 사료를 먹여서 키우느냐 따라 맛 차이가 난다. 이 곳 장어는 지역에서 나는 약초와 버섯 등을 먹인다고 알려져 있어서 내심 기대가 컸다.
장어를 ‘마리’로 파는 게 아니라 ‘무게’로 팔기 때문에 대물 장어의 경우 한 마리가 다 나오지 않는다. 그래선지 불판 위에 올라 온 장어 몸통 두 도막을 눈대중으로 조립해도 잘 맞지 않는 이유다. 원 재료 장어가 맛을 좌우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두 번째는 화력과 불판이다.
장어구이는 일반 육고기와 마찬가지로 숯불과 석쇠를 쓰는 법과 가스불에 막힌 불판을 쓰는 법으로 크게 양분된다. 숯불석쇠구이를 하면 숯 향이 스며들어 장어 맛을 더욱 농후하게 하지만 기름이 많이 빠지는 단점이 있다. 또 장어가 크면 직화구이로는 안까지 익히기가 쉽지 않다. 안을 익히려다 보면 겉면이 너무 바삭하게 구워지고 급기야 타서 딱딱하게 된다.
막힌 불판은 기름진 장어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름이 탈 수 있다. 직화구이 특유의 불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리산약초장어>에서는 절출형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불판을 쓴다. 사용하는 장어가 제법 크기 때문에 겉면이 노릇하고 바삭하게 익을 무렵이면 안쪽도 기름에 의해 촉촉하게 익는다. 때문에 기름도 적당히 빠지고 직화구이 효과도 볼 수 있는 뚫린 불판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집 장어는 실하다.
노릇한 장어에 채 썬 방아잎 궁합 ‘신의 한수’
장어구이는 생강은 기본이고 장아찌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이곳에서는 깻잎, 방풍나물, 양파 등을 간장에 절인 장아찌를 내 놓는다. 생 깻잎을 채 썰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 냄새를 맡아 보니 방아다. 방아는 누린내 잡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진 향신채다. 한방에서는 소화촉진제로 쓰인다. 방아잎을 다져서 내 놓은 것이 ‘신의 한수’다. 특유의 방아 향이 장어의 고소한 기름과 어우러져 감미를 돋운다. 결국 방아를 한 접시 더 시켜서 노릇하게 구운 장어와 입안에서 합궁을 시켰다. 이날만큼은 장아찌와 생강채가 후순위였다.
<지리산약초장어>는 가족이 경영하는 ‘가족식당’이다. 부모님과 실질적으로 가게를 떠맡고 있는 장남 김남수 씨, 그의 남동생 등 온 가족 4명이 힘을 합쳤다. 자연스런 미소와 부모께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형제를 만나보면 욕심이 생긴다. 큰 도시로 나가서 가게를 열면 좋을 것 같은. 식당은 ‘운칠기삼’이기 때문에 실력과 맛이 아무리 좋더라도 운대를 잘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욕심을 접고 산청에서 펼치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지역의 귀중한 관광자산이다.
웰니스 관광 1번지 꿈꾸는 산청 천혜 자연관광 보고
다음날 동의보감촌을 둘러보며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추진현황을 살폈다. 이곳에서는 현재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동의보감 책 만들기, 한방약초버블체험, 약초인형만들기, 전통한복입기, 고가해설 투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지리산 자락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한방관광자원이 풍성한 곳이다.
처음 방문한 동의보감촌은 압도적인 시설과 충실한 콘텐츠로 한방의 유용성을 관광객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인근에는 자연 휴양림과 남사예담촌이 있어서 다양한 관광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약초 버섯 샤부샤부, 각종 약성을 가진 산채로 만든 약선음식, 산청흑돼지, 어탕 국수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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