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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제2의 6·25 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지만 그 방법론상에서 자칫 우리만 발가벗는 9·19 남북군사합의 방식은 오히려 전쟁 위기를 높이고 있어 오싹하다. 우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함박도를 통해 예의 북한의 이중적 군사행태를 다시 한 번 목도했다.
함박도 위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전개돼온 북한의 은밀한 턱밑 군사행보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으니 분통이 터진다. 함박도 외에 인근 소재 나머지 4개 섬도 김정은의 직접지시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군사기기화 됐거나 군 전략이 대폭 강화돼 섬뜩하기 그지없다.
이들 5개 섬 옆에는 24시간 민간비행기들이 수시로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있다. 특히 남한 인구의 절반 정도가 모여 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턱밑에 이들 섬들이 있다. 북한은 이곳을 통해 우리를 상시 감시하면서 공포의 무기 방사포로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준비까지 해 놨다.
이들 섬은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서해 백령도를 비롯한 대청도, 소청도로 가는 길목에 있기도 하다. 턱밑에서 언제든 비수를 꽂을 수 있는 칼들이 번뜩이고 있는 셈이다. 올해 국감장에서 공식 확인된 내용만 봐도 장재도와 무도에는 해안포만 있었으나 김정은의 지시로 방사포가 추가됐다. 본래 비무장이었던 3개 섬은 갈도를 시작으로 아리도, 함박도 순으로 군 감시 기지화 됐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이곳 기지들에 대한 전력 강화작업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육상에서 전방 GP를 철거하고 지뢰를 제거하면서 군사훈련이나 정찰까지 하지 않는 와중에 북한은 대한민국의 최대 급소를 찌를 수 있는 예리한 칼을 갈고 있었던 격이다.
정작 국방부의 태도를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있다는 이유를 대거나 9·19 남북군사합의 이전에도 진행됐던 사안이라는 입장만을 항변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맞다고 하더라고 정작 중요한 5000만 국민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다.
백번 양보해 국방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쳐도 포털 네이버에는 여전히(20일 현재) 함박도가 NLL 이남으로 표시돼 있다. 행정구역상 강화도에 속한 주소지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자도 우리 정부인 산림청이다. 이곳에 바로 북한 군사시설과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NLL 자체가 해석의 차이에 따라 여전히 논란이 많다는 것을 안다. 이 사안조차 NLL이 정전협정 당시 확정된 국경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일단 양보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NLL이 이처럼 불확실한 군사 경계선이라면 오히려 이 지역에 대한 대비태세를 더욱 확고히 해야 맞다. 북한은 실제 그렇게 하고 오히려 공격력을 키웠다.
NLL은 남북 상호간 평화적 관리가 최선이라고 해 온 이른바 진보정권의 논리가 짝사랑에 빠진 환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아니 바보처럼 속았다.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대놓고 무시해 왔을 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한 협의나 합의 등을 손바닥 뒤집듯 하기를 반복해 온지 오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북한 핵무력의 완성과 가공할 탄도 미사일 및 방사포의 개량작업이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서해 무인도 곳곳에 소위 현대판 해상 망루식 고성능 레이더를 몰래몰래 설치하고 언제든 수도 서울까지 무차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로 스탠바이를 하고 있으니 무섭고 분통이 터질 일이다.
국방부와는 달리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의 태도는 다소 국민을 안심하게 했다. 그는 국감장에서 해병대가 주둔하는 인근 섬인 말도를 전체적으로 요새화 시켜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 시킬 화력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즉각 ‘골수까지 대결 광신자’, ‘불소나기 맛을 본자’, ‘시대착오적 망상’, ‘부나비의 허세’, ‘군사 호전세력의 망동’, ‘군사적 적대행위’ 등을 원색적으로 언급하며 비난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를 보면 제 발 저린 도둑의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반응의 강도가 높은 것을 보면 분명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무시하고 있음이 간접 확인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북한은 9·19 합의를 가면으로 쓰거나 방패막이로 활용해 그들만의 선군정치 무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주지하다시피 선군정치는 무력을 신격화 해 1인·1당 전체주의 독재 통치력 강화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해온 행태를 보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됐다. 북한에게 무력은 곧 국민(인민)들을 위한 최고의 선으로 통하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을 놓지 못한다. 그 선군의 최전선에 있는 9·19 남북합의가 방패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한이 그들의 무력을 알아서 줄일 것이라고 보면 유아스러운 발상이다.
9·19 합의로 우리만 사실상 무장해제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의 대북제제는 더 강화되고 북한 핵무력 또한 완성도가 높아졌다. 북한의 잔꾀는 ‘단계’이지만 ‘일괄’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때문에 북한은 절대 핵과 군사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더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꿈에서 깨어나야 할 이유다.
해병대는 지금 서북도서에서 일체의 포병이나 전차부대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대북 억지력을 위한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유도무기 등의 사격훈련을 현장이 아닌 내륙에서 순환해 실시하고 있다. 섬이라는 특수지역을 감안하면 이 같은 육상훈련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군이 이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북한 김정은은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11월 사변’을 운운하며 모종의 군사행동까지 벌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이 내민 비핵화 협상 시한인 올 연말까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우리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지금부터 갖춰야 한다. 북한도 절대 양보하지 않고 미국도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소한 양보나 후퇴는 곧 자멸의 길’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비핵화 협상 대결국면에서 우리는 국지전뿐만 아니라 전면전까지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9·19 합의를 깨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에 응할 이유가 없음을 거듭 곱씹어야 한다. 만의 하나 미국이 태도를 바꿔 완전한 비핵화 없는 북한식 단계적 평화협정이 맺어진다고 해도 우리는 더 공포스러운 북한의 가공할 핵무력에 고스란히 들어가고 만다.
허울뿐인 평화간판으로 전락한 9·19 군사합의는 핵으로 인한 남·북 비대칭 전력만 키워 놓는 토대가 되고 말았다. 나아가 일거에 수도 서울을 점령할 공중, 지상, 해상의 문을 모두 열어줄 정교한 틈까지 제공하는 상황 역시 만들어졌다. 북한의 치졸한 군사행동 문제를 과감히 제기해 9·19 합의를 즉각 폐기하고 지금이라도 만반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다시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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