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DLF 자료 삭제 논란 일파만파…고의성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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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일부러 은닉했다”vs 하나銀“전혀 모른다”…사건 확대 가능성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22 14:33:33

▲ KEB하나은행이 DLF 관련 자료를 고의적으로 삭제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KEB하나은행 을지로본점. ⓒ스카이데일리

KEB하나은행(이하·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이하·금감원) 검사 직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에 대한 고의성을 갖고 하나은행과 금융당국 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지시로 만든 문서를 고의로 지웠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감원에 대한 국감에서 “지성규 행장이 DLF 현황 파악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한 뒤 이를 고의로 숨겼다”고 밝혔다.

김동성 금감원 부행장보는 “하나은행은 지 행장의 지시로 1차와 2차에 걸쳐 자체 전수 점검을 했지만 이를 일부러 은닉했다”며 “이는 피해고객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해 검토한 자료로 보이며 불완전판매에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초까지 모두 3876억원 규모의 DLF상품을 판매했다.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약 46%의 손실을 보는 등 투자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하나은행이 전수조사한 자료를 고의적으로 은닉·삭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형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벗을 수 없게 되고 파일 삭제가 실무 차원의 행위가 아닌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국감에 참석해 “(금감원이 제기한 사안을)전혀 모른다”며 “지주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하거나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잘못을 인정한다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00% 배상 결정이 나와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법적조치’도 불사할 방침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8일 “(KEB하나은행의 자료 삭제에 대한)법률검토를 진행 중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일 자료 은폐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업무방해죄(형법314조 2항)에 따르면 컴퓨터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하거나 부정한 정보를 입력해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아울러 향후 DLF조사 과정에서 ‘사기죄’로 기소될 경우 증거인멸이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DLF 검사에서 금융보안원의 협조를 받아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삭제된 자료는 대부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료는 금감원이 합동검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 8월 초 삭제됐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당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않아 피해자를 양산했고 이제 와서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사기와 같은 불법판매를 한 은행도 문제지만 금융당국인 금융위와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며 “금융당국의 무능한 판단과 한심한 검사로 인해 은행들이 맘대로 사모펀드를 악용해 판매하고 분할하는 것을 방치·방임해 사기판매까지 가능케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기행위를 대해서도 비호, 방조해 주면서 감시, 감독,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이 지경의 사태까지 이르게 했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