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총선 녹색 정당 약진…기후변화 우려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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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치권, 환경 문제가 정치 이슈 압도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22 16:52:49

▲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쉘턴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총선이 실시된 가운데 기후 변화의 대응을 요구하는 ‘녹색 정당’이 약진했다.

현지 공영방송 SRF가 이날 오후 8시에 발표한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반(反) 이주민 정책을 앞세운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이 25.8%의 득표율로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4%였던 4년 전과 비교하면 3.6%포인트 하락했다.

2위는 16.6%의 득표를 한 좌파 성향 사민당(SP)이, 3위는 15.3%의 중도 우파 자민당(FDP)이 차지했다. 사민당과 자민당 역시 지난 총선과 비교했을 때 각각 2.2%포인트, 1.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반해 기후 변화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좌파 성향의 녹색당(GPS)과 중도 좌파인 녹색자유당(GLP)은 각각 13.0%, 7.9%를 기록해 2015년 총선 때와 달리 득표율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녹색당은 4년 전보다 5.9%포인트 상승하며 중도 우파의 기민당(CVP)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이날 전체 투표율은 46%로 집계됐다.

득표별 의석으로는 200석 중 스위스국민당은 54석을, 녹색당의 경우 17석 늘어난 28석, 녹색자유당은 9석 증가한 16석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AFP통신은 두 녹색 정당들이 “역사적 득표”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주요 화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했다. 스위스의 여론 조사 기관 Gfs.bern도 높은 건강 보험료, 교착 상태에 빠진 유럽연합(EU)과의 협상, 이주민 등의 문제보다 기후 변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유권자들에게 더 중요한 화제였다고 분석했다.

레굴라 리츠 녹색당 대표는 SRF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국민이 더 환경친화적인 정치를 원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향후 녹색 정당들이 연방평의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스위스 의회는 정당별 득표율과 정당 간 전략적 합의를 통해 연방평의회에 참여하는 장관 7명을 선출한다. 현재 장관직은 스위스국민당과 사민당, 자민당이 각각 2석, 기민당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수 정당에 그쳤던 녹색 정당들은 연방평의회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의 득표율을 더하면 20%가 넘어 오는 12월 11일 장관 선거에서 연방평의회의 정당 배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dpa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치 평론가들은 두 녹색 정당이 당장 연방평의회에 참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전통적으로 최소 두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높은 득표율을 얻어야 연방평의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dpa 통신은 설명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