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주역 조슈아 웡, 선거 출마 자격 박탈 논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선관위 “홍콩 헌법·정부 충성 의지 없어”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30 16:27:51

▲ 29일(현지시간)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조슈아 웡이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 선거구 후보로 등록된 케빈 람의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香港01]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11월 24일(현지시간) 실시되는 홍콩 구의원 선거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홍콩01(香港01)·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9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조슈아 웡에게 그가 11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자격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선관위는 조슈아 웡이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대한 지지와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의사가 없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 그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의회인 입법회 선거나 구의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후보에게는 선거 출마 자격을 주지 않는다. 이는 홍콩 독립이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一國兩制)’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앞서 조슈아 웡은 선관위에 서신을 보내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 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선관위는 끝내 그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따라 조슈아 웡은 구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1000여명 중 유일하게 정치적인 이유로 출마하지 못하는 후보가 됐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다음달 24일 18개 구에서 열리며 총 425명을 뽑는다.

조슈아 웡은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South Horizons West)’ 선거구에 출마해 친중파 정당 신진당의 주디 찬 의원과 맞붙을 계획이었다. 범민주 진영은 조슈아 웡이 출마 금지당할 것을 대비해 민주인사 케빈 람을 후보로 등록시켰다. 케빈 람은 조슈아 웡을 대신해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구에서 유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조슈아 웡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선관위가 나의 출마자격을 박탈한 이유는 기본법을 지키려는 나의 의도를 왜곡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의 출마가 금지된 핵심 이유는 내가 미국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중국 중앙정부가 나의 선거 출마자격을 심사하는 홍콩 정부를 극도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나의 후보 자격 박탈로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선거에 참여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친중파 진영의 압력으로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은 선관위 주임이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았던 도로시 마 주임은 갑작스럽게 ‘무기한 병가’를 냈다.

도로시 마 주임 대신 그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게 된 로라 량 주임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가족이 살해될 수 있다는 협박에 시달리면서 현재 경찰이 제공하는 거주지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1월에도 당시 3월 보선에 출마하려던 데모시스토당 소속 아그네스 차우(周庭·22)에게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이 일국양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선거권을 주지 않았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