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 열쇠쥔 호텔롯데 상장, 실적부진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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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여파로 기업가치 크게 떨어져…불투명한 전망도 발목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04 14:36:38

▲ 롯데그룹이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의 핵심은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해석된다. 일본 지배력이 미친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함이다. 다만 호텔롯데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며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점이 상장의 부담으로 남는 모양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데일리

롯데그룹이 진정한 ‘한국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과제로 호텔롯데 상장이 지목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처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2016년에 비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데다 대외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서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 상반기 기준 매출 3조4725억원, 영업이익 973억원 등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실적인 매출 3조2130억원, 영업이익 565억원 등에 비해선 크게 개선됐지만 처음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2016년 상반기 실적인 매출 3조1986억원, 영업이익 1588억원 등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호텔, 면세점, 테마파크, 리조트,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 중 면세점 사업에서 회사 수익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방문객의 면세점 이용빈도가 실적을 좌우하는 셈이다. 특히 국내 관광업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인 관관객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가 사드보복 여파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17년 이후 실적부진을 경험한 배경이다. 호텔롯데의 2017년 실적은 매출 6조5243억원, 영업이익 84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듬해엔 실적을 다소 끌어올려 매출 6조4475억원, 영업이익 1180억원 등을 기록했지만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호텔롯데의 2016년 실적은 6조4941억원, 영업이익 3088억원 등이다.

같은 시기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영업이익은 2016년 3301억원, 2017년 25억원, 2018년 2050억원 등의 추이를 보였다.

호텔롯데의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2016년 처음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당시 15조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다만 이후 반복된 실적부진과 관광객 감소 등 요인이 기업가치를 끌어내렸을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호텔롯데 입장에선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호텔롯데는 2016년부터 기업공개를 추진해왔다. 호텔롯데를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일본의 지배력을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로써 일본롯데가 대다수의 지분을 소유한 곳이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주식회사L 1~12 투자회사와 일본 광윤사 등이 99%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이 몰리는 이유가 호텔롯데서 발생하는 셈이다. 호텔롯데과 상장될 경우 지분율이 나눠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일본의 지배력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지금까지의 실적 부진과 함께 향후 실적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 기업공개의 발목을 잡는다. 아직 관광객 규모와 면세수입 규모 등이 사드보복 조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점도 부담이다.

최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호텔롯데의 빠른 상장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점에도 눈길이 쏠린다. 투자자들을 설득할 만한 실적이 뒷받침 돼야 기업공개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달한 바 있다. 황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세계여성이사협회(WCD)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을 논하긴 어렵다”며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