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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의지하는 곳이 공적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이다. 담보력이 부족해 신보로부터 채무보증을 받고 이를 통해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인 ‘알리오’에는 신보는 신용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의 금융을 원활히 하는 중소기업 종합지원기관으로 소개됐다. 즉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부족한 담보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신보의 주 업무다. 이런 신용보증 업무 외에도 창업상담부터 창업 후 자금지원·컨설팅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창업지원, 보증기업의 신용정보를 수집·분석해 관리하는 신용정보 종합관리 업무 등도 있다. 그러나 신보가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우량하거나 양호한 기업에 대한 보증은 늘리면서 신용도가 보통 이하인 기업에 대한 보증비중은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감사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신보가 신용등급 우수·양호 기업에 보증해 준 비중은 2007년 30.8%에서 2011년 63.5%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신용등급 보통 및 그 이하 업체에 대한 보증비중은 2007년 69.2%에서 2011년 36.5%로 거꾸로 줄어들었다. 신용등급 보통기업의 보증비중은 같은 기간 56.5%에서 29.9%로, 신용등급 보통이하 기업은 12.7%에서 6.6%로 두배 수준이 떨어지고 우량·양호기업은 두배 가까이 증가해 역전되는 등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보증하는 본래 설립취지에 어긋난 셈이다. ‘권력형 공기업의 허와 실’ 열 다섯번째로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운영상태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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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핵심 업무로 하는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신보가 지난 3월 실시한 경제전망 특강 및 중소기업 CEO 힐링 연수 장면(위)과 지난 2012년 국정감사 수감 모습. <사진=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핵심 업무로 하는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따라 중소기업 금융지원 시스템에 대해 대대적인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보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이하 기보)을 중소기업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다. 기보는 신보와 업무가 비슷하다. 다만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89년 설립됐다.
중소기업·청년창업 지원 외면하는 신보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신보와 기보에 대한 정부예산 출연은 중소기업청이 맡고 있고, 보증계획 수립 및 관리감독 기능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보증업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감사원 ⓒ스카이데일리<도표=최은숙>
지난 국감에서 이 의원은 “경기침체로 일시적인 자금 사정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신보가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신보의 보증운영실적을 보면 신용등급이 양호하거나 우량한 기업(신보 신용등급 K1~K6)의 보증지원 실적이 전체 보증의 50%에 달해 시중은행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신용등급이 약한 기업(신보 신용등급 K11~K15)에 대한 보증은 전체 보증의 16.9%에 불과하다”며 “신용등급이 양호한 기업을 보증하는 것은 일반 시중은행에서 하는 업무다”고 질책했다.
▲ 자료:감사원 ⓒ스카이데일리
또 기보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분야에 대한 지원(R&D 보증)이 전체 보증 가운데 10%에도 미치지 않는 등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효율적인 중소기업 정책 지원을 위해 신보와 기보를 중소기업청으로 일원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신보는 감사원으로부터 청년창업특례보증 운용이 부적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신보는 2008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청년실업 해소 등을 위해 만 20세 이상~만 39세 이하의 청년이 대표로 있는 창업 3년내 기업에게 보증비율 및 보증료를 우대해주는 청년창업특례보증을 해 왔다.
그러나 신보는 청년창업특례 대상이 될 수 있는 3301억원을 특례보증보다 보증조건이 나쁜 일반보증으로 취급하다 감사에 적발됐다. 이유는 보증심사 편의, 보증료 수입증대(58억원) 등 업무상 편의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 자료: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 ⓒ스카이데일리
또 해당 업체의 업력 및 연장횟수 등의 제한없이 보증을 계속 연장해 줘, 당기순이익만 20억원이 넘고 창업 6년이 지난 업체가 청년창업특례보증 혜택을 받는 등 제도도입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 역할 못하는 신용보증부 대출
신보의 보증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의 지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신보에서 100% 보증을 받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를 무시하고 고금리를 적용해 왔다.
A씨의 경우 2011년 8월 신보 보증을 받아 하나은행에서 65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8.62%의 고금리를 적용받았다. 신보가 보증하는 보증부 대출이기 때문에 은행이 손실을 입을 확률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은 높은 금리를 책정했다.
▲ 자료: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 ⓒ스카이데일리
또 신보가 건물 준공까지 100% 보증을 한 경우에도 9.29%의 금리가 적용됐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건물을 짓던 B씨에게 연 9.29% 금리로 6억5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준공때 까지는 보증부 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고 보증이 끝나는 준공 후 시점부터 금리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KB국민은행은 고금리를 받았다.
유 의원은 “은행들이 신보와 기보가 보증서를 발행하는 보증부대출에 대해 신용가산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해주고 있고 또 보증비율이 100%인 경우에도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4월 정부는 보증부분에 대한 신용가산금리 부과를 금지토록 하는 ‘보증부대출 금리부과체계 개선방안’을 발표, 2010년 7월 신보와 기보가 보증한 대출은 부도시 손실률을 0으로 조정하는 약관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신보 등의 100% 보증으로 위험요인이 없는데도 은행들은 신용리스크 등을 이유로 고금리를 받아 챙긴 셈이다.
▲ 자료: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 ⓒ스카이데일리
유 의원은 신보와 기보의 노력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신보 등은 보증부 대출에 대해 은행들이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신보는 이에 대해 은행의 고금리 보증부 대출에 대해 금감원 협조를 통해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입보 폐지로 기업인 재기 도와야”
또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연대보증제도(개인입보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제도가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 신용보증기금 안택수 이사장은 누구 |
▲ 안택수 신보 이사장<사진=신보> 신용보증기금 안택수 이사장은 1943년 경북 예천 출신이다. 1962년 경북고, 1966년 사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1979년 한국기자협회 회장, 1982년 당시 보건사회부 공보관을 맡았다. 1995년 제15대 자민련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6대·17대에는 한나라당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의원이다.
2008년 7월부터 신보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올 7월 임기 만료다.
안 이사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구선대위원장을 맡아 최근까지 공기업 수장 교체설이 나올 때마다 거론돼 왔다.
특히 지난해 7월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송별회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1년 연임이 확정돼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
금융위원회가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여신 연대보증제도 개선방안’을 시행함에 따라 신보 등도 개인입보를 제외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개인사업자에게 주채무를 부담하게 하고 법인은 실제 경영자에게 연대보증을 서게 함으로써 반쪽짜리 연대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입보제도는 사업에 한번 실패하면 빚더미에 앉게 만들고, 채무불이행자가 돼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재기가 용이하도록 현행 개인입보제도 또한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2년 신보의 입보율이 1.68명이었고 당시 구상채권회수율은 8.1%인 데 반해 2011년 입보율이 0.98명으로 낮아졌을 때는 구상채권회수율이 오히려 11.6%로 높아졌다.
김 의원은 “연대보증(개인입보)과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채권회수율과의 상관관계가 없음이 실증적으로 검증됐다”며 개인입보 폐지를 촉구했다.
알리오에 따르면 이런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신보는 “기업 인수로 인해 경영진이 변동되는 경우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고 부실징후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기존 연대보증인을 입보하겠다”며 “이는 채무면탈을 위해 편법적으로 경영진을 변경하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부실징후가 없는 경우에도 기존 연대보증인을 계속 입보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실시할 예정이다”고 했다.
▲ 자료: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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