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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환 청담1막 대표·셰프. ⓒ스카이데일리
이곳 사장이자 셰프인 황창환씨(36)는 여기에 문화가 매개체로 더해지길 바란다. 요리 뿐 아니라 문화를 매개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컬쳐 다이닝(culture dining)’으로 자리잡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세계 요리와 문화를 느끼는 ‘다이닝 바’로 청담1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에서부터 전통주, 와인 그리고 전 세계의 맥주까지 다양한 주종을 맛볼 수 있고 또 거기에 맞는 요리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재즈 라이브공연과 다양한 이벤트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강남구 논현동 학동사거리에 위치한 청담1막은 흔한 술집이 아니다. 다양한 술과 요리를 문화로 즐기고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컨셉때문에 ‘남자의 자격’ ‘신사의 품격’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했고 영화 ‘커플즈’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면면 또한 차별화돼 있다.
▲ 강남구 논현동 학동사거리에 위치한 청담1막 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세련된 분위기 때문에 여성 고객층이 많을 것으로 생각을 하는데 사실 주 고객층은 전문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로 의사라든가 광고, 여론 전문가 그리고 각 기업체 중역들이 즐겨 찾고 있어요”
청담1막은 팬시문구업체로 유명한 주식회사 바른손이 운영한다. 베니건스 등 외식사업에 진출한 바른손은 또 하나의 외식브랜드로 청담1막을 론칭했고 황 사장은 이곳에서 사장 겸 셰프로 일을 하고 있다. 셰프 레스토랑인 셈이다.
디자인 공부하고 일본서 컨설팅 회사를 만든 요리사
황 사장은 전시디자인을 공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험이 많다.
▲ 일본에서 사카이히로유키 상의 프렌치레스토랑 비스트로 까페 라 로셰르에서 실습 할때 모습. <사진=황창환씨 제공>
그는 대학에 다닐 때 호주에서 홈스테이 생활을 하며 요리를 접하게 된다. 당시 머물던 집 주인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는 학교를 마친 후 그곳에서 고기를 굽곤 했다. 그때부터 요리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군대에 있을 때도 이미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요리는 하나의 취미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 전에는 중국에서 열린 세계아트콩쿨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 온다.
국내 굴지의 한 기업체에서 그의 작품을 인정,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그는 그 회사를 다니면서 ‘사디’라는 디자인학교를 다녔다.
2003년에는 일본 미츠비시 상사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됐다. 해외전시팀에 근무하면서 60여개국을 돌아 다니기도 했다. 많을 때는 한달에 8개국을 다녀 왔다.
▲ 2008년 일본 핫토리조리학교 내 와인교육장에서 소믈리에 마스터코스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황창환씨 제공>
“일본에서는 일 마치고 따로 할 일이 없었어요. 그때 문어요리집 ‘상추’를 즐겨 찾았죠. 일주일에 서너번씩 그곳을 찾았는데 가게는 한 50년 됐습니다. 그곳 셰프는 제가 외국인이고 또 한국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항상 저에게 요리를 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저에게 요리를 안 해주고 다른 사람이 해주는 거예요. 물어보니, 셰프가 집에 안좋은 일이 있어 안 좋은 기분을 갖고 요리를 하면 자기의 마음이 저에게 전달될까봐 요리를 안한 겁니다”
황 사장은 그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요리는 그에게 취미생활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한 요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추의 셰프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는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의 요리학교인 핫토리에 입학했다. 마침 프로젝트도 취소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일본에서 전문적인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 다시마에 절인 무와 가리비버터그릴. <사진=황창환씨 제공>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장사도 시작했다. 처음에 통닭집을 운영하면서 혼자 요리도 하고 배달도 했고, 포장마차를 열어 일본에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게 단계별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알고 싶어 통닭집이나 포장마차, 이자까야 등 술집 운영도 직접 경험을 한 것이죠”
그의 도전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가게 즉 요리 집 운영과 경영을 컨설팅해 주는 ‘AT트래이딩’이라는 주식회사를 일본인 3명과 함께 창업했다.
“디자인과 요리는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파는데 필요한 요소들 즉 인테리어, 컨셉, 원가계산 등 이 모두가 저는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AT트래이딩은 가게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준다. 컨설팅 받은 가게가 오픈하면 1년간 계약을 하는데 매출의 7%를 컨설팅 회사에 수수료로 낸다. 그러나 생각만큼 수익이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컨설팅 보다는 점점 간판이나 메뉴판을 만들어 주는 회사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연어 타르타르 <사진=황창환씨 제공>
노부는 뉴욕, 런던, 와이키키 등 세계 유명 도시나 관광지에 있다. 뉴욕의 경우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스폰서로 있다고 황 사장은 소개했다.
그는 그곳에서 고객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요리 가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영을 다시 배웠고 이를 적용하면서 회사도 조금씩 정상화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요리·문화를 매개로 사람들이 즐기는 곳”
그는 더 이상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어느날 계약서류를 봤는데 모르는 한자가 너무 많은 겁니다. 사전을 찾아 가며 보았는데 의미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이런 한자도 모르면서 일본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는 2010년 12월 무작정 귀국했다. 운영하던 회사는 갖고 있던 지분에 대한 급여만 받기로 하고 일본인 이사에게 맡겼다.
▲ 청담1막 내부 모습 <사진=청담1막 홈페이지, 황창환씨 제공>
이유는 자신의 여유를 찾고, 한국에서 요리를 매개로 세계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청담1막에서 사람과 정을 나누고, 직원들과 고민을 함께 하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또 바른손에서 제가 경영철학을 갖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감사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바른손에서 테스트를 받고 청담1막 운영을 맡았다. 그가 이곳을 맡기 전에도 청담1막은 프리미엄 막걸리바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막걸리 붐에 맞춰 다양한 막걸리가 판매되고 ‘전’ 요리가 매출의 대부분이었죠”
▲ 청담1막 라이브 공연 모습. <사진=청담1막 홈페이지, 황창환씨 제공>
그는 요리메뉴를 프리미엄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청담1막을 맡으면서 새롭게 선보인 요리만도 300개가 넘는다. 또 오랜 전통의 양조장을 찾아 프리미엄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80년 전통의 신평양조장에서 개발한 백련막걸리와 배혜정도가의 다양한 막걸리다.
“막걸리 맛이 다양합니다. 산미(신맛)가 강한 막걸리는 생선요리가 어울리고 맛이 무거운 것은 가벼운 치즈 요리가 술맛을 돋우죠. 또 탄산이 강한 것은 식전에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는 “고객들이 안주가 무엇이 있느냐고 물으면 이런 종류의 요리가 있고 술을 선택하면 거기에 맞는 요리를 추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막걸리 소믈리에인 셈이다.
“저희 청담1막은 프리미엄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특별하거나 특별하고 싶은 사람이 즐기는 곳 그리고 특별해지고 싶은 사람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로가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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