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빚더미 내몬 소득주도성장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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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빚더미 내몬 소득주도성장 허상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9 00:02:12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다.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고 기업투자와 생산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나 올린 이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소비는 정체됐고, 생산과 투자는 급감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더욱더 벌어졌다. 이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 섰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은 1년새 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으로 가게 사정이 나빠져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빚 부실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33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309조1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7.5%) 증가했다.

1년 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9.5%)과 비교하면 둔화하긴 했으나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4.9%)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237조4274억원)은 한 달 전보다 2조198억원 늘어났다. 올해 들어 1조원대 안팎의 증가세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8월(2조909억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규모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자영업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 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6만2000명으로 지난해 8월(568만1000명)보다 1만9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자영업자 대로, 대출은 대출대로 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자 빚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빛바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의 간담회에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세상에 족보 없는 정책과 이론은 없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경제지표가 말해주듯 소득주도성장은 지금으로선 실패에 가까운 정책이다. 스스로 서민정부를 외치는 현 정부가 정말 국민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하루빨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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