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둔 中 인민해방군, 도로 청소에 나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사회

AFP “이번 조치, 드물고 매우 상징적인 군사 움직임”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9 00:03:56

▲ 16일(현지시간) 시위로 엉망인 된 도로를 청소하고 있는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습 [사진=香港01]

홍콩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시위가 촉발된 지 처음으로 시내 도로 청소에 나섰다.

홍콩01(香港01),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 20분쯤(현지시간)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약 80여명의 중국군은 주룽탕(九龍塘) 주둔 막사에서 나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도로에서 거리에 널려있는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고 철제 바리케이드를 분리하는 등의 청소작업을 했다.

중국군 중 일부는 뒷부분에 ‘특전팔련(特戰八聯)’이라는 글자가 적힌 주황색 농구 옷이나 ‘쉐펑특전영(雪楓特戰營)’이라고 쓰인 파란색 농구 옷을 입고 있었다. 현지 언론은 따르면 ‘특전팔련’은 중국군 서부전구 제21집단군, ‘쉐펑특전여단’은 제76집단군 소속으로 특히 ‘쉐펑특전여단’은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라고 전했다. 쉐펑특전여단은 중국의 항일전쟁 때 큰 활약을 펼쳤으며, 한국전쟁에도 참여한 중국군 내 최정예 부대 중 하나다.

현장에 있던 한 군인은 현지 언론에 “폭력을 제압하고 혼란을 끝내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말했다. 이들은 40분간의 작업을 마치고 오후 5시경 전원 주둔 막사로 돌아갔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법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홍콩 내의 사안에 대해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홍콩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공질서 유지나 재난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될 수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 대변인은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AFP통신은 “이번 조치는 드물고, 매우 상징적인 군사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관영매체들이 그동안 중국군이 시위 진압에 나설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한 적이 있다고 환기했다.

중국군의 이와 같은 행동에 홍콩 야당 의원 24명은 성명을 통해 “주둔 부대는 지역 사안에 개입하면 안 된다”며 “홍콩 헌법인 기본법과 주둔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윌리 람 홍콩 중문대 교수는 “중국군이 홍콩 시민의 반응을 테스트한 것”이라며 “여론의 반대가 없으면 바리케이드 청소에 그치지 않고 다음엔 홍콩 시위자를 청소할 것이라는 메시지다”고 주장했다.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이는 홍콩 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시위대에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대를 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 17일(현지시간)부터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무력 충돌이 일어난 가운데 홍콩 이공대 인근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을 향해 새총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香港01]

한편 17일부터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폴리테크닉대)와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을 빚었다고 홍콩01이 전했다. 이공대는 현재 홍콩 주요대학 중 유일하게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점거 중인 곳이다. 지난주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 끝에 중문대,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철수했다.

18일 새벽 5시쯤 경찰이 교정에 진입하면서 시위대는 경찰의 진입을 막고자 화염병을 던지고 화살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시위대는 자체 제작한 투석기, 새총 등을 이용해 경찰을 향해 벽돌 등을 발사하기도 했다.

경찰 1명이 시위대가 쏜 화살에 종아리를 맞기도 했으며, 경찰 장갑차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불탔다. 양측의 대치로 이공대 교정 곳곳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폭발음이 들리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