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선서 철권통치 독재자 동생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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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탄압 논란에도 당선…소수집단 탄압 우려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8 16:54:12

▲ 지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국방부 차관이 콜롬보 외곽 엠불데니야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후 투표소를 떠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철권통치’로 알려진 독재자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70) 전 국방부 차관이 당선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오후 라자팍사 전 차관이 52.3%의 득표로 42.0%를 얻은 사지트 프레마다사(52) 주택건설·문화부 장관을 앞섰다는 대선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라자팍사 전 차관은 이르면 18일에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앞서 개표가 반쯤 진행된 상황에서 프레마다사 장관은 라자팍사 전 차관의 득표가 50%를 넘자 패배를 인정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했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2005~2015년 철권통치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불교도 싱할라족 출신인 그는 수십 년간 지속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을 2009년에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내전 종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부군이 약 4만5000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 등을 받으며 라자팍사 전 차관은 여러 인권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미국 시민권자임에 따라 미국 국적을 버리고 스리랑카 국적을 회복하는 과정 등에서 결격 사유가 있어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에 발생한 부활절 테러 이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민심을 등에 업고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지난 4월 21일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 성당과 호텔 등 전국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지면서 약 260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스리랑카 인구 다수인 싱할라족 불교도가 이슬람 소수집단을 공격하는 일도 발생했다.

투표율이 84%에 육박한 이번 대선에서 라자팍사 전 차관은 싱할라족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프레마다사 장관은 농촌 빈곤 지역 및 타밀족과 무슬림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다.

라자팍사 전 차관이 당선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종족 및 종교 간 대립으로 국가 통합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슬람 사회와 타밀족 등에서는 소수집단에 대한 불법 탄압이 발생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라자팍사 전 차관은 중국과의 관계회복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은 스리랑카 최대의 채무국인 만큼,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스리랑카 경제에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라자팍사 전 차관이 집권할 시 친중국 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