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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홍콩01(香港01),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홍콩 고등법원은 야당 의원 등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고등법원은 106쪽짜리 판결문에서 “복면금지법은 합리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비례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이는 홍콩의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고등법원은 이 법이 경찰에 마스크를 벗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 “불균형적인 조항”이라면서 “사실상 경찰관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 한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상 상황일 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헌인지 여부는 거론하지 않았다.
복면금지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홍콩 정부는 마스크 착용 금지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홍콩 고등법원은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된다.
복면금지법은 홍콩 정부가 긴급상황규례조례(긴급법)를 52년 만에 발동해 입법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 법안으로,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됐다.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뿐만 아니라,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이를 위반해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남성 247명, 여성 120명으로 총 367명이다. 이들 중 24명은 현재 재판에 회부됐으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가 된 긴급법은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행정장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홍콩 기본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복면금지법이 공공질서에 해를 끼치지 않는 평화 집회 등에서까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해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법제위원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홍콩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판결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신화통신(新華通訊)이 보도했다.
위원회는 “홍콩특별행정구 법률이 홍콩 기본법과 합치하는지 여부는 오직 전인대 상무위원회만 판단·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그 어떤 기관도 판단·결정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은 홍콩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의 단속권을 크게 약화시키고 홍콩 기본법과 전인대 상무위원회 결정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며 “일부 전인대 대표들이 제기한 의견과 건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과 시위대 간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 홍콩 이공대에서 경찰이 교정 내로 진입해 시위자 400여명을 체포했다. 전날부터 19일까지 경찰은 시위대의 저항을 뚫고 진압 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뿐만 아니라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도 처음으로 사용했다.
교내에 남아있는 일부 강경 시위대는 ‘염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만일의 경우 폭탄을 폭발시켜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찰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서까지 작성하고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에 시위대의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에서 경찰 지휘부와의 면담 요청과 함께 이공대 안에 있는 자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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