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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아름다운 노년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2-01 12:16:03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나이 마흔은 아플 수도 없는 나이라고 한다. 40대, 50대 가장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한국의 중년세대는 은퇴가 코앞인데, 은퇴준비는 아득하다. 거의 모든 돈을 자녀교육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리셋버튼이 있다면 누르고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두렵다. 좋든 싫든 우리는 심은 대로 거둔다. 지금 내 모습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결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죽음을 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그렇게 생각한 데는 계기가 있다. 오래 전에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읽은 적이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이렇게 시작되는 시를 열심히 읽었는데, 문득 헌사 앞에 붙인 작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시인은 아주 작은 글씨로 한 무녀(巫女)의 고백을 적어 놓았다.
 
죽고 싶어.
 
무녀는 아폴론 신에게 영생을 구했다. 신은 그에게 영생을 선물했지만 무녀는 젊음을 함께 달라는 것을 잊었기에 영생을 얻었지만 몸이 늙고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다. 몸이 점점 작아져서 작은 조롱 속에 들어갈 만큼 되었다. 철모르는 아이들이 놀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녀가 하는 고백이 “죽고 싶다”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두렵지만 또 어찌 보면 죽음이 있기에 한번 주어진 인생을 신실하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Philip Roth)가 있다. 얼마나 뛰어난 작가인지 살아생전에 그의 이름을 붙인 학회 저널이 있을 정도였다. 그가 노년을 다룬 소설 《에브리맨》을 썼다. 그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180여 쪽 서사로 설명한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작가는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p.162)라고 선언한다. 어쩌면 작가의 선언이 맞는지도 모른다. 늙는다는 것, 무익하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세기를 살았음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형석 교수의 삶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그의 삶은 2008년 8월 14일자 동아일보 칼럼(‘어느 95세 노인의 후회’)에 실린 글 속에 소개된 어느 삶과 비교된다. 무명의 필자는 65세에 당당히 은퇴했고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헌데 그 후로도 30년을 더 살았다. 예정에 없던 복이었지만 안타깝게도 30년을 낭비했다. 스스로 뭔가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수가 이런 실수를 한다. 젊음을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음은 나이지만 늦은 나이에도 청년처럼 사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사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늙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늙는 것은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이렇게 묘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죽었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몸은 75세에 죽었지만 인생은 이미 25세에 죽은 셈이다. 스스로 한계를 그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돌파했다. 남자도 77세를 넘었고 여자도 84세를 넘었다. 누구나 다 늙는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속절없이 늙어서는 안 된다. 여러분 오늘 하루 힘들었는가? 어쩌면 신의 뜻이 그렇게 설계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에게 그것을 이겨낼 힘도 함께 주었다는 사실이다. 기억하자. 우리 진짜 모습은 살아 있을 때보다 떠났을 때 더 잘 보인다는 사실을.
 
살다 보면 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고 아이디어가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 자신은 결코 실패자가 아니다. 그저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한 끝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것이 지혜이다. 청년 때보단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깊은 맛을 깨닫는다. 지금 한국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늘 남을 앞서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삶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나 자신에게 두자.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뭔가 아름다운 일을 해보자. 이 일을 하기엔 너무 늦은 때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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