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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지니 그의 행위를 본받아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잠언 22 : 24 ~ 25>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넘어서면서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외교, 안보, 경제에 이어 정치권에서 조차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상식의 선을 넘은 실세(實勢)들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바짝 긴장하며 검찰을 향해 악마의 손이라고까지 비난하고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못이 드러나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구구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오히려 검찰 개혁만을 외치고 있다. 또 검찰에 대해 정치를 하지 말라고 겁박을 하면서 공수처 설치를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 최고지도자의 공수처 설치 고집은 불변하다. 그는 “공수처는 야당을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쟁점은 더욱 더 커가기만 한다.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심도 커간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요원 절반이 비(非)검사 출신으로 구성되는 공수처는 그야말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권력기관이다. 더구나 청와대의 특검반 외에도 비밀 별동반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런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꼭 공수처가 설치되어야 하는가.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청와대 의도대로 대통령 휘하에 무소불위의 직할 특별 권력이 생겨 완전히 경찰국가(警察國家)가 될 소지가 크다. 적패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검찰을 만든 것이 문재인 정권이 아니었나. 그 검찰의 칼날이 전 정권의 정적을 향할 때에는 정의로운 검찰이었고 그 검찰의 칼날이 살아있는 실세인 자신들을 겨냥 하니까 이제는 정치검찰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내로남불이 아니라 문로남불, 조로남불이 아닌가.
문재인 정권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며 시위를 하고 또 그렇게 하도록 충동질을 한다. 조국 지키기 시위로 세(勢)를 과시한 문 위병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문재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탄핵 당하고 감옥(監獄)에 갈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시위를 멈출 수가 없다.
저들이 잘하는 것은 국민 분열과 흠집 내기와 결집, 그리고 선동과 동원이다. 심지어는 촛불의 신탁을 독점한 듯 적폐 청산에 이어 사법, 검찰, 언론, 교육 등에 개혁 대 반 개혁 반동의 이분법을 들이댄다. 코드와 이념으로 무장된 자기편을 심어 조직을 장악한 사법 개혁이 그랬고 다른 개혁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입제도가 뒤집히고 멀쩡한 특목고가 사라져도 비교적 거리는 한산하다. 제왕적 청와대에 정부 국회가 마비되면서 민식이법 처리가 지연되자 문 대통령은 작심한 듯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선거제도 강제 변경 추진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한국당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 판국에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신 남방 정책이 본궤도에 안착 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 아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권력 비호 때문에 국민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백원우 별동대에서 활동하며 울산시장 선거 첩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수사관이 바로 하루 전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없으면 왜 극단적 선택을 했겠나. 이 모든 일이 문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수사관의 자살에 대해서조차 침묵했다. 문 대통령이 침묵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은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사실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일부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는 대통령 측근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때 국정 과제 1호로 내걸었던 적폐 청산은 바로 전 정권의 이런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민정수석과 대통령 측근 실세 비서관을 넘어서는 윗선이 얽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정황이 그 윗선으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선거 공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대통령과 30년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그의 당선을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일면식 없는 유재수씨에 대해 처음에는 강한 감찰을 주문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유 씨는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두 사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직접 관여했으면 실정법 위반이다. 실정법을 위반한 대통령에게 어떤 벌이 부여되는지는 국민 모두가 잘 안다.
국민이 문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읽은 책을 홍보했다. 그래도 휴일이 끝난 뒤 월요일에는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 사건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 탓만 했다. 문재인의 검찰개혁은 순항할 수 있을까.
어느 정부의 공약보다 선명했던 검찰 개혁 목표는 지금은 최악의 풍랑을 만났다. 선장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아이러니하게도 피고인이 되면서 개혁과 반개혁의 논리가 뒤엉켜버리고 말았다. 대통령으로부터 살아있는 실세에게도 어김없이 칼날을 세우라는 엄명을 받고 칼날을 휘두르던 윤석열 검찰총장, 의리를 지키는 상 남자라고 여당에서 추켜세웠던 총장 역시 국정농단 수사의 영웅에서 개혁 대상으로 내몰았다. 지금 와서 상황이 달라지니까 임기가 정해진 총장에게 물러나야 한다며 적폐대상으로 압력을 넣는다.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사대상이 판사, 검사, 국회의원등 약 6000명인 공수처는 패스트트랙 처리 법안에 올랐지만 검찰 개혁을 담보할 뉴노멀인지 새로운 괴물단지인지 분간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굳이 고집한다면 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하지 말고 국회 통제를 받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처장이 되도록 하되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게 하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공수처가 정치적인 편향성을 갖지를 않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일 경우 큰 위험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세계에 이런 기구가 설치된 곳이 없다. 지금 현실에서는 공수처의 설치는 그리 급하지 않다. 문 정권이 공수처라는 개별 정책에 너무 집착해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은 시대적 요구라고 피력했다. 법조계에선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내년 1월 말~2월 초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춘 대검 고위 간부들을 지방으로 보낼 수 있음을 우려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말 인사 당시 검사장급 이상 간부직 6자리를 비워 뒀다.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지휘한 검사들에 대한 보복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조 전 장관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개 등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줄일 경우 현 정권을 겨냥한 사건 수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전국 41개 직접 수사부서 폐지 방안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현 정권을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팀 간부들이 좌천돼 옷을 벗은 일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현 정권 인사 스타일을 봤을 때 대검 간부나 일선 수사팀 검사들을 한직에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격변을 유념할 때 두려움이 앞선다. 청와대가 연루된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비호는 그보다 훨씬 중대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자초지종을 해명해야 한다. 날씨만큼이나 춥고 차갑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히브리서 9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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