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년 내 관공서에 외국산 PC·SW 퇴출 지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사회

美 정부의 공격에 대한 대응…핵심부품 삼성·인텔이라 한계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1 00:03:38

▲ 지난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중국 정부가 앞으로 3년 안에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외국산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퇴출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모든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 3년 안에 외국산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020년 30%, 2021년 50%, 2022년 20%를 교체할 계획으로, 이른바 ‘3-5-2’ 정책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지시는 올해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위원회로부터 내려왔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번 명령은 기밀이었지만, 중국 사이버보안회사 2곳의 직원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며 “중국 정부가 2017년 만든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자국 제품과 기술 사용을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화웨이, ZTE 등 중국산 제품을 금지시키면서 이에 대응하고 자국산 기술의 공급 체인을 지원하기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등지의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의 5G 관련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급 프로젝트를 가속화시켰다”면서 “3-5-2 정책은 빙산의 일각일 뿐,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화웨이, ZTE, 메그비, 수곤 등과 같은 중국 IT기업들이 어떤 위협도 받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컴퓨터 교체 물량은 2000만~3000만대가 될 것으로 추산되며, FT는 휴렛팩커드(HP), 델 등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 기관 대부분은 중국 기업인 레노버(Lenovo) 데스크톱 PC를 사용하고 있으며 레노버 PC 안에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 등 주요 부품은 한국이나 미국 기업이 생산한 것이다. 레노버 데스크톱 PC의 프로세서 칩은 미국 인텔, 하드 드라이브는 한국 삼성, 운영체제(OS)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하드웨어는 자국산으로 바꿔도 소프트웨어까지 자국산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에서 독자 개발한 ‘기린 OS’의 경우 미국산에 비해 호환성이 크게 떨어져 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이 사실상 한국이나 미국산이라 이에 버금가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FT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으려고 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첫 반격 조치를 드러냈다”면서도 “이와 함께 막대한 교체비용으로 인해 민간기업에 까지 이 조치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