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실패, 이제는 인정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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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2 00:02:58

부동산114가 2017년 1월부터 올해 12월 초까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시스템에 매매 신고가 이루어진 24만 162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격이 8억 2376만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9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간층인 3분위 소득자(연 소득 5032만 8000원)가 서울 중간가격(8억 6245만원)의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1년을 모아야 한다고 한다.

이는 소득의 반을 쓰고 반을 저축한다 해도 서울의 집 한 채를 사기 위해선 30년이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30대에 집을 산다 해도 30년 이상은 빚을 갚는데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도 인생의 1/3은 빚을 갚는데 쓰인다는 말이다.

사실 2017년 상반기에만 해도 서울의 아파트 평균매매 가격은 5억 8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2년 반 만에 평균 2억 38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이제 서울의 아파트는 젊은이들에게 근접할 수 없는 재산 목록이 돼 버렸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이 안정화돼 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의 집값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이후에도 서울의 집값은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12월 첫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13% 상승해 11월 마지막 주의 0.11%보다 더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전까지 강남4구를 중심으로 오르던 아파트값은 이제 경기도 등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과천이 0.88% 상승한데 이어 하남과 미사신도시는 0.59%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정책이 공급이 줄 것이란 불안 심리를 낳으면서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신축 구입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심리라고 한다. 너도나도 공급부족에 소비심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해 2021년 공급 절벽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과 달리 공급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부동산114는 내년 아파트 입주(완공) 물량이 4만 012가구로 올해에 비해 소폭 줄어들며 2021년에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 1939가구로 올해의 절반에 그친다고 추정했다. 반면 정부는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2021년과 2022년 모두 4만 3000가구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절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분양 공고를 마치고 입주 시점이 확정된 아파트만 집계한 반면, 국토부는 분양을 하지 않았다 해도 행정절차상 2021~2022년 무렵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포함했다.

아파트의 입주는 꼭 정해진 시기에 된다고 볼 수 없다. 자연 재해로 인해 늦어질 수 있으며 재건축의 경우 조합 사정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사고 늦춰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예측에 대해서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파악하고 다양한 분야 의견을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 귀를 막고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독선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이 있다. 눈앞에 드러나는 현실과 시장의 흐름을 외면해선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때로는 자신의 실책이나 분석이 잘 못 됐음을 인정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복지부동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변화하고 대응할 줄 아는 정책, 그런 정책이 아니라면 늘 변화하고 심리에 따라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없다. 남들은 다 아는 것을 자기만 모른다 하면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