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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에 따르면 이달 10일 오후 4시께 A(34)씨와 아들 B(12)군이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6개 등 식료품 1만원어치를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A씨는 당뇨와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임대주택에서 6개월간 요양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굶주림을 참지 못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자의 사정이 알려지자 주변의 도움이 이어졌다. 마트에 출동했던 경찰은 훈방 조치와 함께 국밥을 대접했다. 또 마트에서 이들 부자의 사정을 듣던 한 시민은 해당 식당을 찾아 A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경찰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A씨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B군에게는 무료급식 카드를 지원했다. 물론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어도 밥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연세 많은 노인층에는 더욱 빈번하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한 노인들이 고용시장에 몰리면서 노인 고용률도 OECD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들이 주로 임시·일용직 등 질 낮은 일자리에 몰리고 있어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프,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3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 14.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층 고용률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37.4%) 뿐이었다.
노인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전일 공개한 ‘OECD 통계에서 나타난 한국 노인의 삶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OECD에서 집계한 2016년 기준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은 43.8%에 이른다.
이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43.8%가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위소득은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한 가운데 있는 수준의 소득을 의미한다. 한국 노인의 소득빈곤율은 OECD 평균 13.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전체 회원국 중 1위다.
이렇듯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의 생계형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거쳐 구제되고 있으나 경제활동력이 갈수록 떨어짐으로써 새로운 범죄로 이어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도는 명백한 범죄다. 하지만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상황까지 만든 것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연말이면 울려 퍼지는 구세군 종소리에도 요즘엔 대부분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바쁘고 치열한 사회에서 살다보면 누구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낙오자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우리의 이웃이다. 일 년 동안 항상 봉사하며 살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연말에는 좀 더 주변을 살피고, 우리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이 대한민국이 더 살만한 나라가 되는 길이 아닐지 생각한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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