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家 정유경 지분 매각에 징벌적 상속제 반발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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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에도 악영향…경제 대들보에 책임 묻는 정부 태도 바뀌어야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16 12:53:35

▲기업에 대한 상속·증여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 세습 방지를 명분으로 국가가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30만주를 매도한 가운데 기업의 상속·증여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 세습 방지를 명분으로 국가가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과로 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기업실적,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경제 전문가 등은 상속·증여세 제도가 보다 현실을 반영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사장총괄이 보유 지분 30만주(4.2%)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644억5300만원에 달한다. 정 총괄사장은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4월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21.01%)를 증여받아 지분 21.4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같은 해 7월 증여세 납부 등의 목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만주(2.1%)를 매각해 지분율이 19.34%로 낮아지기도 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율은 19.34%(138만964주)에서 15.14%(108만964주)로 감소했다. 다만 2대 주주 자리는 지켰다.

정 총괄사장에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총 7200억원대라는 상속세와 마주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상속세 규모는 그동안 납부된 상속세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1위는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신창재 회장 등 유족이 납부한 1830억원대 상속세다.

최근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주식의 상속세 규모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이 남긴 주식 지분은 한진칼 17.84%, 한진칼우 2.4%, 한진 6.87%, 대한항공 0.01%, 대한항공우 2.4%, 정석기업 20.64% 등이다. 해당 주식들의 상속세 규모는 27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 총수 일가가 수백, 수천억원대 상속·증여세를 낸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며 기업이 경영하기 힘든 조건을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은 2위 규모다. 하지만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할 경우 세율은 65%로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다. 최대주주 할증은 최대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30%를 상속세율에 가산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대주주 할증과 같은 제도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일가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현물납부하거나 수년에 걸쳐 상속·증여세를 분할납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줄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곧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짙어진다.

이에 국회의원, 경제 전문가 등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제도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부담 가중이 장기적으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경영 현실을 반영해 완화·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OECD 국가 중 상속세를 운영하지 않는 나라가 13개국이나 되며 상속세가 있더라도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큰 폭의 감면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상속세를 통해 소득재분배가 개선되지 않고 경제활력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 일자리와 투자의 대물림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해외 국가와 같이 상속·증여세를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과도하게 높아 기업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경영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최근 신세계나 한진그룹, LG 등의 사례도 그렇지만 주요 기업들이 상속·증여세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원활하게 해결한 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 기업들이 상속·증여세에 준비가 안 된 상황인데 회사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기업 실적,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과 사회가 보다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발전할 수 있도록 상속·증여세율이 보다 현실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이유로는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게 더 맞지 않냐는 의견에 따른 것도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전문경영인 제체로 큰 성공을 일군 사례는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