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경제성장, 국민들은 지쳐간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말뿐인 경제성장, 국민들은 지쳐간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2-26 13:57:36

지난해 마지막 날,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에는 경제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경기가 하향곡선을 타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내년, 그러니까 지금 기준으로는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배경엔 고용과 소득분배 등을 꼽았다.

그러나 올해 대한민국은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0년여만에 2.0%대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 전망치(2.0%)가 현실화돼도 근 10년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변이 없는 한, 문 대통령의 예상은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 2017년 말, 문 대통령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거시지표가 긍정적일 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사람중심 경제가 역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국민이 공감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년 전에도 문 대통령은 이듬해 경제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던 셈이다. 당시 근거도 소득분배 등을 꼽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다. 세계평균(3.04%)에 못 미쳤고 전년도 경제성장률인 3.2%에 비해 그 폭이 줄었다. 따로 세세한 지표를 언급하지 않아도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전년에 비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12년(2.4%)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지켜봤을 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억울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기둥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 업황이 세계적으로 나쁜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 예상할 수 없던 변수가 나타나기도 했다.

경제 흐름상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와 우리 경제의 하향기가 겹쳐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주기 상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고점 시기가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추락하는 한국 경제에 제동을 걸 수는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기업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우리 경제의 시야를 넓히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 무역환경을 개선할 수도 있었다. 하락곡선을 최대한 완만하게 만들고 하향세를 타는 와중에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셈이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브레이크를 걸긴 커녕 경제 위기를 부추겼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앞세워 기업 옥죄기에 나섰고 불필요한 외교 마찰을 빚어 교역환경도 악화시켰다. 과도하게 복지를 늘리다보니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세금이 늘었다.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곤 하나 현재의 경기 침체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없다곤 보기 어렵다.

기자가 올 한 해 취재를 다니며 만났던 기업인들, 자영업자들, 학자들, 학생들 모두가 어려운 경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한숨의 깊이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컸다. 문제는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와중에 내일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관측했다. 안타까움을 넘어 무서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엉뚱하리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펼치는 문 대통령에 실망한 시민들은 갈수록 늘어가고만 있다. 연일 외치는 ‘소득주도성장’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줄고 있다. 차라리 실패를 인정하고 조금만 더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오히려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둬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더 많은 상황에 적합한 발언은 아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그 말도 가벼워선 안 된다.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근거가 확실해야 할 것이며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럴듯한 말만 내뱉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태도는 국민들을 지치게 만들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임기 반환점을 지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말뿐인 경제 살리기는 곤란하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냉정하게 우리 경제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이상 이전에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의 현실이 더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 내년이 되길 기원한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