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경제정책에 무너지는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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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 경제정책에 무너지는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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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21 00:02:11

최근 정부는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가 17일 발표한 경제동향에는 두 달 연속 ‘성장 제약’이라고 표현했던 수출과 건설투자가 ‘조정 국면’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설비투자는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평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주요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2% 감소했다. 세계 경제 둔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 속에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등 회복세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경제를 떠받치는 30·40대 취업자 수가 각각 5만3000명과 16만2000명 감소한 데 대한 평가는 빠졌다. 40대 취업자의 경우 지난해 28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경제 낙관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경제 상황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경기 낙관론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중산층의 위기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 줄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이 줄다보니 고용도 줄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12만명 가량 감소한 반면 종업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명 가량 늘었다. 2000년 8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아예 혼자 영업을 하거나 기존에 있던 종업원을 없앤 ‘나홀로 사장’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감소했고, 이는 결국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경제정책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제조업과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끝내 성장률 하락은 피하기 힘들다. 국가 입장에선 성장률이지만 가계나 기업 입장에선 매출과 직결된다. 성장률이 줄어든다는 건 매출이 줄어든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데 매출이 줄어든다면 현상유지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의 경제정책은 오히려 이러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현금살포식 재정투입 정책이 아니라 혁신적인 규제개혁과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선심성 행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규제개혁은 기득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구조조정은 실업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청와대와 정부의 과감한 결단만이 위기에 빠진 중산층과 가계, 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