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삼성생명 진영묵 대표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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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29 00:02:49

최근 금융권 화두는 단연 소비자 보호다. 은행부터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회사 수장이 직접 나서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격상시키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비단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사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도 소비자보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인력을 대폭 늘리고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수익·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은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포부다.

금융권 전반에 걸쳐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DLF와 라임 사태로 인해 막대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소비자 보호를 뒤늦게나마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다. 다만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수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삼성생명 수장을 맡게 될 전영묵 대표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명실공히 생보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생명이지만 최근들어 부쩍 소비자 보호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만 1900만 건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물론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었다.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말그대로 소비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로부터 지급거부를 당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한 걸 의미한다. 삼성생명은 11만9370건 중 1444건을 부지급했다. 라이나생명(1400건), 교보생명(802건), NH생명(7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부지급율은 1.21%였다. 1.5%대 부지급률을 기록한 DGB생명, KDB생명, NH농협생명보단 나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낮은 수치라고 보기도 힘들다. 국내 생보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생명이 정작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안 주는 보험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금융당국 권고에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등 보험금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과 소송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암입원보험금 관련 생명보험사 분쟁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권고한 551건 중 39.4%인 217건만 전부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63건(47.7%)은 일부만 수용했다. 71건(12.9%)에 대해서는 지급 권고를 거절했다.

삼성생명의 전부 수용률은 생명보험사 평균(55.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0.1%와 71.5%의 전부 수용률을 보였다. 삼성생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삼성생명은 지난 3분기 기준 분쟁관련소제기현황에서도 신청건 2227건, 중·반복 신청건 제외 건수 1393건 등을 기록해 업계서 압도적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에 올랐다.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기 위해 금감원의 권고도 무시한 채 암 치료를 받는 환자를 상대로 분쟁과 소송을 불사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전 신임 대표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영업력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은 물론 삼성생명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이끌어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선 전 신임 대표가 자산운용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만큼 수익성 개선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의 경우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비중이 적지 않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우선 소비자 보호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전 신임 대표의 책임경영을 기대해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