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77일 대전충남-대구경북 의원들 한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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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지정법안 놓고 충돌…“충남, 세종시로도 충분” vs “비수꽂는 행위”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1-29 16:30:25

▲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23일 태안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 일각의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저지 움직임’과 관련해 강력한 규탄의 뜻을 밝혔다. [사진=충남도]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문제를 놓고 충남지역과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이 충돌했다. 자유한국당 TK 의원들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법안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이번 충돌은 오는 4월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충돌은 자유한국당 TK 의원들이 지난 20일 지역공약 개발을 위한 만찬 간담회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막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촉발됐다.

이 자리에서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갑),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 김재원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 등은 “충남은 세종시에 공공기관이 많고 세종특별자치시가 대규모 혁신도시인 만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며 “법안이 통과되면 TK 지역의 이익과 상충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의원은 관할 상임위원회인 산업자원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자중기위) 이종구 위원장(자유한국당, 서울 강남구갑)에게 상임위 전체회의에 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도록 요구하기로 하는 한편, 2월 임시국회를 넘겨 법안 자동 폐기를 유도하기로 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혁신도시는 현재 10개 시·도에 지정돼 있다. 지정돼 있지 않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는 만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 혁신도시를 지정하자는 내용이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활성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혁신도시가 없는 대전과 충남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지역 내 이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과 10월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대전 서구을), 김종민(논산·계룡·금산)의원과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홍성·예산)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같은 해 11월 28일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해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충남도는 “성난 민심에 기름 끼얹는 망언”이라며 TK 의원들을 성토하고 나섰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충남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원이 통과 저지 방침을 세운 것은 상처 난 충청인의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다”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털끝만큼의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양 지사는 이어 “지난 1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여러분이 꿈꾸는 혁신도시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해 밝힌 바 있다”며 “황교안 대표의 이 발언은 무엇이고, 이번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원의 특별법 통과 저지 방침은 또한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다.

또한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과 함께 중지를 모으고,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것인지를 지적하고 시정하는데 앞장서겠다”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혁신도시 지정이 이뤄질 때까지 강고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 역시 TK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다. 노조는 같은날 성명에서 “자유한국당 TK 의원들이 충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혁신도시 저지’라는 연대전선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좀비집단인 TK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어 “4.15 총선 때 낙선운동까지 전재할 수 있음을 밝혀둔다”며 “주호영·곽대훈·정태옥·김재원 의원들의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진 사람들은 대전·충남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추진을 재확인한 가운데, 우선 비난의 화상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자유한국당 대전시·충남도당은 성명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법안통과는 15년 동안 역차별 받아온 대전·충남도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혁신도시 법안통과에 소극적이고 고비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야당이 아닌 바로 문재인 정권이었다”며 “대통령의 인식부족과 민주당의 충청 홀대, 역차별 방관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양승조 도지사는 사죄하고 혁신도시를 이용해 표를 구걸하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내달 열리는 국회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 특별법의 상정·처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별법 저지에 나선 주호영 의원 등은 법안처리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TK 정치권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반면 충남도는 대전·세종·충북 등 충청권과의 연대를 통해 2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달 특별법의 처리여부에 따라 총선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며 “지역 간 다툼으로 비춰져서는 안 되며, 국가발전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기자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