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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와 현실닥터를 응원함

스카이데일리 칼럼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2-07 0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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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옥 부장(국제부)
요즘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가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1·2부 시청률이 전국기준 17.7%, 20.8%를 기록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난 2016년 11월~2017년 1월에 방영됐던 의학드라마였는데 기자는 이번에 시즌2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이전의 의학드라마와는 달리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냉엄한 의료 세계에서 인간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외진 곳에 위치한 돌담병원은 이름부터가 현대의학이나 첨단과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설정이다. 병원 내부는 그 흔한 리모델링도 한번 없이 오랜 세월 견뎌온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현관 위 간판의 불빛도 하나가 깜빡거리면서 쇠락해가는 병원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이곳에서 병원 운영의 효율성의 내세우는 경영진 측 의사들과 효율보다는 인간을 앞세우는 돌담병원 외과 천재 의사 김사부를 중심으로 한 다른 의료진들이 대립하는 구도이다. 서울 본원 이름이 거대병원이라는 설정 또한 돌담병원과의 대립각을 돋보이게 한다. 스스로 낭만닥터를 자처하는 주인공 김사부는 ‘어떻게든 사람은 살린다’는 원칙 아래 병원경영의 원칙을 내세우는 사람들에 저항하며 소신껏 사람들을 치료하고 살려낸다.
 
김사부를 보면서 오버랩되는 의사들이 있다. 지난달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그 중 한 사람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맡아 운영했던 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외상센터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평교수로 조용히 지내겠다”고 말했다.
 
중증 외상 분야의 외과 전문의인 이 교수가 전 국민적 관심의 집중을 받은 것은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의 해적에 1만톤급 화물선 삼호 주얼리호가 납치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일명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전개되면서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살려낸 이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이란 별칭이 붙은 석 선장과 함께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이후 2017년 11월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외상 및 총상 치료 부문에서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생에는 부침(浮沈)이 있기 마련이듯 이 교수에게 영광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소속해 있던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으로 결국 지난달 그는 그토록 애정을 갖고 지켜오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처했던 현실보다 더 암울했다. 이 교수는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면서 사임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모델이 이국종 교수라는 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서는 김사부 역은 아니지만 이 교수를 오마주한 장면을 넣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저서를 통해 자신이 어린 시절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계기를 설명했다. 국가유공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지병이었던 축농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면서 의료복지카드를 사용했는데, 병원에서는 돈이 안 되는 환자였기 때문인지 진료를 거부당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다 한번은 자신을 일반 환자와 같은 대우를 해주는 병원이 있어 오히려 의아해하면서 “왜 저를 일반 환자와 똑같이 대해주느냐”고 물었고, 간호사로부터 “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썼다.
 
그 후 그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아픈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 교수가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아픈 사람을 대하는 원칙은 예산문제로 병원과 충돌하게 됐고 결국 그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제 외상외과 관련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낭만닥터’가 ‘현실닥터’로 변하는 과정이 보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해 드라마 속 설정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병원의 의사들은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전염병에 감염돼 숨진 의료진도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환자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인간의 생과 사를 가르는 의료행위는 그 무엇보다 존중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인간의 생명이 절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란 원칙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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