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방문 환자 진료거부 사태에 지역 보건소만 ‘분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건·사고

복지부 “의학적 판단 없으면 법 위반 소지”…관련단체에 협조요청

홍대업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12 13:17:19

▲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장인들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사진=스카이데일리DB, 자료 제공= 복지부)

“일단 중국만 갔다 왔다고 하면 병원에서 진료보기를 꺼려한다. 신종 코로나 증세와 무관하고 전혀 다른 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려 해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진료를 보지 못했다는 입장에서 진료거부와 관련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경기도 A시 보건소)

“병원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선별진료소나 보건소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환자에게 여행력과 환자 접촉력, 증상 등을 체크한 후 선별진료소를 안내하는 것은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설명이 부실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민원을 제기한다.”(부산시 B구 보건소)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 일선 보건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 지역은 공식적으로 의료기관의 진료거부 행위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곳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적지 않게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료거부와 관련된 민원이 모두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신종 코로나 환자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로 관측된다.

이는 진료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자칫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 무관한 사람까지 진료거부하면 위법

일선 의료기관에서 보건소에 제기된 민원처럼 신종 코로나와 관련 의학적 판단 없이 환자의 국적 등만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국적 등’이라는 것은 중국인, 중국 여행력이 있는 사람, 발열과 호흡기 증상 등 신종 코로나와 무관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함께 충분한 설명 없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안내하게 되면 관할보건소에 민원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의료법 15조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해당 의사는 행정처분과 형사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의료법 15조에서는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유권해석한 정당한 사유는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인력·시설·장비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등 8가지다.

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이처럼 정당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진료를 거부하면 법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과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이 뒤따른다.

“무조건 보건소·선별진료소 가라는 안 돼…의학적 판단 전제돼야”

복지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 민관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7일에는 6개 보건의약단체에, 10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진료거부 금지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복지부는 이 협조문에서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과는 다른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경우에는 의심환자가 아니라면 일상적인 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즉시 치료 필요성과 감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중국 방문 후 14일이 경과된 이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학적 판단이 아닌 국적 등만을 이유로 진료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 소지가 있는 만큼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 판단 없이 국적이나 특정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예시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민원 막으려면 의료기관의 충분한 설명 필요

이와 관련 경기도 A시 보건소 관계자는 “중국을 방문했다고 하면 진료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고 민원도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 증상 유무와 관련 없이 진료거부를 하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B구 보건소 관계자는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 증상과 관련 간호사나 직원이 환자에게 대신 설명하고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환자 입장에서는 불쾌감이 있을 수 있고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남시 분당구보건소는 최근 신종 코로나와 관련 진료거부 민원이 제기돼 이의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의료기관에 발송했다가 지역의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대업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홍대업 기자 dbho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