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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권 및 정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문을 열어 1개월간 진행될 임시국회는 총선 전 마지막 회기인데다 금융당국의 숙원이자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금소법 통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더욱이 출범 3년 만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살아날 수 있을지도 판가름 날 상황이다.
DLF·라임사태 등 문제로 금소법 통과 가능성 ↑
앞서 여야는 이번 회기에서 계류 중인 비쟁점법안 170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그 중 민생법안으로 손꼽히고 있는 금소법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 등 주요 금융법안이 잇따라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소법은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DLF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끌어온 법안이라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되는 것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바람직하지만 금융사들에게는 일정 부분 부담이다”라고 했다.
금융기업들에게는 반드시 반가울 수 만은 없다. 금소법은 금융사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점 사항이다. 현재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는 각 금융업권별 법에 따라 제각각 규정돼 있고, 그 수준도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는 그간 일부 금융상품에 적용하던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등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금융사들에게는 부담스럽다. 더욱이 이를 위반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과 과태료 등 강한 제재가 부과되고, 계약 후 일정 기간 내 청약 철회 가능 등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 방안도 담겨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매우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무위 통과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등 핵심 쟁점사안이 빠져 알맹이가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선언적․선도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런 만큼 21대 국회에서 이를 강화하는 개정안도 논의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올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금소법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 있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쉽사리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금소법은 일부 쟁점을 제외한 채 작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돼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사위는 다음주 중, 본회의는 27일 혹은 다음달 5일 각각 열릴 계획이다. 금소법이 포함된 민생법안은 27일 처리될 예정이다.
케이뱅크 ‘회생’은?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전망은 금소법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과 함께 엮여 상정될 경우 국회 통과 여부가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나와 우려된다. 지난 임시국회에서도 인터넷은행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소법도 발목이 잡힌 바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무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문제가 됐고, 이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더라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로 변경해 5900억원을 투입 받아 자본금을 1조원대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가능케하는 개정안이 통과 되면,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주주들 또한 대규모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자본금 확충에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난 임시국회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의원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 의견을 내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짙어진 상황이다.
케이뱅크에 불리하게 이번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제1호 인터넷은행’이 무너지게 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확충 길이 막혀 제1호 인터넷은행이 좌절한다는 사실 자체로 금융권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며 “최종적으로 개정안 통과와 함께 우회적으로 케이뱅크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바람이자 예상이다”라고 말했다.
예금자보호법-보험업법 개정안은 무산 위기
이번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는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등은 정무위에서 멈춰 자칫 폐기될 운명이다.
착오송금 구제법은 지난해 금융위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자에게 돈을 우선 지급한 후 예보가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금세 통과를 예상했지만, ‘개인 실수를 정부가 보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의원의 반대로 인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도 의료계가 환자 데이터 유출 및 악용, 행정 부담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폐기될 상황을 맞고 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를 성토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에 종이 서류로 내는 걸 전산화하자는 것에 불과한데 의료계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통과되길 바랐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최근 보험개발원도“실손보험은 보유한 계약·사고 통계 분석을 통해 실손의료보험 상품구조 개편과 비급여 관리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특히 비급여 과잉진료비 청구에 대한 분석·문제 제기 등을 통해 비급여 표준화 확대와 비급여 수가 편차의 축소 등을 보건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보험개발원은 “청구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복잡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지만,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다루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가 힘들어짐에 따라 보험개발원의 지원 약속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민구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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