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손해율 낮출 대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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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손해율 낮출 대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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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구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19 00:02:31

요즈음 손해보험사들은 울고 싶다. 높아진 손해율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지난해 무려 세 번이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지난 1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폭설, 한파 등이 없는 따뜻한 날씨가 손해율을 낮췄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든 덕택에 일시적으로 손해율이 90%대로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최근 동향은 12월 120%를 넘어서는 등 손해율이 커지고 있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78~80% 수준이 돼야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그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손보사들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동차보험료나 실손보험료를 찔끔찔끔 올리는 것으로는 새발의 피다. 과도한 수리비의 자동차 보험 청구, 무조건 과잉진료에 나서는 실손보험 가입자들로 한없이 높아진 손해율을 줄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손해율을 적정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특단의 조치만이 필요하다.

올해로 2001년 자동차 보험료 완전 자유화가 이뤄진지 20년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보험료를 크게 올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손보사들은 겉으로는 실손 보험료 인상요구를 거듭 요구하지만, 속으로는 눈치 보기 바쁘다. 말로만 보험료 자율이지 아직까지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 마음인 탓이다.

이렇듯 손보사들이 손해를 볼지언정 수익을 제대로 창출할 수 없는 악순환은 최근 들아 반복되고 있다. 이런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손보사에 대한 시각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손보사라는 업종의 사업성과 수익성이 손보업계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 3~4년 전 손보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던 상황에서 40%대로 주저앉은 이유이기도 하다.

손보사들의 적절한 수익이 없다면, 고객 서비스 또한 양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손보사들은 조직 슬림화나 사업비 절감 등 자구 노력도 펼치기는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과거 손해율이 낮을 때, ‘비오는 날(rainy days)’를 위해 유보하는 지혜 또한 갖지 못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일부 손보사들은 올해부터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가입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겠는가. 결국 손보사들의 손해가 소비자 이익을 갉아먹는다는 얘기다.

손보사들은 입을 모아 시장 핑계를 댄다. 포화된 시장에 사업비 지출이 높을 뿐 아니라 과잉진료 등이 일상화돼 손해율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보험료를 올려달라는 얘기는 꺼린다.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안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미래를 비관한다. 손보사들 규모에 관계없이 시나브로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며, 극단의 경우 시장 철수나 손해율 높은 보험 상품 판매 중지라는 무리수도 나올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더욱 난망스러운 것은 손해율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험료 인상은 새로 가입한 고객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 효과는 하반기에 가야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자유’나 ‘자율’이라면서 금융당국의 ‘관리’를 당연시하는 손보업계 분위기를 지속시킬 것인가. 손보사 스스로 정신 차려야 한다.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손보사들 역시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손해율 부담이 커져서 망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보험료 인상을 단행을 이뤄내 기업의 지속성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융당국 또한 ‘자율’이라는 ‘립 서비스(lip service)’를 거두고 손보사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할 시점이다. 고객들 역시 손보사들 ‘가성비’를 따지는 것에 꼼꼼해야 하지만, 과잉진료를 남용하거나 시장 가격을 후려쳐서 스스로 받을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불합리한 행태를 멈춰야 할 때다.

정민구 mgjung@skyedia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