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신이 인간에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특히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따뜻하게 만드는 최고의 소통도구다. 지친 이에게는 용기를, 고단한 자에게는 휴식을, 절망한자에게는 희망을 주는 선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노래를 통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흥’과 ‘정’이 많은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보다 노래는 세상일에 지친 이를 불러 세워 쉬게 하는 매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모임인 ‘서울행복합창단’과 이화의료원 여성암 환우들로 구성된 ‘해피바이러스합창단’은 신의 선물인 노래 보따리를 이웃을 향해 풀어놓는 봉사단체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노래와 희망을 전하는 아마추어 노래꾼들이기도 하다.
류단열 지휘자, 선명회 출신 자부심·세상욕심 내려놓고 이웃 향해 지휘봉 잡아
무엇이 그들을 노래하게 하고 세상의 낮은 곳으로 이끌었을까. 서울행복합창단 임영신 단무장(총무), 해피바이러스합창단의 박 경 단장, 두 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류단열 지휘자를 만나 그들의 삶의 얘기를 들어봤다.
“저희 합창단은 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치유를 받고, 또 에너지를 얻어서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노래를 통해 전달하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전달받은 사람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많은 교감들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죠.”
류단열 지휘자는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출신의 실력파 성악가 겸 지휘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디션을 거쳐 선명회어린이합창단에 들어간 류 지휘자는 한국 합창계의 거장 윤학원 선생으로부터 합창과 지휘를 보고 배웠다.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1960년 8월 20일 자선단체인 세계기독교선명회에 의해 창단됐다. 1998년 9월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으로 개명한데 이어 2016년 3월 월드비전합창단으로 바꿨다. 창단 이래 3000여 회의 국내연주를 비롯해 국가원수를 위한 연주, 외국국민을 위한 연주, 국내외 초청연주 등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쳤다.
“당시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독일의 빈소년합창단과 같은 시스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성악·무용 등 합창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어요. 합창단 지휘자셨던 윤학원 선생님에게서 음악적인 교육을 철두철미하게 받았죠. 영어·이탈리아어·독일어 등으로 된 노래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성인이 돼서 배운 교육보다 어릴 적 조기교육으로 윤학원 선생님께 음악과 합창에 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죠. 특히 자선·구호를 위한 기독교 단체인 선명회의 정신을 윤학원 선생님이 합창을 통해 어린단원들에게 많이 교육을 하셨죠.”
“하지만 어린나이에 통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14살 때 ‘변성기’라고 거짓말하고 합창단을 나왔죠. 이후 축구도 하고 미술도 하고 친구들과 헤비메달 밴드를 만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성악을 공부하게 됐죠.”
음대에서 성악을, 대학원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한 류 지휘자는 오디션을 통해 ‘김자경오페라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음악계의 만연한 학벌주의는 그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당시에는 제 자신이 ‘선명회’ 출신이라는 프라이드가 대단했죠. 그런데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유학이라도 다녀와야 오페라 단역이라도 줄 텐데, 제게는 합창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자존심이 무척 상했죠.”
류 지휘자는 이후 부모님을 도와 교회용품업을 운영하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에 중고자동차매매업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때는 어느 정도 사업이 풀리면서 사회에 많이 젖어 있었죠. ‘봉사활동’이란 말은 귀에도 안 들어왔어요. 하지만 사업을 접으면서 욕심을 다 내려놨어요.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던 중에 서울 목동중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어울림여성합창단’의 지휘를 맡게 됐어요.”
“이대 목동병원에 해피바이러스합창단이 있어요. 여성 암환자들을 위한 합창수업이죠. 저의 어머님이 지휘를 하셨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제게 맡아달라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를 위해서 지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울림여성합창단 지휘를 그만두고 해피바이러스합창단 지휘를 맡게 됐죠. 아무래도 몸이 아프다 보니 연습과정이 힘들어요. 소리를 끝까지 다 못 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분기마다 한 번씩 병원 로비에서 연주를 하고 있어요.”
“연주 전에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우리는 부족한 합창단입니다. 우리 이렇게 연습 했습니다’라고 떳떳하게 얘기를 하고 합창을 시작합니다. 막상 노래를 들려드리면 ‘생각보다 좋다. 생각보다 잘한다’ ‘감동이 밀려든다’ 이런 얘기도 하시고, 합창이 끝나면 암 환우분들이 막 울기도 하죠. 같이 손 붙들고 울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거죠. 서울행복합창단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노래를 해서 기쁨을 얻으면 노래를 듣는 분들에게 전달이 되거든요.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를 찾는 거죠.”
박 경 단장 “노래 통해 감동 전해지길”
해피바이러스합창단은 2011년 9월부터 이화의료원 여성암 병원이 여성암 환우의 효과적인 치료와 건강한 생활을 위한 ‘Power up’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하는 합창교실이다. 여성암 치료회복을 문화 프로그램이라 할수 있다.
병원에서 암 투병중이거나, 퇴원 후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합창단원은 25명으로 매주 금요일 합창연습을 한다. 매분기 한 번씩 이대목동병원과 이대서울병원에서 공연을 갖고 있다. 체력이 허락지 않아 다른 병원을 찾아 공연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는 형편이다.
해피바이러스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 경 씨는 항암치료 후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엔 내가 마음을 둘 곳이 없어서 어디든 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합창단에 들어갔죠. 합창단원 중에는 현재 입원해서 치료받고 계신 분도 계시고,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나서 2, 3년 내지 5년, 10년 지난분도 계세요. 암 치료가 단기에 끝나는 게 아니라 정기검사를 해야 하고, 여성암 같은 경우는 장기적으로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죠.”
“단원들 수가 적어 소리가 약하면 더 많은 단원들이 들어오기를 바랐어요. 공연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하지만 ‘공연을 위해 단원들을 힘들게 안 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가 정기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는 이유는 꼭 공연을 하기위해서 만은 아니에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서로 위로받게 되고, 공연을 하다보면 환우들과 단원들은 서로를 응원하게 되죠.”
“합창은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합창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죠. 저희들의 합창을 통해 많은 환우들이 감동과 회복의 은혜를 입었으면 좋겠어요.”
임영신 단무장 “합창단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올해 창단 7년째인 서울행복합창단(단장 류을상)은 요양원, 교도소, 무료급식소, 병원 등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합창을 통해 봉사하는 모임이다. 암 치료차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류 단장이 병원 환우들을 위한 합창공연을 접한 후 ‘봉사 합창단’을 만들기로 하고 지역신문에 모집공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현재 약 35명인 단원들은 연령이 40대부터 70대까지, 직업도 직장인·자영업자·은퇴자 등 다양하다. “행복합창단은 퇴직 이후에도 재능기부를 하면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들이에요. 최근 단원들이 많이 바뀌어서 ‘제2의 창단’이라는 마음으로 창단연주회, 정기연주회, 순회연주회까지 계획하고 있죠.”
몸이 불편한 류 단장을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임영신 단무장은 ‘봉사란 몸과 마음에서 배어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많이 보기도 하고 참여도 했어요. 또 아버지가 ‘모든 죄는 욕심에서 부터 나는 것인 만큼, 나부터 생각하지 말고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남부터 챙기는 습관이 생기더군요.”
“저희 합창단이 잘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연습한 만큼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봉사단체인 만큼 연습을 열심히 해서 공연 때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감동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죠. 합창을 하면 너무 행복해요. 이런 마음을 잘 유지하면서 제가 체력이 될 때까지 합창단에서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저의 개인적인 소망이에요.”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