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중단됐는데…산업은행, 뒤늦게 라임펀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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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라임플루토 펀드’ 판매…시중은행은 4월 초 이미 판매 중단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2-24 16:23:14

▲ 라임자산운용(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에서 1조원대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뒤늦게 라임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왼쪽)과 기업은행 ⓒ스카이데일리

라임자산운용(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에서 1조원대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뒤늦게 라임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소비자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8일 사이 고객에게 ‘라임레포플러스 9M(레포플러스)’ 펀드를 판매했다. 해당 펀드의 총 판매금액은 60억원 정도로, 아직 환매가 이뤄지지 않은 펀드 잔액은 37억여원(28계좌)이다. 산업은행이 판매한 이 레포플러스는 환매가 중단된 ‘라임플루토-FI D-1호(플루토)’를 60% 편입했다.

기업은행은 구체적인 판매규모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지난해 6월 말~7월 초 레포플러스 펀드를 총 600억원 가량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잔액 규모가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한국투자증권이 만든 상품을 기업은행이 신탁 형태로 판매한 것으로, 문제가 된 플루토 펀드를 40% 담았다.

시중은행에 비해 판매 규모는 크진 않지만 시기를 두고 비판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4월 이미 플루토 펀드의 부실을 인지하고 판매를 중단한 것과 달리 국책은행은 무려 세 달이나 뒤늦게 판매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지난해 7월부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상품선정위원회에서)검증할 당시에는 개인 의혹에 그친 상황이었고 라임에서 해명을 강력하게 하던 단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라임 측에서 해당 상품과 관련해 위험자산 없이 사모사채와 유동화 증권 등 100%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운용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회계법인 실사에서 보니 우리가 운용사로부터 받은 계획과는 다르게 운용되고 있었고 우리도 속은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상품선정위원회가 열리고 판매할 당시에는 라임 사태가 시장에서 공론화되기 전이었다”며 “운용사에서 위험등급을 산출할 때 우량채권과 플루토 비율을 4대6으로 했으나, 우리는 리스크 차원에서 이를 6대4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금융권 안팎에선 국책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중은행이 판매를 중단한 지 세 달이 지난 후 열린 상품위원회에서 사전관리 및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판매를 중단할 때 더 높은 안정성을 요구받는 국책은행들은 오히려 뒤늦게 판매를 시작해 고객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현범 기자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