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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베트남 새댁이 고향의 맛 전하는 사랑방

충남 아산 베트남 음식 전문점 ‘고향식당’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05 11:59:59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서울에 ‘미쉐린 가이드’가 있다면 지방은 ‘머글랭 가이드’가 있다. 지난해 말 충남 아산에서 시작한 ‘머글랭 가이드’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발굴해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울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식 분야만큼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도 강자가 많다는 것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머글랭 가이드’ 프로젝트는 3차에 걸쳐 아산 길조식당과 둥글레식당, 수원 연포갈비, 의왕 정담명가 남원추어탕 등 4곳을 소개했다. 이중 길조식당은 SBS ‘생활의 달인’, 연포갈비는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등에 소개된 식당이다.     
 
예전 같았으면 방송에 소개되면 식당 앞에 대기 줄이 늘어섰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고 영업시간이 9시까지 제한되는 상황인지라 식당 이용객 수가 뚝 떨어진 상태다. 물론 여전히 줄 서서 먹는 최강 식당들은 존재한다.     
 
‘머글랭 가이드’는 가급적 소박한 노포, 성실한 주인, 간명한 맛을 추구하는 식당을 찾아갈 예정이다.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맛있게 잘하고, 손님에게 친절한 집, 궁극적으로 가성비‧가심비 좋은 식당을 찾을 것이다.
 
특히 아산은 ‘머글랭 가이드’ 발상지이기 때문에 자주 소개할 예정이다. 아산 ‘머글랭 가이드’는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중문과 홍승직 교수의 다년간 임상(?)을 거친 신뢰성이 확보된 리스트다. 홍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아산 온양에서 직장 생활 30년이 되어간다. 정리 차원에서, 세계 음식점은 아니고, 그동안 다녔던 아산 온양 인근의 식당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머글랭 가이드’라고 부르기로 한다. 맛집 소개가 아니다. 식생활 소개다. 여기 언급된 식당이 제발 TV에 나오지 말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TV에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손님이 많은 식당이다. 괜히 TV에 나와서 수용 한계를 넘도록 손님이 몰려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내 직장은 신창면에 있다. 신창면은 한국의 유서 깊은 두 성씨 표 씨와 맹 씨의 본향으로, 아득한 저 옛날 중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와서 신창에 정착했다고 한다. 바다가 움푹 들어온 만에 흙을 채워 길 뚫고 땅 만들기를 좋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산만 방조제를 쌓기 전까지 신창면의 이웃 선장면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 사실 홍가네도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기록이 있다. 다만 조금 위쪽으로 표류(?)하여 경기도 남양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양 홍 씨라나 뭐라나.”라며 동네 소개와 성씨들의 유래를 곁들였다.     
 
신창은 맹씨‧표씨, 남양 홍씨 세거지 
    
▲ 아산시 배방읍 신흥리에 있는 신창 맹 씨 유래비(좌측)와 신창면 읍내리 학성산에 있는 신창 표 씨 유허비 [사진=필자제공]
 
신창 표 씨는 신창면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로 시조는 표대박이고 입향조는 표인려다. 중국 고대 오계시대 후주가 망하면서 장(張), 방(方), 위(魏), 변(邊), 윤(尹), 진(秦), 감(甘), 황보(皇甫) 등 8개 성씨 함께 고려에 들어와 귀화해 신창 표 씨 시조가 됐다고 전해진다. 고려 충숙왕 때 온창백(溫昌伯)에 봉해진 표인려를 중시조로 하고 세계(世系)를 이어오고 있다.    
 
신창 맹 씨 역시 신창면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로 시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맹자다. 아산 입향조는 맹의라는 인물이다. 맹의는 고려 충렬왕 때 과거에 급제하고 예부시랑, 예부전서 등을 역임했다. 조적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충선왕 때 신창백(新昌伯)에 봉해져 신창을 본으로 삼게 됐다. 조선 초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하였던 맹사성이 유명하다. 신창면에는 이들 표 씨와 맹 씨 관련 유적들이 제법 남아 있다.      
 
남양 홍 씨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자리를 잡은 성씨로 남양의 옛 지명은 당성(唐城)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성이 있는 남양지역은 지금은 화성시지만 신라 경덕대왕 때는 당은군이었다. 중국과의 교통로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고 통일신라 때는 당성진을 설치해 청해진과 함께 신라 해군의 근거지였다. 남양 홍씨는 조선시대 10대 문벌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많은 과거 급제자를 배출한 집안이다.     
 
이처럼 아산 지역은 예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많았던 곳이다. 최근에는 다문화 인구도 꾸준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4년 아산시 총 인구 30만7336명 중 외국인이 1만3382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3만3105명 중 1만6976명으로 전체 인구와 외국인 수 모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국제결혼,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유입이 주된 이유다.      
 
이번에 소개할 아산시 모종동에 위치한 ‘고향식당’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 출신이 하는 곳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중국과 외세의 영향권 아래서 식민 지배와 통제를 받았던 역사나 남과 북으로 갈려 내전을 겪은 일 등이 닮은 나라다. 음식 분야에서는 발효음식이 발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 음식 젓갈 등 발효음식 공통점
 
▲ 멸치와 비슷하게 생긴 까껌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키면 어간장인 느억맘을 얻을 수 있다. 물, 라임, 마늘, 칠리소스, 설탕 등을 섞어서 음식을 찍어 먹는다. [사진=필자제공]
 
베트남은 동남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에 위치하고 면적은 한반도의 1.5 배, 인구는 9620만명으로 1억명에 육박하고 있다. 10년 사이 1000여만 명 증가해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 경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으로 1650㎞나 되는 긴 해안선은 풍성한 어족자원의 보고다.     
 
그래서 베트남 음식은 해안 지역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것이 많은데, 젓갈인 느억맘(Nước Mắm)이 대표적이다. 느억맘은 멸치와 비슷한 까껌(Cá Cơm)이란 생선에 소금을 넣고 수개월간 발효시켜 만들고 우리 간장처럼 음식의 간을 맞출 때 넣는다.
 
메콩강 삼각주를 보유하고 있는 하류지역은 비옥한 땅으로 인해 쌀농사가 잘 된다. 메콩 델타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2모작을 통해 엄청난 양의 쌀을 생산한다. 그래서 쌀을 원료로 하는 음식이 발달했다. 베트남은 1000년 정도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유교사상과 음식문화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세기에 들어서는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서구문화와 특히 프랑스 생활양식이 유입됐다.     
 
이처럼 베트남 생활문화는 동서양의 융합이 특징인데, 이는 음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문화가 융합하면서 발달한 음식이 베트남을 대표하는 ‘퍼(phở)’다. 퍼는 베트남 전통요리라기보다는 19세기 후반에 나타난 새로운 음식 문화란 표현이 맞다.     
 
베트남 음식은 중국 영향으로 음양 조화를 중시한다. 찬 성질 재료를 요리할 때는 맵고 뜨거운 양념을 한다. 몸에 열을 나게 하는 음식에는 차가운 성질의 채소를 함께 먹는 식이다. 국수에 곁들여 나오는 채소나 향채도 같은 맥락이다. 고수 같은 경우 한국인들에게 호불호가 갈리지만 음식 궁합을 위한 이유 있는 조합이란 측면에서 가급적 첨가해서 먹는 것이 좋다.    
 
우리에겐 쌀국수로 잘 알려진 베트남 요리인 퍼는 일반적으로 소고기 육수로 만든 ‘퍼보(phở Bò)’를 말한다. 퍼는 베트남의 수많은 국수 중 하나다. 베트남 국수 전체를 아우르는 말은 아니다. 스파게티가 이탈리아 파스타의 하나인 것처럼. 베트남 말에는 ‘국수’라는 단어가 없다. 개성이 강한 면 요리가 많아서 국수란 단어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퍼는 쌀국수 일종 19세기 말에 등장
 
▲ 퍼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세기 후반에 방직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 [사진=필자제공]
 
퍼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방직산업이 활발했던 남딘지역에서 프랑스인과 베트남인들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 남딘은 하노이에서 100km가량 떨어진 지역이다. 지금도 하노이 유명 퍼 식당 주인들 중에는 남딘 출신이 많은 이유다.
 
퍼는 0.5cm 정도 넓이의 납작한 쌀면을 말한다. 퍼보다 가는 면은 분이라고 한다. 갈색 면은 반다, 반 건조 면으로 우리의 중면 정도는 후띠에우라고 한다. 쌀에 찰기가 좋은 타피오카 가루를 섞으면 바인까인, 두툼하고 거친 까오러우, 당면인 미엔, 달걀과 밀가루로 만든 미, 얇고 넓은 모양의 반호이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 쌀국수가 들어온 것은 88 서울올림픽 때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음식이 선보인 이후에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객이 늘면서부터다. 또 이들 국가 노동자의 국내 노동시장 진출,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정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주 노동자들과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이들을 위한 음식점이 늘어났다.     
 
쌀국수를 앞세운 베트남 음식은 유교주의 음식문화와 쌀이 주식인 한국인의 식생활과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쌀뿐만 아니라 요리에 주로 쓰이는 숙주, 고추, 각종 채소들이 우리 식재료와 많이 겹친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쌀국수의 소고기 육수, 특히 뜨거운 국물은 해장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포호아, 호아빈, 에머이 등 베트남 쌀국수 체인 브랜드가 빠르게 늘었고  지방 소도시까지 쌀국수 전문점이 들어섰다. 외국 음식점 가운데 단연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한 메뉴가 베트남 쌀국수다.     
 
아산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베트남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월남쌈, 월남선생, 메콩타이, 하이베트남 등 상호만으로도 단박에 베트남 전문 음식점이란 것을 알아차릴만한 곳도 있지만 ‘고향식당’처럼 마치 한식당으로 착각할만한 곳도 있다.     
 
베트남서 귀화한 이혜란 씨가 3년 전 개업
 
▲ ‘고향식당’의 주력 메뉴인 소고기 쌀국수와 분짜, 반세오. [사진=필자제공]
 
‘고향식당’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16년 된 이혜란(귀화명) 씨가 운영하는 쌀국수 전문점이다. 대부분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가정 여성들처럼 혜란 씨도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했다. 아르바이트로 소일거리를 하다가 직장에도 다녔다. 그러다가 그동안 성실하게 저축한 자금과 퇴직금을 모아 3년 전 ‘고향식당’을 열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할머니한테서 다양한 요리를 배웠다. 직장을 다닐 때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요리를 해서 도시락을 쌌다. 그리고 회사에서 동료들과 나눠 먹었는데, 다들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혜란 씨는 요리를 기술적으로도 잘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요리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만드는 사람의 기분과 생각에 따라 맛도 변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은 제 경험입니다. 평소에 잘하고 맛있는 요리도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맛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면 재료가 아무리 부족해도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제 할머니 말씀인데요, 그것을 손맛이라고 한답니다.”    
 
‘고향식당’이란 상호는 자신처럼 한국으로 이주해 온 베트남인들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평안한 곳이 되길 소망해서 지은 것이다. 마치 ‘작은 베트남’에 온 마음이 들길 바란다고. 그래서 식당 한쪽 벽엔 소박하지만 베트남 소품도 걸어 놨다. 처음엔 베트남인과 한국인이 반반 비율로 왔지만 지금은 한국인이 70% 정도 차지한다. 그만큼 입소문이 나면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고향식당’ 주 메뉴는 소고기 쌀국수인 퍼보와 해물볶음 쌀국수, 소고기 볶음 쌀국수, 비빔쌀국수 등 국수 종류와 돼지고기 덮밥, 해물 볶음밥, 소고기 볶음밥 등 밥 종류, 월남 쌈, 분짜, 짜조, 반세오, 반미, 모닝글로리 볶음, 해물야채볶음, 곱창볶음, 라오우 등 요리다.       
 
전반적으로 요리 디테일이 베트남 본토나 국내 쌀국수 프랜차이즈 전문점에 비해선 약하지만 가격을 따지면 선방이다. 쌀국수는 비주얼 면에서 프랜차이즈에 버금간다. 육수는 베트남 본토나 프랜차이즈와 사뭇 다르다. 베트남 소, 한우, 미국산 소의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서 기인하는 미세한 차이다.     
 
육수 풍미를 좀 더 깊고 묵직하게 내는 방법을 모색하면 수준급 식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단 생각이다. 혜란 씨가 요리하기를 즐겨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고향식당’이 아산과 인근 지역에 사는 베트남인들에게 안식을 주는 쉼터와 정보를 교환하는 사랑방으로 계속 역할을 다해주길 기원한다. 아울러 베트남 본토 맛과 디테일을 충실히 구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식당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아산의 베트남 음식전문점 ‘고향식당’은 베트남서 귀화한 이혜란 씨가 3년 전 문을 열었다. 사진 좌측 상단이 ‘고향식당’ 대표 이혜란 씨. 원산지 표시판에 주방장 원산지가 베트남이란 표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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