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水葬)이란 ‘물에 매장시키다’라는 뜻이다. 매장은 같은 뜻으로 ‘묻어서 감추다’라는 뜻이 있다. 이 말에는 행위의 주체에 대한 ‘고의성’이 내포돼 있다. 2010년 3월26일 21:22 경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에 이 단어가 사용될 경우, 당시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씨가 자신의 부하들을 ‘바다에 묻어서 감췄다’라는 의미가 된다.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이 지난 7일 채널A ‘뉴스톱10’에 출연, 천안함 폭침에 대해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고 말했다. 사회자와 다른 패널들이 “위험한 말씀이다”고 주의를 줬지만 조 전 부대변인은 “자기 부하들 수장에 책임이 있다. 심지어 작전 중 부하들이 폭침당하는 순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지휘관으로서 매우 무능하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기(최원일 함장)는 살아남았잖느냐. 그리고 예비역 대령으로 승진도 했다”고 말했다. 마치 부하들과 함께 수장됐어야할 사람이 무슨 염치로 살아 돌아 왔는지에 대한 지적인 듯 보였다.
조 전 부대변인의 막말파문이 일자 그는 작심한 듯 바로 다음날 SNS에 글을 올려 “도대체 뭐가 막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몰라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사격언이 있다. 당시는 한미연합훈련 중이었는데 함장 지휘관은 천안함이 폭침으로 침몰되는데도 뭐에 당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46명의 젊은 목숨을 잃었는데 함장이 책임이 없나”라고 반문했다.
조 전 부대변인의 연이은 망발에 야권은 비판을 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나라 위한 희생은 반드시 기억되고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국가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자기는 살아남았잖느냐는 말엔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따지면 6.25때 살아남은 분들이 다 죄인인가”라고 비판했다.
여론도 기겁했다. 김아무개 씨는 언론 댓글에서 “조상호 같은 논리라면 6·25전쟁도 쳐들어온 북한이 나쁜 게 아니라 당한 대한민국 잘못이냐”고 분개했다. 이아무개 씨도 “천안함 순국 장병들을 두 번 죽인 발언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에 끌려가 죽은 병사들은 이렇게 천대하면서 세월호 사고는 그렇게 신성시 하는가.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게 싫다”고 했다.
전쟁에서 수장(水葬)이란 적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적군이 우리 해군을 격침해 수장시켰다’가 옳은 말이다. 나라를 지키러 천안함에 올라 임무를 수행 중이던 국군 장병들에게 날아든 폭격으로 사지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던 ‘아군(我軍)’에 쓰일 단어가 아니다.
조 전 부대변인은 여당 인물이다. 여당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한 무리의 정당’이란 뜻으로 정당정치에 있어서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당이다. 때문에 국가의 중대사와 나라의 안위를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국가의 중대사와 안보의 향방을 결정하는 여당에서 그들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이 그 입에서 또 한 번 구뢰(口雷)를 터뜨려 생존 장병과 유족의 마음을 짓이겨 놓았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입대한 병사들은 국가가 매장시킨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이다. 조상호 전 민주당 부대변인의 이번 수장 발언은 대한민국 정치와 군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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