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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옛 지명 쓴 맛집 스민 역사도 맛있다

옮긴 돈화문 별칭 사용한 설렁탕 전문점 ‘이문설농탕’

옛 복숭아골 도동에 자리한 고기국수 전문점 ‘도동집’

원두막 있던 자연부락 순댓국집 ‘삼거리먼지막순대국’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22 11:30:01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최근 새로 문을 여는 식당 상호에 영문(英文)이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글로벌 시대란 미명 하에 일상 언어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고 이런 세태가 각종 상호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상당수가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 외국어에 능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지만 필자 세대는 여전히 식당의 경우 상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유추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 출근길에서 만난 'mo.B'란 곳은 베이커리 랩이라는 부연이 없었다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다. 반면 충남 홍성의 ‘정주식당’이란 곳은 홍성의 옛 지명에서 식당 상호를 차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식당 주인의 역사의식이나 지역 사랑 정신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뜻모를 외국어 간판을 달아 놓은 것보단 정감 어리고 지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제가 된다.
 
이번 칼럼은 옛 지명을 식당 상호에 넣고 역사와 맛 모두를 잡은 맛집을 소개한다. 전국에 수많은 옛 지명 식당들이 많겠지만 지면의 한계로 몇 개 식당만 소개하는 점에 대해 우선 양해를 구한다. 가까운 서울 사대문 안에서부터 찾아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문설렁탕’이다.
 
새문 옆에서 120년 전 ‘이문옥’으로 창업
 
▲ 1904년 ‘이문옥’으로 문을 연 이문설농탕. [사진=필자제공]
 
‘이문설렁탕’ 하면 떠오르는 첫 말이 ‘100년 전통 종로 맛집’이다. 1904년 창업주 ‘이문옥’으로 문을 열어 100년이 훌쩍 넘은 곳이다. 4대째 식당업을 이어가고 있는 설렁탕 전문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자 서울특별시 허가 제1호로 공식 등록됐다.
 
상호 이문(里門)은 새문, 신문(新門)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사라진 돈의문은 1396년 처음 세워졌으나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1413년 폐쇄됐다. 이후 1422년 현재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됐다. 혹자는 처음 지은 것이 너무 가팔라 넘나들기 힘들단 민원 때문에 이축됐다는 설도 있다.
 
하여튼 새롭게 옮겨 지은 돈의문은 ‘문을 새로 냈다’ 해서 이문, 새문, 신문 등의 별칭이 붙었다. 이와 함께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안골, 새문안, 이문이란 동네로 불렸다. 일제는 1915년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 확장을 이유로 돈의문을 철거했다. 돈의문은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문으로 남았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새문안교회, 신문로 등 옛 지명이 남은 교회 건물과 도로명에 흔적이 남아있다.
 
‘이문설농탕’의 설렁탕은 도가니와 사골 등을 17시간 정도 푹 끓여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고명으로는 양지와 소머리고기는 물론 다른 집에서 볼 수 없는 마나(소의 지라, 비장), 우설 등을 올린다.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음식 철학으로 삼고 있다.
 
1904년 창업주 홍 씨가 개업한 이래 2대 운영주인 오(吳)씨 등을 거쳐 지금은 4세대가 운영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종로구 공평동에서 영업해오다 재개발이 되면서 2011년에 지금 장소로 이전했다. 필자는 종로타워빌딩 뒤편에 멋들어진 2층 한옥 채에서 영업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후암로 초입 ‘이영자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 ‘이영자 맛집’으로 소문난 ‘도동집’의 도동탕면과 명란계란말이, 불고기파전. [사진=필자제공]
 
서울역 건너편 후암동은 도동이란 옛 지명을 담고 있다. 후암동의 이름은 ‘두텁바위’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된다. 도동은 이 지역에 복숭아나무가 많아서 붙은 지명이다. 조선 시대 여러 행정구역으로 이합집산 되다가 1911년 경성부 한지면 전생동·갈월리, 서부 도동·우수현·대이문동이 됐다. 1914년 전생동 일원과 갈월리 일부를 병합해 삼판통(三坂通)으로 불렀다. 도동과 우수현·대이문동의 일부를 통합해 길야정2정목으로 칭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변화를 겪다가 광복 후 1946년 10월 1일 일제식 동명을 우리 동명으로 바꿀 때 삼판통은 용산구 후암동, 길야정2정목은 중구 도동2가로 개칭됐다. 1975년 들어서 행정구역 조정 때 동자동과 함께 도동1·2가 대부분이 용산구에 편입됐다. 1985년에는 도동1가를 동자동, 도동2가는 후암동에 편입됨으로써 법정동명에서 도동은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남산자락에서 제법 경사가 있는 소월로2길을 내려오다 보면 후암삼거리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길이 후암로로 바뀌는 데 이곳에 옛 지명인 도동을 품은 ‘도동집’이란 식당이 살포시 들어앉아 있다. 이 집은 속칭 ‘이영자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이영자 맛집’은 개그우먼 이영자가 MBC 예능 프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소개한 맛집이다. 이영자는 이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먹방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 소개된 식당은 네이버 식당 정보에도 인용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올라 있다. ‘도동집’은 ‘전지적 참견 시점’ 99회차 방송인 지난해 4월 명란 계란말이와 도동탕면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식당 측에서는 탕면과 불고기 파전을 시그니처 메뉴로 소개하고 있다.
 
이 집의 강력한 한방인 도동탕면은 매우 한국적 시각으로 면 요리를 재해석했다. 소고기로 육수를 낸 후 소고기, 대파, 쑥갓, 목이버섯 등을 올리고 생면으로 일본식 라멘의 느낌을 살짝 가미했다. 육수의 뒷맛을 칼칼하게 잡아줌으로써 고기 육수로 인한 느끼함을 완벽하게 제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은은한 쑥갓 향이 육수에 스미는 것도 손님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 찬 바람이 불면 좁은 매장 탓에 줄 서는 손님들이 추위에 고생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되는 식당이다. 후암동에 편입돼 완전히 사라질뻔한 도동이란 옛 지명을 살린 소중한 곳이다.
 
1957년 창업 서울미래유산인 순댓국밥 식당
 
▲ ‘삼거리먼지막순대국’은 내장과 순대를 넉넉하게 담아줘서 인심 좋기로 유명하다. [사진=필자제공]
 
 
먼지막이란 지명은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141번지 일대 마을을 일컫는 지명이었다. 과수원이 있었기 때문에 원지막이라고 했다. 이 말이 세월이 지나면서 와전돼 먼지막으로 쓰이게 됐다. 인근 대림동에는 ‘삼거리먼지막순대국’이란 이름의 유명한 순댓국 노포가 자리 잡고 있다. 인근 대동초등학교 삼거리에 있다가 90년대 이전했다. 그래서 삼거리란 지명도 상호에 남아있다.
 
처음엔 1957년 대림 중앙시장 안에서 창업주 김준수 씨가 작은 점포를 내서 국밥, 국수를 판 것이 시작이다. 1959년 정식으로 사업장을 등록해 순댓국을 전문적으로 팔았다. 옛 지명을 넣어 상호를 등록한 주인의 애향심이 읽힌다. 1990년 지금 자리에 창업주 아들인 김운창 씨가 자리를 잡고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수입산 냉동육이 아닌 국내산 생고기를 직접 삶아서 육수를 만드는 고유 방식 그대로 잇고 있다. 특히 순댓국의 잡내를 완벽하게 잡아내서 남녀노소 모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넉넉한 내장과 순대로 반나절을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푸짐함이 이 집의 매력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공부에 지친 고시생의 든든한 한 끼 책임
 
▲ ‘노들나루밥상’은 집밥을 콘셉트로 다양한 조합으로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돼지불고기+김치찌개 메뉴다. 대부분 혼밥족들이다. [사진=필자제공]
 
노들나루는 노량진의 한글 지명이다. 서울 남단 한강 나루터였다. 한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에 노들나루에 배를 두고 도강을 한 교통 요충지였다. 경기도에서는 정9품 도승(渡丞)을 두어 나루터를 관리했다. 노도진(露渡津)·노량진도(鷺梁津渡) 등으로도 불렀다. 서울과 과천·시흥을 연결하는 길목이었다. 조선시대 9대 간선로 중에서 충청도와 전라도 방면으로 향하는 제6·7·8호 간선로로 상당한 요지였다.
 
조선 시대에는 나루 남쪽 언덕에는 노량원이 위치해 있고 진선 10척, 관선 15척이 도강을 도왔다. 철교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서울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이었다. 철교가 세워진 뒤에는 경부선 및 전철 제1호선 등이 지나고 있다. 한강 남북을 연결하는 한강대교가 있다. 현재 한강 다리는 옛 포구 자리에 모두 세워졌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노량진은 전기 분야 등 기술 자격증 학원이 생기면서 학원가가 형성됐다. 이후 편리한 교통입지로 인해 재수학원과 공무원학원이 속속 생기면서 지금의 고시촌을 형성했다. 뒤따라 고시학원 사람들의 주거 편의를 위한 고시텔, 원룸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최대의 학원 밀집지대가 됐다.
 
이곳에서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예비수험생들 상당 부분이 혼밥을 한다. 그래서 식당들도 적극적으로 혼밥족을 위한 메뉴를 내놓는다. 특히 한창 먹성이 좋은 시기의 청년들이 많은 터라 무한리필이 가능한 식당이 많다. 이 지역의 옛 지명을 사용하는 ‘노들마루식당’도 그중 한 곳이다. 삼겹살, 제육볶음, 돼지불고기 3대 메뉴를 주축으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냉면, 라면 등 5개 메뉴와 조합하는 메뉴를 선보였다. 그러니 총 ‘3×5’ 15가지 메뉴가 구성됐고 이를 간단히 번호로 주문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한식 고기 메뉴를 기본으로 하고 좋아하는 찌개, 국물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성과 든든히 채워줄 수 있는 한 끼에 대한 식당 주인의 지혜가 엿보인다. 밥, 쌈 채소와 각종 반찬을 무한대로 먹을 수 있어서 양적으로 충분한 한 끼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다. 옛 지명을 살린 식당들은 단순히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역사도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곳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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