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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지피지기 일본어

일본에서 이사 자주 가면 거지 된다

이사철 일본 아파트 일대에 이색 장면이 펼쳐진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19 09:12:17

▲ 이재훈 생활경제부장
일본어에 ‘이사 거지(힛코시빈보우, 引っ越し貧乏, ひっこしびんぼぅ)’라는 표현이 있다. 
 
‘이사(힛코시, 引っ越し, ひっこし) 자주 가면 가난해진다(빈보, びんぼぅ,貧乏, 가난하다)’라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일본에서 이사를 하려면 돈이 매우 많이 든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이사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부동산 체계 때문이다. 일본의 임대주택 체계는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 한국은 주택 형태로 자가와 전세, 월세가 있지만 일본은 전세가 없고 자가와 월세뿐이다. 
 
월세인데도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구조다. 일본에서 월세로 들어가려면 ‘시키킨(敷金, 보증금, しききん)’과 ‘레이킨(礼金, 사례금, れいきん)’이라는 것을 내게 된다. 
 
시키킨은 우리나라의 ‘보증금’과 같은 개념이다. 보통 집세 혹은 월세(家賃, やちん, 집세 월세 모두 야찡이라고 말한다) 2개월치를 낸다. 
 
‘레이킨’은 쉽게 말해서 ‘사례금’으로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며 주는 돈이다. 보통 집세의 1개월 치 정도를 낸다. 사례금이기 때문에 이 돈은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 돌려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키킨이 100%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방을 빼기 전에 방 상태를 보고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집주인이 시키킨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가져간다. 일본에서는 전세가 없기 때문에 집 가진 사람이 ‘왕’이다. 
 
우리 처지에서 바라보면 집주인이 쩨쩨하기(せこい, 세코이)까지 하지만 일본에서는 절대적으로 아쉬운 사람이 무주택자다.
  
이러다보니 이사를 하려면 우리나라 보증금 격인 시키킨으로 집세 2개월 치, 집 빌려줘 고맙다는 뜻의 레이킨 역시 집세 2개월 치, 여기에 한달 치 집세 정도인 부동산 수수료(手數料, てすぅりょぅ, 데스우료우)를 줘야 한다. 
 
이사할 때마다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것이다. 이러니 일본에서 이사 몇 번 가면 거지가 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일본의 유명 포장 이사업체인 사카이히코시사의 대형 트럭 [사진=사카이히코시]
   
이사철만 되면 일본의 아파트(만숀 マンション, 일본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아파트를 ‘만숀’이라고 부른다)촌에서는 불편한 풍경을 바라봐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각종 전자제품과 가구, 부피가 많이 나가는 가방이나 장식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난 사람이 버리고 간 것이다. 잘 보면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가전제품도 있고 침대나 서랍장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새 것이다. 
 
도대체 왜 버리고 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버리고 이사 간 곳에서 새로 사는 것이 그 짐을 가져가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이사 가는 거리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본은 인건비가 비싸서 이사 전문 업체를 부르면 기본 단가가 10만엔(약 103만원) 단위로 올라가면서 상황에 따라 천정부지로 올라기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짐이 많은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최선의 방법은 되도록이면 짐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피가 큰 짐은 버리고 가는 것이다. 
 
어차피 버릴 거라고 생각하고 사기 때문에 입주 때 침대나 책꽂이, 책상 같은 가구는 저렴한 것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형 쓰레기를 버릴 때는 구청에서 스티커를 사서 붙여 버려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주거 세대가 얼마 없는 소형 아파트에서야 쓰레기를 버리면 누가 버렸는지 뻔히 알 수 있지만 대형 아파트 단지는 얘기가 달라진다. 
 
아파트가 최소 4~5동 이상 모여 있는 곳에서는 새벽에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는 완전 범죄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짐은 ‘도시재생기구’에서 치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것 보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たにんにめいわくをかけるな, 타닝니메이와쿠오가케루나)’는 경구를 목숨처럼 여기는 일본 사람도 일부는 양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이사 가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考え方, かんがえかた, 강가에가다)이 범람하고 있다. 모든 것에 예외는 있다. 섣불리 단정 짓지 말자.
  
이사 관련 주요 어휘
  
방구하기(部屋探し, へやさがし, 헤야사가시), 부동산(不動産, ふどぅさん, 후도우상), 이사 갈 곳(引っ越し先, ひっこしさき, 힛코시사키), 임대아파트(賃貸マンション, ちんたいマンション, 찐타이만숀), 짐꾸리기(荷造り, にづくり, 니쯔쿠리), 원룸(ワンル―ム, 완루무), 대청소(大掃除, おおそぅじ, 오오소우지), 자취(一人暮らし, ひとりぐらし, 히토리구라시), 포장이사(おまかせパック, 오마카세팍쿠), 손 없는 날(大安, たいあん, 타이안), 할증운임(割增運賃, わりましぅんちん, 와리마시운찡), 깨지는 물건(割れ物, われもの, 와레모노), 안 쓰는 물건(不用品, ふよぅひん, 후요우힝).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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