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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아트노믹스의 최전선 ‘서울국제조각페스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26 09:50:24

 
▲이재언 미술평론가
‘산업과 동행’은 순수-실용미술의 조화로운 협업 결과
산업서 많은 영감 얻는 현대미술, 산업으로 확장 시급
산업 역시 더 높은 창조능력이 요구되어 미술이 필요
적극적 협업전략 아래 ‘미술은 산업이다’ 포럼도 병행
 
통섭의 시대에 모든 사회 각 분야가 경제로 수렴되지 않을 것은 없다. 특히 문화예술이 가지는 힘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를 온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있다. 각종 상품들의 높은 퀄리티나 수출시장에서의 빛나는 선전 등의 성취 그 이면에 우리 문화예술의 기여도가 이제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성취는 주로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 등의 대중문화 차원에 주로 머물러 있다. 이에 비해 미술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이나 공예 같은 실용미술이 산업의 좋은 파트너이기는 하다. 하지만 파인아트(Fine Arts)의 경우는 지금까지 산업과의 통섭이나 협업에서 그다지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파인아트는 태생적인 낯가림이 있었고, 산업은 산업대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두 범주는 서로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했다. 우선 파인아트는 근대 이래 오래 지속되었던 고립을 탈피해야 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며, 사회와 산업과의 소통 및 교류가 예술 고유의 창조력을 확장시킨다는 사실을 새롭게 자각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세기 초부터 미래주의나 다다 등의 아방가르드가 오히려 산업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것이나, 20세기 말부터 성행한 설치나 미디어 등의 메소드 본위의 양식들은 더욱 산업과의 협업이 절실하기도 했다. 산업의 입장에서는 더 높은 단계의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창조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권창남, 광화문, 오석, 90x32x80cm, 2017년 [사진=필자 제공]
 
이러한 산업계에서의 필요와 예술계에서의 필요가 서로 만나야 하는 시점임을 바로 ‘2021 서울국제조각페스타’(2021. 11. 30-12.4, 예술의전당)가 간파하고 있다. 사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많은 담론들을 통해 산업은 실용미술뿐 아니라 파인아트와의 협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논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비엔날레가 1990년대 초 설립될 때, 지역경제 특히 산업계에 중요한 창조력의 공급원으로도 회자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만 필요성이 제기될 뿐 그에 필요한 구체적인 협업의 전략이나 모멘텀이 마련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많았지만 산업과의 동행은 구체적 전략이나 프로그램 없이는 불가능한 숙제였다. 바로 이 점을 서울국제조각페스타가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 김대성, 2014 합정대우푸르지오 아파트
  
서울국제조각페스타는 10주년을 맞아 ‘Change & Chance’, 즉 ‘변화가 곧 기회’라는 주제 아래 ‘미술은 산업이다’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다. 미술과 산업의 상생과 동반의 문제를 시대적 과업으로 인식, 이를 과감하게 프로그램으로 띄운 것이다. 사조나 트렌드의 주도를 회화가 많이 하는 게 일반에게는 익숙하다. 조각계가 이 운동을 주도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나 조각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조각은 본질적으로 다른 분야 특히 산업과 친밀한 장르이다. 20세기부터 다양한 재료와 기술, 장비 및 도구 등이 워낙 산업현장의 것들과 밀접하다는 점, 그리고 조각은 팀웍과 협업이 전통적으로 상당히 익숙한 분야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후창, 일루전, 유리, 가연설치, 2017년
 
10주년을 맞는 이번 서울조각페스타에서 기업과의 협업에 참여한 기업들을 보면 현대자동차(이후창), 해태크라운제과(이창희), 현대건설 & 리바트(김재호 외 11), 스마트바이오팜(이송준), 동부이엔티(김선영), 문성원색(임주리, 신예진) 외에도 여러 공기업이나 기관들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이 협업을 해오던 작가를 지명하거나, 혹은 공모를 통해 선정할 수도 있고, 페스타 측에서 매치시킨 작가들과 함께 협업을 하기도 한다. 그 협업의 결과물들은 단순 후원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기업이 자사의 상품이나 이미지 등과 관련해 작업에 투영시키는 등의 다양한 결과물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2019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 전시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 모습.
  
서울국제조각페스타는 축제이자 아트페어이다. 축제라는 점에서는 조각가와 시민, 조각가와 기업인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영감과 창조의 에너지를 북돋움과 동시에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하는 한마당이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들은 실내외 공간에 부스를 마련해 장터를 함께 여는 아트페어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와 시민들의 직거래 장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통은 미술시장이 ‘갤러리와 작가, 컬렉터’라는 세 축이 삼각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장점과 단점을 다 안고 있다. 조각가들의 아트페어가 갤러리의 매개 없이 시민들과 직접 만남을 시도하는 데는 바로 산업과의 관계성 때문이다.
 
엄밀히 말했을 때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의 소품들 판매는 굴지의 아트페어들과 비교할 때 매출 실적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페스타에서의 매출은 현장에서보다는 향후 프로젝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미술 시장에서의 작가 탐색에 가장 좋은 견본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아트페어는 소품 위주의 판매보다는 대형 공공미술 작업의 수행 가능성과 역량을 보여주는 방향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의미 있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K-아트가 단순히 소형의 작품판매보다는 건축이나 토목 관련 대형작품 프로젝트를 지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파생적 수익과 특히 팀웍을 위한 고용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업들이 세계 유수의 랜드마크 대형공사를 수주하여 시공하고 있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예술작품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그동안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여건들이 성숙되어 있다. 우리 작가들의 프로젝트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 온 터이다. 그동안은 이런 부분에서도 섬세한 협업이 부족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간혹 열리는 ‘조각심포지엄’이라는 현장제작 쇼를 보면 우리 작가들의 역량과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이러한 역량의 일단을 확인시켜줄 한마당, 서울국제조각페스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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