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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고요?”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21 08:15:44

 
▲이혁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기자
나날이 욕 먹을 일들 쌓여가는데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
4‧19혁명서 세월호 촛불집회까지
인류 발전은 건전한 비판에서 성립
 
요즘 자주 들어 지겨워진 얘기가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들에게서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쪽에서는 약 팔듯 공약만 뿌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문재인 외치는 것 외에 새로운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앞으로의 5년이 궁금하다. 그러니 비판만 하지 말고 지나간 얘기는 그만 좀, 작작 좀 하자”고 한다.
 
그럴듯하긴 한데 정말 그럴까. 설사 그 주장이 맞다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5년간 분탕질 친 분들 입에서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면 힘이 쫙 빠진다.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요즘 신문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논조다. 하지만 왠지 ‘비판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비판 받을 사람이, 비판 받을 일을 저질러 왔는데, 반성도 안 하고 날뛰고 있는데,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는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일 잘했으면 독일 메르켈 총리처럼 물러날 때 칭송도 받는다. 만약 비판 받을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비판하면 40%쯤 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래도 비판하면 안 되나요
 
잘 기억 안 나는 분들을 위해 지난 5년 가까운 세월을 간단히, 정말로 간단히 정리해봤다.
 
△소득 주도 성장. 5년 전 그 이론에 동원된 말들은 지금도 마차에 끌려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수십 번이던가? 대단한 조치들이 나왔었다.
△국가채무. 400조원 넘게 늘려 놨다.
△노동, 연금, 교육 개혁. 힘든 숙제이며 당연히 다음 정부로 넘어간다.
△청년 일자리. 철저히 외면 당했다.
△탈원전. 선언 첫날부터 오류가 드러났지만 끝까지 밀어붙였다.
△경항공모함. 여당 의원들도 안 된다고 했지만 항모 예산은 부활했다.
△미루기-떠넘기기-남 탓. 5년 내내 애용됐다.
△한일 문제. 이것과 관련해 최근 한 일본 언론에 난 기사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가는 가운데 K방역 속에 코로나가 창궐하고, 가계부채도 위험 수위에 이르는 등 한반도에 안 좋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문 정권의 행적을 감안할 때 다음과 같은 일이 예상된다.’ 그러면서 무당 칼춤 추듯 이런 예측기사를 썼다. ‘아마도 한국 정부는 곧, 반일 이슈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판만 하면 안 되는’ 일들 때문에 잃어버린 5년이 찾아왔고, 차기 정부는 덤터기를 쓰게 됐다. 이런 일들이 5년 간 이어졌는데, 국민들끼리 원수를 만들어 놨는데, 그리고 힘든 숙제는 죄다 패싱한 5년인데 비판만 하면 안 된다니.
 
물건 훔치다 잡힌 도둑이 말씀하시길
 
좋은 비유는 아니다. 하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 불가피하게 이런 비유를 든다. 물건 훔치려다 붙잡힌 도둑이 가게 주인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비판만 하면 안 된다고.”
 
좀 배운 도둑이라면 “사회구조를 개혁해 빈곤과 양극화를 없앨 생각을 해야지 나 같은 도둑놈 하나 잡아서 뭐하겠느냐”고 호통 칠지도 모르겠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좋지 않은 행위에 대해 “그건 옳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지켜온 기본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프랑스 혁명에서 4‧19혁명, 세월호 촛불집회까지 모두, 비판받을 일을 한 사람을 비판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세상은 그러한 비판 덕분에 변했고 개선됐다. 세월호 촛불집회에서 대한민국 5년을 발전시킬, 놀랄 만하게 치밀하고 혁신적인 비전이 나온 건 아니지 않은가.
 
비판한 다음날 세상이 한 걸음 좋아졌다면
 
세상이 하 수상하니 이런 아주 간단한 진리가 잊혀지고 있다. ‘이상하다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제발 이상하다고 생각 들면 “그거 이상한데요”라고 말 좀 하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지 않으면 잘못은 묻혀 버린다. 그리고 잘못한 사람은 “살았다”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그래서 발전할 기회를 놓친다. 축구에서 한 공격수가 결정적인 찬스를 10번 쯤 놓쳤다면, 감독은 그를 빼고 다른 선수로 교체한다. 그게 승리의 생초보 상식이자 기본 중 기본이다.
 
요즘 짜증나는 일이 하나 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그냥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멋 부리고 싶은 건지, 왜 그리도 복잡한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렇게 한문에 조예가 깊으셨다고 잘못했다는 쉬운 말 대신 “성찰한다”고 한다.
 
잘못됐다고 끊임없이 지적하는 사람이 보람을 느낄 때는, 하루 지났더니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느낄 때다. 비판만 하지 말라고 하지만 반복해서 비판하다 보면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 상식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
 
숟가락 공화국 대한민국
 
백보 양보해서 비판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살릴 정책과 비전 좀 내놓으라는 말이 맞다고 치자. 하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그렇게 훌륭한 정책이 후보자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간단한 나라도 아니다. 세종대왕께서 다시 오신다 해도 ‘이민위본’(利民爲本‧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근본)을 넘는 비전이 필요해졌다. 한국은 골치 아플 정도로 복잡해져 버린 선진국이다.
 
어렵사리 엄청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다 한들 그게 다 지켜지겠는가. 명 연설문이라고 누군가는 말하는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연설을 생각해보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 수많은 미사여구 중 몇 개나 실현됐나.
 
요즘 시중에는 문 대통령과 황정민 배우는 쌍둥이라는 농담이 나돈다. 첫째 둘 다 연기를 잘 해서다. 둘째 둘 다 숟가락을 잘 얹어서다. 차이는 황정민 배우는 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려줬을 때, 문 대통령은 빛나는 일 같아 보일 때마다, 숟가락을 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은 숟가락 얹기만 하면 밥상이 엎어진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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