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강수연이 동료와 선·후배 영화인들의 배웅 속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영결식엔 약 2만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오전 9시44분쯤 유족 입장을 시작으로, 조문객들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왔다.
식장에는 ‘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라는 글귀가 적힌 근조 펼침막이 영정사진 위에 걸렸다. 추도사를 맡은 연상호 감독, 배우 문소리·설경구 등이 가장 앞줄로 입장했다.
배우 예지원과 김아중 그리고 정웅인 등이 슬픔에 잠긴 채 뒤따랐고 임권택 감독이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이어 동료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고인의 관이 운구됐다.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옮겨지자, 배우 엄정화·예지원 등은 오열했다. 유지태·문소리·김아중 등 수많은 스타들이 엄숙하고도 슬픔에 잠겨 고인을 배웅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자주 다니던 만두집에서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졸지에 제 곁을 떠나다니”라고 애통해 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유지태는 “전혀 실감이 안 난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수연 선배님을 떠나 보내는 자리에 가족분들과 영화계 선배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고인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한국영화의 독보적 아이콘 강수연 선배와 함께 하고 싶었다”며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님과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라고 했다.
영화 ‘씨받이’와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강수연과 함께했던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나. 편히 쉬어라”라고 추모했다.
강수연과 ‘송어’에서 호흡을 맞췄던 설경구는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앞으로 영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다”라며 “선배님의 애정과 배려와 세심함이 과분할 정도로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도사에서 배우 문소리는 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을게요. 언니 얼굴, 목소리도 잊지 않을게요. 이 다음에 만나면 같이 영화 해요, 언니”라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앞서 강수연은 7일 오후 3시쯤 별세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그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50년 넘게 배우 외길을 걸어왔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1989년엔 비구니 연기를 위해 삭발을 감행했던 임 감독의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월드스타로 자리매김을 했다.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2015년부터는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연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으나 ‘정이’가 유작이 되고 말았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용인공원 봉안당 아너스톤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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