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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비영리단체 긍정의힘 길위의학교

“청소년들이 언제든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 선물해요”

빈곤·폭력에 의지할 곳 없는 청소년들 위해 10년간 이끌어

더 큰 공간으로 옮겨 자선학교처럼 제대로 운영하고 싶어

기사입력 2022-06-04 00:05:37

정우혁(왼쪽) 긍정의힘 대표와 전지영 긍정의힘 국장. 긍정의힘 길위의학교는 빈곤·왕따·폭력 등으로 의지할 곳 없는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사설교육시설이다. 올해 5월9일 길위의학교 개교식을 열었다.[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평생 돌봄 시스템을 추구해요. 입소하고 6개월 뒤 재계약을 하는 일반적인 청소년 쉼터와 조금 다르죠. 거기선 프로야구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맺듯이 심사에서 탈락하면 다른 쉼터로 옮겨야 하잖아요. 다른 곳에 들어갔다고 한들 거기서 오래 버티지 못해요. 일하는 구성원 대부분이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출퇴근하기 때문이죠. 긍정의힘 길위의학교는 위기 청소년들과 가족처럼 지내요. 누구나 언제든지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죠.”
 
주거는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기적으로 일이나 공부를 하는 건 불가능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범죄 등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인 셈이다. 정부는 청소년쉼터를 통해 위기 청소년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학업·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6개월 이상 머물 수 있는 중·장기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6개월마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 안정적이지 못하다.
 
비영리민간단체 긍정의힘 길위의학교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청소년 사설교육시설이다. 중앙·지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구성원 사비로 운영하며 10년 넘게 위기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정우혁 긍정의힘 대표(29)와 전지영 국장(50)을 만났다.
 
케어 필요한 위기 청소년들 발굴해 뮤지컬 공연 진행
 
단체를 설립한 정창옥(59) 단장 주도로 긍정의힘의 역사는 시작됐다. 롯데월드 예술극장 뮤지컬 예술단 1기 단원이던 정 단장은 1989년 오디션을 보다가 척추를 크게 다쳤다. 뮤지컬 배우로 더는 활동할 수 없는 큰 부상이었다. 하지만 뮤지컬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후 극단을 만들어 단원들의 뮤지컬 연습을 도와주고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정 단장의 아들인 정 대표는 아버지에게 뮤지컬은 너무나 뜻 깊고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극단을 운영하시다가 교통사고로 단원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극단 활동을 잠정 중단하셨어요. 이후 오랜 기간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하며 뮤지컬을 잠시 접어야 하셨죠. 그러다가 10년 전인 2012년 집과 보금자리를 모두 내놓고 긍정의힘을 만들었어요. 뮤지컬 극단이자 생활 공동체인 그곳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돌보기 시작했죠. 저도 함께했어요.”
 
긍정의힘이 설립될 당시 정 대표는 20살이었다. 그는 긍정의힘 회식 자리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처음 마주쳤다. 이들은 안산시를 종착지로 한 국토대장정을 끝낸 직후였다. 가출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 편견은 금세 사라졌다. 지나친 오해였다. 형 또는 오빠로서 이들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회식 자리에서 위기 청소년들이 땀 흘리면서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똑같은 아이들인데 부모님 잘못 만났다는 이유로 왜 저렇게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토대장정을 완주했다는 것도 대견스러웠고요. 야구 지도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애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긍정의힘은 케어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발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 1~2명을 돌보기 시작하면 대부분 연계된 경우가 많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들을 위해 대안학교 진학이나 검정고시 준비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단순히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진출 자체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 경기 군포시에서 주니어 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정우역(왼쪽) 대표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는 등 긍정의힘 길위의학교를 이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가출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일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케어되지 못하는 친구들도 함께 생활할 수 있어요.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라도 뮤지컬만 좋아한다면 가능하죠. 여기에 일반 학생들까지 합류시켜 뮤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 주죠.
 
“평일에 아이들끼리 노래 연습을 하고 토요일에 길거리 공연을 선보여요. 3개월 뒤에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 공연을 계획하죠. 배역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위기 청소년들과 평범한 청소년들은 협업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켜요. 이를 통해 위기 청소년들이 정화되는 과정을 자주 목격했죠. 이들이 길거리로 다시 나가 자신의 옛 모습과 비슷한 친구들을 케어하는 선순환을 이어가도록 하는 게 활동의 궁극적인 취지예요.”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질문했다. 전 국장은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눈으로 봤을 때라고 답했다. 단체에 처음 방문했을 때 살기가 느껴지던 아이들의 눈빛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차츰 천사의 눈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그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스러웠다. 특히 이들이 퇴소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위기 청소년들을 직접 챙길 때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슬펐던 순간은 아이들이 생활하던 공간이 폐쇄됐을 때다. 긍정의힘은 2년 전까지 지하철 4호선 중앙역 근처에 있는 넒은 지하공간에 연습실과 주거 공간 등을 마련하고 수많은 위기 청소년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건물을 비워야 했다. 아이들을 길거리로 다시 내몰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들에게 제일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 주신 천사 같은 회장님이 계셨어요. 지역에서 사업을 하셨던 분이죠. 그러다가 누군가 단장님을 막기 위해 이분을 상대로 협박했어요. ‘이렇게 이들을 도와줘서 안산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로요. 천사 같은 분한테 감사를 표현하지 못할 망정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협박한 것이죠.”
 
“아이들을 길거리로 내몰 수 없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어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달라는 청원이었죠. 그런데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죠. 안산시는 ‘이거 안 되니 폐쇄해라’는 식으로 자꾸 태클을 걸었어요. 벌금까지 나왔죠. 국가에서 보듬어 안고 해야 할 일을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했는데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그게 잘못됐다고 벌금을 때린 게 문재인정부의 우리나라 현실이었어요.”
 
6개월 지나도 계속 머물 수 있는 쉼터… “자선학교처럼 만들고 파”
 
정 대표는 아이들 사이에서 번졌던 자해 소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팔뚝과 목에 칼을 대고 심한 경우에는 손목까지 긋기도 했다고 한다. 혼내고 다그쳤지만 소용없었다. 극단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 보는 앞에서 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전지영(오른쪽) 국장은 10년 전 아들을 통해 긍정의힘과 인연을 맺은 뒤 이곳에서 봉급 없이 봉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실내에서 침을 막 뱉는 친구 한 명이 있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침을 툭툭 뱉으니까 주변 애들이 굉장히 놀랬죠. 그 친구의 성격이 괴팍하다고 느꼈는지 안 보는 틈에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더라고요. 어느 날 화장실 앞에서 그 친구가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걸 목격했어요. 커터칼로 팔에 난도질을 해 놓았더라고요.”
 
“정말 아차 싶었죠. 언제쯤 이 친구들이 자해 유행을 끝낼지 고민했어요. 아무리 혼내도 똑같았죠. 그때 극단적인 행동을 했어요. 애들 보는 앞에서 제 몸에 자해를 한 거죠. 성인이 될 때까지 너희 몸이 아니니까 자해하면 나도 똑같이 자해를 하겠다고 전했어요. 다행히 그 후로 자해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어요.”
 
뮤지컬 ‘민들레영토’를 공연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18년 11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가정·학교 폭력에 희생된 위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서울예대 학생들이 재능기부를 하며 공연을 도와줬다. 400~500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왔다. 응원을 받으며 아이들은 멋있게 공연을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긍정의힘에서 생활한 뒤 꿈과 희망을 찾은 청소년들은 많았다. 정 대표는 ADHD, 분노조절 장애가 있던 한 친구는 여기서 생활한 뒤 상태가 호전 돼 충남 공주시에서 가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수나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을 갖고 뮤지컬학과에 진학하거나 유튜브 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그게 자랑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곳을 떠나고 많은 친구들이 다시 방문했어요. 10년간 거쳐 간 애들도 150~200명 정도 되죠. 특히 단장님이 구치소에 잠깐 들어가 계셨을 때 탄원서를 영상편지로 만들어 제출했어요. 한 17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영상을 함께 찍었죠. 근데 기존 생활공간이 강제 폐쇄되고 나서부터는 왕래가 끊겼죠. 대부분 20대 초중반이라 한창 바쁠 때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죠.”
 
교육 철학에 대해선 ‘평생 돌봄 시스템’을 강조했다. 국가에서 운영·후원하는 쉼터의 경우 3~6개월 뒤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와 정반대다. 위기 청소년들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린 가족이다’는 점을 귀가 벗겨지도록 얘기하며 동생들을 항상 보살피라는 점을 많이 얘기해 준다고 한다.
 
“정부에서 후원하는 쉼터의 기간은 3~6개월밖에 되지 않아요. 적응하려고 할 때쯤 딴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죠. 단장님의 생각은 ‘왜 아이들을 또 버리느냐’는 것이에요. 정상적으로 케어될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지 적응할 만할 때 옮기면 낯설고 불편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는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만큼 자리 잡을 때까지 이곳에서 케어하고 있죠.”
 
전지영 국장은 현재 힘든 점으로 부족한 운영비를 들었다. 아무래도 현금성 후원을 받지 않아서 긍정의힘의 경제적인 상황은 녹록치 않다. 후원을 받아도 라면·쌀 정도 받는 수준이다. 없는 형편이긴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먹어도 같이 먹고 어려워도 같이 어려운 마인드로 단체를 10년간 지켜 왔다.
 
“사랑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그 힘으로 아이들이 나중에 잘되면 여기 후원자가 될 수 있잖아요. 말썽 피우던 아이들이 사회 진출을 하고 어린이날에 장난감을 들고 이곳을 방문하고 예전에 자신과 비슷한 애들에게 고기를 사 주면 얼마나 보기 좋은 광경이에요. 단장님이 단체를 운영하면서 왜 보람을 느꼈는지 알 것 같아요.”
 
끝으로 향후 계획을 물었다. 정 대표는 더 큰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은 대규모 인원을 받아들이기에는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외에도 야구 등 스포츠 교육을 진행해 자선학교와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는 한계점이 있어요. 받아들이는 인원 문제가 있죠. 시 지원을 받아 여기 말고 좀 더 큰 곳으로 가고 싶어요. 거기서 아이들한테 직접 야구를 가르쳐주고 싶죠. 서울예대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요청해서 뮤지컬 공연을 준비할 수도 있고요. 자선단체 또는 자선학교와 같은 곳으로 발전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현재는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발굴해야죠.”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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