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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예술산책

‘자기 앞의 생’의 기발한 작가 로맹 가리

가리 소설의 자양분이자 영혼의 안식처는 佛 니스

산책로·도서관 등 로맹 가리 이름을 기리는 도시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16 09:05:04

 
▲ 최인숙 문화칼럼니스트·정치학박사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수 없다는(...). 
 
‘모모’는 1970년대 말 한국에서 대 히트한 노래다. 모모는 프랑스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모하메드의 애칭으로 알제리계 14세 소년이다. 파리 20구 로자 아줌마네 집 7층에 산다. 로자 아줌마는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해 매춘부 생활을 했다. 그녀는 젊은 동료가 버린 모모를 사랑으로 돌본다. 죽을 병이 들었지만 병원 가길 거부하는 로자 아줌마. 그녀를 영리하고 예의 바른 모모가 간호한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사랑을 나누는 인간공동체의 훈훈함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자기 앞의 생’은 1975년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프랑스 아카데미는 에밀 아자르(Emile Ajar)를 호명했다. 하지만 작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흘째 되던 날 상을 받지 않겠다는 통보만 왔다. 주최 측은 “공쿠르상은 작가가 아닌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거절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공쿠르상을 거절한 에밀 아자르, 도대체 왜?
 
아자르는 작가들의 로망인 공쿠르상을 왜 거절했을까. 그는 사실 로맹 가리(Romain Gary)였다. 1956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가리. 한 번 타면 다시 탈 수 없다는 공쿠르상의 규칙 때문에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응모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프랑스 아카데미는 그에게 또 다시 공쿠르상을 수여한 셈이다. 궁지에 몰린 가리, 본인이 아자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면 분명 사회적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사촌동생 폴 파블로비치를 에밀 아자르로 분장시켜 대역을 하도록 했다.
 
기발한 발상과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작가 가리. 그는 만능이었다. 소설가·비행사·레지스탕스·외교관 심지어는 엽색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어디 그뿐인가. 드라마 작가·영화감독으로까지 활동의 폭을 넓혔다. 영화 촬영 중 당시 최고의 배우 진 세버그와 결혼해 세상을 또 한번 발칵 뒤집어 놓았다.
 
프랑스를 쥐락펴락했던 가리. 그는 사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방인이었다. 그가 러시아 소극단 배우였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프랑스 니스에 도착한 건 1927년. 그들은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을 피해 도망왔다. 
 
이들 모자는 셰익스피어 거리 메르몽 여관에 머물다 소나무숲 해안가 로크부륀 마을에 정착했다. 어머니 미나는 아들에게 프랑스 문화를 열심히 가르쳤다. 로맹은 해마다 열리는 니스의 카니발 축제를 무척 좋아했다. 욕망과 가난이 뒤섞였던 로맹의 니스, 그 모습은 작품 ‘새벽의 약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니스, 로맹 가리의 오아시스
 
▲ 니스의 ‘영국인 산책로’. [니스시청 홈페이지]
  
작품 ‘하얀 개’에서 그는 “나의 사랑하는 도시 니스는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라고 니스 찬가를 불렀다. 로맹은 이곳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그 후 파리로 떠났지만 니스를 잊지 못했다. 그는 ‘자기 앞의 생’에서 니스를 숲으로 둘러싸인 바닷가의 오아시스로 표현했다.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우정에 눈뜨고 사춘기를 겪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곳, 이곳이 바로 니스였다. 그래서일까. 지중해는 그의 최고의 친구였고, 죽으면 화장해 지중해에 뿌려 달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이런 로맹 가리를 니스 시도 사랑했다. 가리 산책로를 만들어 로맹 가리에게 헌정했고, 니스의 전통 도서관 이름을 로맹 가리로 바꿨다. 그리고 자유로운 프랑스의 영웅·외교관·사랑스런 인간·작가 등 최고의 이름들을 그에게 붙여 줬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자기 앞의 생’의 훈훈한 관계를 다시 한 번 재현한 것이다.
 
▲ 니스 해안길. [니스시청 홈페이지]
  
니스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주 찾은 영혼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영웅들이 사랑한 곳 니스는 프랑스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지중해 연안에 펼쳐져 일년 중 300일 넘게 햇빛이 반짝인다. 따뜻한 기온, 포물선으로 펼쳐진 니스의 해변은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하지만 이것이 니스의 전부는 아니다. 언덕을 굽이굽이 넘어 이어지는 영국인 산책로, 니스항의 심장부에 있는 파이옹 산책로에서 몽 알방까지 이어지는 42km 해안길, 거기서 만나는 지중해의 희귀한 군락지들, 서쪽 해안가에 늘어선 기암괴석들이 만드는 풍경, 19세기의 고전적 별장들, 코코비치의 경이로운 해안선.
 
니스에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올여름 바캉스를 떠날 수 있다면 니스를 선택하라. 그곳의 풍경 속에서 삶의 심미안을 눈뜨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경쟁에 찌들어 괴물이 되어 버린 우리, 지금이야말로 서로를 감싸는 따스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니스의 멋진 해안길을 걷다 바위에 걸터앉아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어 보기도 하고 날아가는 창공의 새들을 바라보라. 오아시스 속 환상가 모모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림이 느껴질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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