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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증권사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
“좋은 시절 다 갔다”… 유동성 위기에 흔들리는 증권사
주요 증권사 10곳, 올 3분기 영업이익 1.2조… 전년 比 52% ↓
증권사 유동성·신용 공여 ABCP 20조… 74% 연내 만기 도래
유동성 위기에 중소 증권사 구조조정 진행… “M&A 가능성 ↑”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3 00:07:00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0곳(자기자본 2조 원 이상)의 3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2275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5814억 원) 대비 52.45% 줄었다. ⓒ스카이데일리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 호황을 누렸던 증권가에 ‘경고등’이 커졌다. 증시 침체·금리 인상·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이다. 유동성 지원 방안에도 증권사의 ‘돈맥경화’는 여전하다. 차환해야 할 물량도 엄청나다. 이에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 증권사 없을 듯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 원 이상인 주요 증권사 10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22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2조5814억 원)와 비교해 52.5%나 줄어들었다.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8곳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감소 폭은 대신증권(-81.7%), NH투자증권(-76.6%), 한국투자증권(-76.1%) 등의 순으로 컸다.
 
주요 증권사들의 당기 순이익 합계도 2조3147억 원에서 1조3608억 원으로 41.2%나 감소했다. 사옥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3곳만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1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3%나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증권도 6210억 원에서 905억 원으로 85.4%나 급감했다. 미래에셋증권(-69.3%), 대신증권(-60.9%), 삼성증권(-54.0%) 등도 절반 이상 줄었다.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순이익을 기초·기말자본의 평균으로 나눈 값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저조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OE는 5.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ROE 15.3%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100억 원의 자기자본을 활용해 지난해 15억3000만 원의 이익을 거뒀다가 올해는 5억4000만 원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 등의 ROE도 반토막 났다.
 
이 같은 부진 속에서 올해는 어떤 증권사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이 영업이익 1조 원을 거뒀던 것을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75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분기에 25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000억 원 안팎에 불과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나마 메리츠증권이 3분기까지 영업이익 8234억 원을 거둬 ‘1조 클럽’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그나마 고사 직전인 중소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12월 결산법인인 자기자본 2조 원 미만 증권사 13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총 567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2387억 원) 대비 54.2%나 급감했다. 7곳(한화·유안타·DB·유진·이베스트·SK·한양)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고, 2곳(유화·상상인)은 적자로 전환했다. 13개 증권사의 누적 순이익은 총 4378억 원에 그쳤다. 어느 곳도 1년 전보다 순이익을 늘리지 못했다.
 
위기는 실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유동성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증권사들이 차환해야 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규모가 상당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PF ABCP 잔액은 총 35조6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11·12월 ABCP 만기 규모는 2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증권사가 매입약정·확약을 통해 유동성이나 신용을 공여한 규모는 20조 원인데 이 중 73.5%는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신뢰도가 저하되면서 PF ABCP 금리도 급격히 상승했다. 차환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9월 초 3~4% 안팎이던 PF ABCP 금리는 10월 중순부터 7~9%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은행이 신용보강한 채권과 증권사가 유동성 공여한 채권의 금리 차이도 9월 초 10bp(1bp=0.01%p) 내외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455bp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대비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PF ABCP와 양도성예금증서(CD), PF ABCP와 일반 기업어음(CP) 간 금리 차 확대 폭이 더 크다”며 “단기신용등급이 동일한 증권사 간에도 금리 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같이 감안하면 개별 기업(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선별적인 투자가 진행되며 가격이 분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각 증권사의 유동성 이슈, 향후 경기 둔화 등에 따른 부동산 PF 위주의 자산 부실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우려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위기설에 ‘개미’들 증시 이탈… 예탁금·CMA 급감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에 ‘개미’들마저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증권시장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평균 49조5523억 원으로 2년 3개월 만에 50조 원을 밑돌았다. 2020년 1월 20조 원대에서 올해 1월 70조 원 이상 치솟았던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주식 거래대금 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CMA 잔고는 16일 기준 62조1791억 원으로 1월3일(69억1867억 원)과 비교해 7조 원 이상 줄었다. 그 중에서도 환매조건부채권(PR)형 감소폭이 컸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던 9월 이후 두 달 새 빠져나간 금액만 3조 원에 달한다.
        
  
실적 부진, 유동성 위기 등에 마주치자 중소형 증권사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1일 법인·리서치본부를 폐지하고 연말까지 관련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본부에 소속된 임직원 30여명 중 일부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계약기간 종료 전까지 직원들을 유사 업무에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9월부터 연말까지 임원의 월 급여 중 20%의 지급을 유보하고 지원·영업 부문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하기로 했다. PF사업을 진행한 기업금융(IB) 부문의 감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올투자증권은 채권구조화팀 6명에 대해 계약만료 후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나머지 중소형 증권사들도 연말까지 비효율적인 부서를 정리하고 임직원과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돌고 있다.
 
증권업계는 조정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채무보증]) 규제에 미달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기준선(100%) 안팎에 위치한 곳은 △다올투자증권 97% △유진투자증권 100% △KB증권 101% △BNK투자증권 101% △대신증권 101% △교보증권 101% 등 6곳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보유 중인 채무보증을 모두 포함해 산정한 국내 증권사 합산 조정유동성비율은 106.8%로 안정적”이라면서도 “일부 중소형사들의 경우 규제 범위에 미달하며 평판 리스크 확대로 기발행 채무 차환 곤경, 유동성 리스크 전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단기자금시장 경색 및 유동성 동맥경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증권사들이 단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들은 신규 거래 증가에 발맞춰 꾸준히 인력 자원을 강화해왔지만 지금은 신규 거래가 얼어붙었으므로 판관(판매·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IB 부문을 비롯해 전사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판관비율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자본잠식에 이르는 증권사들의 경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잠재 매수자는 증권 자회사가 없는 금융지주사 또는 PE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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