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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공기업 임직원 ‘선 넘은 특혜’ (上-사내대출)
대출금리 7% 시대 ‘무색’… 0~2%로 규제 없이 ‘황제 대출’
공공기관 신규 주택자금 사내대출 4년 새 1300억 늘어
36개 공기업 중 30곳, 은행 주담대보다 낮은 금리 적용
정부, 개선 방침이나 임단협 필요 사항… 노사 갈등 우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4 00:07:01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각종 대출 금리가 치솟은 탓에 빚을 진 서민들의 이자 부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공기업은 임직원 사내 대출에 시중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자녀 학자금 지원, 장기근속자 안식휴가, 경조사·기념품비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으로서 서민의 고통 분담은커녕 임직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4개 공공기관 사내대출 프로그램 중 122개는 그해 4분기 금리 하한선(3.46%)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사진은 금리상단이 10%에 육박하는 대출 광고 현수막이 내걸린 한 시중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장혜원·윤승준 기자공기업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임직원 대상 주택구입 대출을 0~3%대 저금리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관은 해당 대출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지 않기도 했다. 생활안정자금의 이자율도 시중금리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사내대출 금리·한도를 조정하도록 한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복리후생 관련 개선 계획을 새롭게 내놨지만 사내대출 등 복리후생은 노사 합의사항인 만큼 일방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기업, 혁신 지침에도 주택자금 사내대출 늘려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공공기관 사내대출이 5년간 연평균 13.3% 늘어났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신규로 실행한 주택자금 사내대출 금액(임차 포함)은 △2017년 2065억 원 △2018년 2559억 원 △2019년 2748억 원 △2020년 3358억 원 △2021년 3349억 원 등이었다.
 
대출받은 공공기관 직원 수도 5년 새 3378명(2017년)에서 4437명(2021년)으로 1000명 이상 뛰었다. 직원 1명당 대출받은 주택자금 금액도 작년에만 7547만 원에 이르렀다. 2017년(6113만 원) 대비 15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자 작년(7467만 원)보다도 80만 원 많았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 개정안’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사내대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각 기관에 통보했다. 공공기관이 주택자금·생활안정자금을 직원에게 융자할 때 금리를 한국은행의 ‘은행가계대출금리’ 이상으로 하라는 게 핵심이다. 대출 한도는 주택자금 7000만 원, 생활안정자금 2000만 원으로 제한했다. 주택자금에 대해서는 LTV 규제를 적용하고 무주택자가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 실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은행에서 빌린 돈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 LTV 기준에 맞춰 한도 안에서 대출금을 내주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지침에도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초저금리 사내대출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4개 공공기관 사내대출 프로그램 중 122개는 그해 4분기 금리 하한선(3.46%)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7000만 원 이상을 대출해준 프로그램도 67개로 전체의 53.2%를 차지했다. 심지어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0%대 금리 사내대출 프로그램도 12개나 있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직원 1328명은 총 693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공기업의 상황이 심각했다.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36곳 중 주택자금 사내대출을 실행한 30곳의 대출금액(임차 제외, 일반정규직 기준)은 지난해 1357억 원에 달했다. 전년(1248억 원)과 비교해 1년 새 109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수혜인원은 총 1349명이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공기업 정규직 직원 한 명당 1억61만 원을 대출받은 셈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사내대출 금리도 상당히 낮았다. 주택자금 사내대출을 실행한 30곳 모두 작년 12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3.63%, 신규취급액 기준)보다 낮은 이자율로 공기업 정규직 직원들에게 대출을 내줬다. △0%대 2곳 △1%대 8곳 △2%대 10곳 △3%대 2곳 △코픽스 변동금리(1.69%) 5곳 △국민주택기금 대출 금리(2.20%) 1곳 △기타 2곳 등이었다.
 
사내대출 한도 금액이 상한선인 7000만 원을 넘은 곳도 수두룩했다. △7000만~1억 원 미만 4곳 △1억~2억 원 미만 19곳 △2억 원 이상 2곳 등이었다. 대출 소요재원도 사내근로복지기금(8곳)보다는 주로 예산·융자(22곳)를 통해 마련했다. 재무·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할 공기업들이 예산을 빼내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는 무주택 직원에게 3% 금리에 1억 원 한도 금액을 제공하는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LTV를 적용하지 않아 은행에서 추가 대출도 가능하다. 작년에만 401명에게 377억 원을 대출해줬다. 예산·융자를 통해 소요재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5조229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재직 1년 이상 무주택 직원이 집을 구입할 때 1.67% 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무주택 직원에게 1.5% 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돈을 빌려준다. 모두 LTV는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도 무주택 직원(근속 1년 이상)을 대상으로 LTV 없이 1.95% 금리로 7500만 원 한도인 주택구입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년 이상 재직한 1년 이상 무주택 직원에게 2.4% 금리로 9000만 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LH의 주택구입을 위한 사내대출 규모는 2017~2019년에 10억 원 미만이었다가 2020년 12억 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LH 직원들이 사내대출을 이용해 ‘영끌’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밖에 △한국수자원공사(금리 0.83~1.46%, 한도 1억2000만 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1%, 1억2000만 원) △한국남동발전(1.1%, 9000만 원) △한국가스공사(1.4%, 1억 원) △그랜드코리아레저(1.5%, 1억5000만 원) △한전KDN(1.55%, 1억5000만 원) △한국동서발전(1.55%, 1억 원) 등도 근속연수·무주택 조건을 충족한 직원에게 저리로 대출해줬다.
 
공기업, 1~3%대 금리로 수천만원 생활안정자금 대출
 
주택자금뿐만 아니라 생활안정자금도 상당했다. 공기업 36곳 중 26곳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줬다. 26곳의 생활안정자금 대출금액(정규직·계약직·비정규직 포함)은 지난해 총 2161억 원으로 전년(1853억 원)보다 16.6% 증가했다. 대출을 받은 공기업 직원 수도 8422명에 달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인당 2566만 원을 수령한 셈이다.
 
은행권 대출 상품보다 낮은 이자율이 문제로 지적된다. 26곳의 공기업 중 5곳이 0%대, 5곳이 1%대, 10곳이 2%대, 2곳이 3%대로 임직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줬다. 작년 12월 가계대출금리가 3.66%인 점을 고려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4곳만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 코픽스 금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등으로 금리를 설정해 대출을 실행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도 금액도 혁신 지침에서 정한 제한선(2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평균 3500만 원이었다. 5000만 원 이상 설정한 곳도 9개에 달했다. 대출 조건도 저소득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의 근속연수만 채우면 누구나(일부 공기업은 정규직 직원만 해당)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 은행의 신용대출과 다를 바 없는 대출인 셈이다.
 
일례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근속 1년 이상 재직 중인 직원에게 0.97% 금리로 5000만 원까지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3개월 넘은 직원에게 2.5% 금리로 5000만 원까지 빌려준다. 한전KPS는 모든 직원에게 0.5%로 3000만 원 한도로 대출을 실행한다.
 
이 같은 공기업의 사내대출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들 시각에서 ‘특혜 대출’ 또는 ‘황제 대출’로 비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내대출을 포함한 복리후생비를 개선하기로 했다. 전체 공공기관(350개) 중 복리후생 계획을 제출한 68개 기관을 제외하고 282개 기관(81%)이 사내대출 등 15개 항목(715건)의 개선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저금리 혜택, LTV 미적용 등 과도하게 운영한 임직원 대상 사내대출 제도를 국가공무원 지원 수준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공기업(36개)의 경우 혁신지침을 이미 준수하고 있거나 사내대출을 운영하지 않는 9개 기관을 제외한 27개 기관이 모두 사내대출 개선 계획을 제출했고 이 중 15개 기관은 연말까지 개선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고교 무상교육 시행에도 여전히 존재하던 자녀 학자금 지원 규정을 폐지한다. 영유아 무상보육 시행에도 기관의 자체적 제도 운영으로 중복 수혜의 성격을 가진 보육비 지원도 없앤다.
 
공공기관의 복리후생 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관들이 기재부에 개선 계획을 자체적으로 제출하긴 했지만 직원·노동조합의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리후생 제도는 대부분 노사 임금·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어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조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노사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의 적자를 정부가 메우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임직원의 과도한 대출 혜택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기업 내에 복지제도를 둬서 사내대출을 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특혜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은행에서 5% 이상 줘야 빌릴 수 있는 금액을 공기업 직원이 0~1%대로 대출을 받으면 그 차액을 공기업이 보전해야 하는데 공기업의 적자를 정부가 메우고 있지 않나. 국민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내 대출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국민에 부담을 주는 공기업의 지나친 대출 혜택은 문제라고 본다. 감사 지적 사항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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