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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기대감조차 실종된 정부의 미디어 정책
문 정권에서 훼손된 언론환경 정상화 시급
정치논리에 매몰돼 합리적 정책 논의 사라져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01 10:53:05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새 정부가 들어서고 어느덧 해를 넘겼지만 미디어 정책은 여전히 전 정권이 만들어 놓은 임기제 수렁에 빠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 정책을 주도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임기제의 함정에 빠져 정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유령 같은 기구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지난 정권에서 벌어졌던 각종 불법 행위들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단독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에서 미디어 정책은 완전히 뒤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다. 노동·교육·연금처럼 핵심 개혁과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론 개혁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더 시급한 정책과제라 할 수 있다. 미디어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패악이 바로 언론을 권력도구화 해 민주주의 근간을 붕괴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훼손된 언론 환경을 정상화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미디어 정책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법제처 등이 보고한 올해 국정과제에 미디어 분야의 중요한 정책들은 거의 다 들어 있다. 신규 미디어를 수용하기 위한 통합방송법 추진, 플랫폼 사업자의 공정경쟁 이슈들과 기사 배열 등에 있어 책임성·신뢰성 제고, 공영방송 관련 법제화 등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들이 언론의 주목도 거의 못 받고 있고,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마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같은 온라인 매체들을 방송 규제의 틀에 수용하는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는 이미 7·8년 전부터 제기된 단골 정책과제였지만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법적·현실적 이유들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고 사실상 불가능하리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지금의 정치 구도에서 무슨 정책을 내놓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17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가진 거대 야당을 설득하거나 합의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올 한 해 여야의 대립 구도가 더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심지어 내년 초에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앞두고 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언론 관련 정책을 제기하는 것은 어떤 정파에게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이다.
 
더구나 이미 야당은 공영방송 거버넌스 관련 법 개정 절차를 국회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당은 당연히 이것을 두고 공영방송 영구 장악 기도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절대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이 본 회의에서 법 개정안을 어렵지 않게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대통령 거부권 발동 등을 놓고 여야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더더구나 공영방송 관리·통제의 주무 부처 수장인 방송통신위원장 교체와 방통위원 개편도 하반기에 들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논란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영방송 관련 법 개정 정책은 자칫 정치적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국민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낮은 기대는 정책 자체 의 문제라기보다 정책을 추진하는 절차상의 어려움 때문이다. 미디어 정책이 아닌 미디어 정치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미디어 정책과 미디어 정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 논리가 지배하는 미디어 정책은 미디어를 국민이 아닌 정치인을 위한 도구로서 접근하게 된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정책이 완전히 실종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미디어를 정치적 이해득실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정치 논리에 매몰되어 합리적 정책 논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미디어들이 급증하면서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거대 글로벌 미디어들의 국내시장 압박 강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에 광고·홈쇼핑 수수료·재송신댓가 같은 기업 간 거래(B2B) 형태의 간접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자칫 연쇄 붕괴 가능성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미디어들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 OTT 선두주자로 자부해 왔던 넷플릭스는 성장 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커지는 경영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저가 요금제·계정공유 제한 같은 타개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와 캐나다의 포스트그룹 같은 대형 미디어들도 대폭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역시 이런 환경으로부터 결코 자유롭다 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실용적인 미디어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디어 정책에 대해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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