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에서 더 멀어진 민주당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시대 흐름에서 더 멀어진 민주당

20,30대의 주변국 인식 달라진 것에 무관심
조건반사적인 친북 친중 반일로 소멸 자초
‘대안 없는 반대’하는 친중·반미 고집 멈춰야

홍찬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15 11:20:55

일제의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해법이 발표되자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맹비난에 나섰다. 이들이 거침없이 ‘친일 정권’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 등의 격렬한 언사를 토해내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반일 정서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문제에서는 아무리 강하게 나가도 정당으로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아래 흐르는 시대 변화의 물결에는 무지한 모습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저렇게 조건반사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반일 정서만 해도 그렇다. 특히 20,30대들의 일본에 대한 반응은 나이 많은 세대들에게 혼란스러울 정도다. 가령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때 ‘노(NO) 재팬’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그들이 요즘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이 가운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국내에서 상영된 일본 영화 가운데 최고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노 재팬 운동’과 ‘일본 애니메이션 붐’ 가운데 어느 쪽이 그들의 ‘진심’인 걸까.

최근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열기도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이번 징용 배상 해법을 지지하는 여론(39.8%, KBS 한국리서치 3월7,8일 조사)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절반이 넘는 51.2%가 ‘잘한 결정’이라고 보았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는 이런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수출 규제 당시인 2020년 이 조사에서 상대국 지도자(아베 신조)에 대한 인상을 한국인들에게 물었더니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 바뀐 지난해 조사에서는 ‘나쁜 인상’이 21.8%로 크게 하락했다.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상당 부분 아베 총리에 대한 반감과 연결되어있음을 시사한다.

세대별로 볼 때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높았다. 10대의 호감도는 53.5%에 달했다. 반면에 나이가 많을수록 호감도는 낮아지고 60대 이상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나타나는 반일 정서는 대체로 중년 이상의 세대가 보이는 반응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근접한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는 일본에 대해 열등의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감정적 반일’보다는 ‘일본을 이기는 극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에 대해 20,30대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나이 많은 세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실리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여기서 관심 있는 것은 이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물밑의 변화가 민주당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것이다. 민주당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오랜 고정 관념의 틀에 갇혀 그 밖의 다른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민주당의 친북 친중 노선도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사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민주당의 불안한 앞날이 점쳐진다. 대북 사안 별 시급성을 묻는 설문에서 가장 높은 순위 1, 2위를 차지한 것은 ‘북한 비핵화’(82%)와 ‘북한 인권 개선’(76.2%) 문제였다. 둘 다 민주당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약점이다. 남북 관계에서 20,3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점도 분명하다. 기존 노선에 매몰될수록 민주당 앞에는 ‘시대착오’라는 손가락질 받을 일만 가득하다.

더구나 이번 징용 배상 문제는 ‘친일’이냐 ‘반일’이냐의 차원을 넘어서는 이슈다.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미국·일본 3개국이 결속해 안보와 경제 협력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입장이 여기서부터 갈리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한·미·일 협력 체제는 성립이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앞서 언급한 ‘한일 국민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72.4%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도 이런 민심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징용 배상 문제에서 민주당이 ‘대안 없는 반대’를 하면 할수록 한·미·일협력을 거부하고 친북·친중·반미 노선을 고집하는 이미지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 젊은 세대들이 한국 사회의 주축으로 올라서면 민주당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시간은 결코 민주당 편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런 당은 아니었다. 김대중 정권은 반대 여론이 훨씬 거셌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를 결단했다. 현재의 한류 전성시대는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그들은 미래를 보았고 꼭 필요한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반일·친북·친중 정서는 현 민주당의 주류인 586 운동권 사이에 특히 강하다. 결코 달라질 것 같지 않은 그들에게서 역사 깊은 정당의 ‘쓸쓸한 노을’을 본다.

홍찬식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