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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상정 표결을 하루 앞둔 22일 간호법안을 두고 간호사 측과 의사 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를 비롯한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본부) 소속 회원들이 간호법안 촉구하는 집회와 민심 대장정 발대식을 연 가운데, 국회의사당 앞에서 철야농성을 지속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칙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단식 투쟁으로 맞대응하며 결사반대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2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김영경 간협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은 의사들의 이익이나 현행 의료시스템을 침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 부모 돌봄, 지역 돌봄을 위한 것”이라며 “‘간호법과 존엄한 돌봄 활성화의 걸림돌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대한의사협회장에게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간협은 이날 국회에서 ‘민트엔젤 발대식’을 열고 간호법 관련 국민 여론 수렴과 홍보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민트 엔젤 대장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민트(min’T)천사 캠페인’은 ‘민심을 트고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사’를 지칭한다. 국회 본회의관 앞에서는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본부 소속 1300여 명의 회원들은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본부 소속 회원들 또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및 전국 시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통과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현행 의료법 등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인·의료행위의 범주에서 간호 또는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이관하여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안은 2021년 3월 국회에 처음 제출됐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8개월 넘게 계류됐었다. 이에 복지위는 지난달 9일 표결을 거쳐 법사위에 계류된 간호법안 등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법안에서는 초기의 간호사 업무 규정이 의료법에 들어 있는 ‘진료의 보조’ 대신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다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로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논란의 핵심은 간호법이 생기면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지휘 밖의 범위에서 독자적으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갈등의 지점이 일단 봉합된 것이다.
그럼에도 범 의료계는 간호법 내의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을 두고, 사실상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의 독자적 의료행위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장외투쟁까지 나선 상황이다.
장외 투쟁을 이끈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20일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된 철야농성 천막에서 단식 투쟁에 나서며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강행 처리한 야당을 규탄했다.
그는 20일 약식 기자회견에서 비대위 측 간호법 저지 계획에 대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통과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투쟁 로드맵을 짰다. 계속해서 국회의 상황을 모니터링 중에 있다”며 “23일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단식을 일시 중단 후, 전국 조직을 지휘해야 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다음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이 통과된다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상황이 악화할 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들과 함께 단식에 돌입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으며, 4월 초 대규모 항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체 파업으로의 첫발이 될 준파업적 성격의 전국평일집회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며 투쟁의 의지를 드높였다.
정재현 의협 비대위 대변인은 통화에서 간호법 제정 반대 이유에 대해 “간호법의 중심에는 ‘지역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지역사회에서의 돌봄노동으로 포장된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간호 업무는 포괄적으로 의료행위고 이는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는 의사의 지휘·감독하에서 이루어지게 되지만, 간호법이 제정 될 경우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사실상 일차 의료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며 “고령화 환자들의 경우에는 종합적인 의료지식을 통해 처치해야 환자의 회복력이 빠른데 간호사는 의사만큼의 진료 능력이 없어 치료 효과도 기대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지역사회에 간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간협 측의 주장에 대해 정 대변인은 “현재에도 수십만의 요양병원과 요양원 환자들이 현행 의료법 체계내에서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의사 수가 결코 부족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에 대해 그는 “만약 간호법이 시행돼서 피해사례가 발생하게 된다면 현행 간호법 내에서는 책임 주체를 묻는 게 불분명하여 법률 분쟁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협 측은 의협 비대위의 이같은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간협은 의협과 범의료계의 주장 대부분은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이며, 법 제정의 본질은 고령화 사회에 간호 돌봄 서비스를 전문인력인 간호사가 주도로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간협 관계자는 서면 인터뷰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될 경우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보조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한다거나 단독개원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한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확보를 통해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호법 통과 이후 지역 돌봄 케어 서비스 전망에 대해 관계자는 “초고령사회의 도래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 구조 변화로 간호와 돌봄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간병 문제의 해결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인력의 확충과 간호정책의 시행의 근거가 되는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된 간호조무사의 ‘학력제한’과 간호사의 지시 및 감독에 대한 간호법 조항에 대해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의 간호사의 업무에 간호조무사의 업무에 대한 지도가 이미 명시되어 있고 그대로 간호법에 가져온 것”이라며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 보조인력이기 때문에 당연히 규정되는 것이고 그 목적은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학력제한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이 부여되는 양성기관을 명시한 것일 뿐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제한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에도 간호대학에는 수천 명의 간호조무사 자격 소지자가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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