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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을 대폭 축소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즉 ‘검수완박법’ 통과에 대해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달 23일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을 소수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가결되게 한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의 행위는 야당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의견이 5대 4로 다수였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의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까지 무효는 아니라는 의견이 5대 4로 우세했다.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도 야당 국회의원의 권한 침해나 무효가 아니라는 의견이 5대 4로 우세했다. 이로써 ‘검수완박법’ 위헌성 시비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지나치게 형식 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과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2012년의 국회법 개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최초로 인정했던 헌법재판소 결정은 1997년에 있었다. 김영삼정부 시절이던 1996년 12월26일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야당에게 회의 일시조차 통보하지 않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노동관계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했지만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의 무효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안 선포가 무효가 되려면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제49조)와 회의공개 원칙(제50조)을 ‘명백히’ 위반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3인의 재판관만 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과반수에 미달했던 것이다.
그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에서도 국회의원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인정되었다. 그러나 헌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은 없다고 해서 역시 법률안 선포의 무효는 인정되지 못했다. 이번 검수완박법 사건의 다수의견도 법률안 선포행위까지 무효로 보진 않았다.
일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더라도 다수결로 법안이 통과된 법을 무효로 하려면 명백한 헌법 위반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 다수 견해에는 공감할 수 있다. 절차 위반의 경중을 안 가리고 법안을 전부 무효로 하면 국회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검수완박법 사안에서 권한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4인 재판관(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은 헌법 다수결 원리를 구체화한 국회법을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장 큰 쟁점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된 민형배 의원을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수 교섭단체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이었다. 당시 법사위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었기에 그를 배제시키려고 취한 떳떳치 못한 행태였다. 그러나 위 4인 재판관은 조정위원회 구성 직전에 탈당한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국회법에 없다는 아주 단순한 해석으로 국회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법을 그렇게 문자대로 해석하는 것은 안건조정위원회 도입의 취지를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18대 국회는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간의 의석수가 거의 2대 1의 비율로 크게 벌어졌었다. 그래서 수적으로 한참 열세인 야당이 여당의 입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동물국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리적 충돌이 심각했고 자주 입법 교착에 빠졌다.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회의장에 의한 직권상정이 남발됐고 그로 인해 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그래서 소수당의 의사저지 수단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대신에 소수당도 물리적 저지를 포기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이 2012년 5월에 이뤄졌었다. 이를 ‘국회선진화법’으로 부르는데 당시 거대 여당의 자발적인 권력 행사 자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이유에는 ‘물리적 충돌 방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심의’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 보장’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때 도입된 제도 중에 하나가 바로 위원회 안건조정제도이다. 위원회에서 안건에 대한 이견 조정이 필요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다수당 의원과 그 밖의 의원이 동수로 선임되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원칙적으로 90일간 심의해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3분의 1의 요구만 있으면 과반수 의석을 가진 당도 3분의 2가 될 때까지 소수파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 힘을 절제하고 소수를 존중하는 정말 선진적인 제도다. 헌법상 다수결 원칙이 기계적으로 다수를 고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내용도 헌법에 부합되어야 하고 다수결에 이르는 과정도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의 다수의견은 다수당이 자행한 소수 의견 묵살을 너무 쉽게 합법으로 평가해 버린 것이 아닌가? 국회선진화법의 가장 큰 혜택을 입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어 보여준 이율배반에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가? 법기술자적 판단이 이런 것이 아닌가라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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