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두뇌를 몸 속 장기들이 걱정하는 걸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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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통한 내부감각기관과의 소통이 시급한 이유
위장의 신음·신장의 신음·폐의 신음을 듣게 된다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4-07 10:38:51

배가 고플 때 당신의 의식은 어디에 가 있을까. 허기를 호소하는 위장에 가 있을 것이다. 몸이 꼬일 만큼 소변이 급하면 당신의 의식은? 바늘로 찔러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광에 가 있다. 급한 경사지를 오르고 나면 당신의 의식은 어디를 주목할까. 헐떡거리는 호흡기와 격렬하게 펄떡이는 심장을 향해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당신의 의식이 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내부감각기관(interoception)이다. 한마디로 당신의 몸 안에 있는 주요 장기들이다.

뇌과학의 발전과 함께 비중 있게 거론되는 명상의 대상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내부감각기관이다. 내부감각기관은 일반적인 여섯 가지 감각기관에 하나를 더한 기관으로 학자에 따라서 ‘7번째 감각기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당신의 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배고픔이나 대소변·거친 운동 같은 사건이 없으면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내장 기관의 총합이 소위 ‘내부감각기관’이다.

당신은 평소에 몸의 내부 감각을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을 터이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감촉하고, 의식으로 판단하는 일만으로도 당신의 감각 기관은 과로 상태일지도 모른다. ‘의식’을 제외한 5가지 감각 기관은 대체로 당신의 몸 바깥 쪽에 위치한다. 호흡만이 규칙적으로 몸의 안팎을 들랑거린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없는 것처럼. 당신의 숨은 그렇게,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우리는 여섯 기관 중에 어느 하나라도 불량해지면 당장에 불편을 느낀다. 귀의 기능이 30%만 떨어져도 도로에서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보는 일·냄새 맡는 일·맛보는 일·판단하는 일 중 어느 것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명상의 대상’도 여기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즉, 어떤 풍경이나 사람을 보면서 그것을 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싱잉볼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을 듣고 있는 자신의 평화로운 마음을 알아차리는 식이다. 자신의 여섯 기관과 접촉하는 외부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명상 수행을 잘한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이 고착되면 명상의 대상으로서 막상 ‘자신의 몸’이 소외되는 결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

내부감각기관은 한 마디로 당신 몸의 내부다. 허파⋅심장⋅간장⋅췌장⋅신장⋅방광⋅위장⋅소장⋅대장 등을 일컫는다.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이와 같은 내부 장기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지고 있다. 장기들이 뇌의 작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곧, 각종 심리적인 상태와도 다양하게 연계돼 있음을 시사한다.

‘뇌를 보호하는 창자 건강생활’ 등을 쓴 정영철 박사에 의하면 장내 박테리아는 ‘우울증’ ‘불안’ ‘ADHD’ 등 정신 건강과도 연관이 크다고 밝힌다. ‘창자의 무서운 힘’을 쓴 김민선 박사 또한 뇌라는 인식 기관과 창자 내 환경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 준다. 척추와 뇌의 관계, 심장과 뇌·근육과 뇌 등의 연관성은 또 어떤가. 명상 생활에서 내부감각기관에 대한 관찰과 알아차림의 필요성은 곧 심신의 건강과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뇌과학에서 밝힌 ‘내부감각기관’을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우리의 무의식과 내부감각기관의 연관 관계 때문이다. 물 위에 뜬 얼음처럼 10%의 의식과 90%의 무의식으로 살아가는 당신은 어쩌면 이 시간 직후에 어떤 행동·어떤 말을 하게 될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지금 이후 당신이 어떤 환경에 노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령,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당신 쪽을 향해 달려온다면? ‘차가 오는구나, 옆으로 2미터 정도 피하면 되겠군’하고 계산하면서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그 몸짓이 당신의 무의식이다.

당신의 몸 안에 분명히 존재할 심장·간장·신장·방광 등은 당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의 특징은 협업이다. 자신의 몸에 들어온 어떤 물질에 대해 순환기·생식기·소화기·내분비기·중추신경기 등이 함께 작동하면서 뇌에게 그 상태를 알린다.

명상에서 호흡 관찰은 이처럼 내 몸이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부감각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다. 종교와 전통을 떠나 모든 명상과 운동·춤·대화의 근본에는 ‘호흡 관찰’이 있다.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 것. 거칠면 거친대로 관찰하면서 수용하고, 고요하면 고요한 대로,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온 몸이 느껴지면 온 몸을 느끼면서 관찰하고 수용한다.

누구나 내 몸의 ‘내부감각기관’을 방치해 둔 것은 아니다. 관심은 있었으되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지 모른다. 좋다, 그런 변명이 곧 희망이다. 당신은 오늘 자신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몸의 내부감각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호흡이 고요해지는 만큼 의식도 고요해지다 보면 당신은 어느덧 위장의 신음·신장의 신음·폐의 신음을 듣게 될 것이다. _()_

김성수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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