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후폭풍… 자본시장 신뢰 붕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 SG증권發 주가 폭락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1 00:02:30

주식시장에서 일부 종목에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일 화제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사에서 이상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8개 종목이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개 종목의 주가에서 사라진 시가총액만 8조2000억 원이 넘는다. 단순 하락이 아니라 주가조작 정황이 나오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향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당국의 감시시스템 강화와 책임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코스피와 코스닥 8개 종목(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에서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24일부터 나흘간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시작됐다.

한국거래소가 2020년 1월2일부터 최근까지 8개 종목의 최저가와 최고가를 분석한 결과, 대성홀딩스는 2020년 2월24일 7550원에서 올해 3월30일 13만9000원으로 1041.06% 급등했다. 최고가 기준으로 선광은 최저가 대비 1625.18%까지 뛰었고, 다우데이타는 1220.53% 상승률을 기록했다.

3년 내 최저가 대비 상승률을 보면 △삼천리 863.24% △서울가스 757.14% △세방 745.05% △다올투자증권 498.67% △하림지주 404.84% 등이다.

주가를 조작한 세력들이 이 종목을 타겟으로 한 이유는 유통주식 비율이 50% 이하라는 점이다. 유통주식 비율이 50% 이하이면 주식매매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주가가 한번 뛰기 시작하면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가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작전 세력들은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대리 투자를 통해 내부 관계자들끼리 사고파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유통 물량이 적은 주가를 조금씩 올리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

또 이들은 빚을 내서 투자액의 2.5배까지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고,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누가 투자했는지 쉽게 노출되지 않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활용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CFD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주에 10만 원짜리 주식의 증거금률을 50%로 가정하면, 일반 주주들은 이 주식 1주를 10만 원에 사야 하지만 CFD로는 증거금 5만 원으로 1주에 대한 권리를 얻는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수사에 나섰다. 주가조작 세력으로 추정되는 인물 10명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이번 사태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클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의 건전성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작전 세력에 휘들리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또한 흔들리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2016년도에 금융당국이 자기 자본의 최대 10배까지 차입투자가 가능한 고위험 파생상품인 CFD 판매를 허용했다. 이제 이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 보완과 재발 방지책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주가조작의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