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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골드라인 혼잡률 문제가 커지던 지난달,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과거 지하철을 이용해 통학한 경험도 있고 출·퇴근 한 경험도 있어 취재가 어렵지 않으리라 자신했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다음 날 출근 시간대에 김포로 가서 김포골드라인을 탈 거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걱정했다. 요즘 뉴스 보니까 매일 난리던데 괜찮겠냐며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가족에게 말했다.
“에이 걱정마세요, 이래 봬도 만원 지하철 통학도 해 봤고 지금도 매일 출·퇴근 하고 있는데….”
지난달 19일, 이른 아침 도착한 김포공항역에는 예상과 달리 사람이 적었다. 걱정됐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 오늘 취재는 물 건너 간 건가.
김포공항역에서 걸포북변역 방향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반대편 김포공항 방향 전철을 연신 살폈다. 걸포북변역에서는 승강장 앞에서 승차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안전 요원이 굳이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승객이 많지 않았다.
김포골드라인 문제에 대해 묻자 걸포북변역에 있던 안전요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여기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풍무역·고촌역으로 가 보시면 알 거예요. 심지어 사람 안 몰리게 그 이전 역들에서는 승객을 태우지 말아 달라는 민원까지 있을 정도예요.”
10여 분 뒤 걸포북변역에서 전철을 탔다. 그곳에서 안전요원의 말을 온몸으로 느꼈다. 발 디딜 틈이 없어 까치발로 몸을 지탱해야 했다.
사우역·풍무역에서는 이미 발 디딜 틈도 없는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는데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5~10명이 더 타는 기적 같은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간신히 둘러본 사람들의 얼굴에선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허한 눈빛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창문을 멍하니 응시하며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계획은 고촌역에서 내리는 거였지만 불가능해 보였다. 눈이 마주친 키 큰 어르신께 물었다.
“매일 이런가요. 저 내릴 수 있을까요.”
어르신은 ‘고수의 여유’를 보이며 눈웃음을 쳤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못 내린다.”
어르신은 내리는 사람이 있다고 소리치며 기자의 등을 떠밀어 줬다. 마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양에서 파도에 떠밀리는 작은 돛단배가 된 기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포공항역에 도착 후 의자부터 찾았다.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옆에 앉았다. 물을 마시는 아주머니에게 김포골드라인이 어떤지 물어봤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쪽으로 넘어왔는데 자식들한테 미안한 거예요. 괜히 이쪽으로 오자고 해서 매일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눈치 보여요.”
이어지는 9호선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지점에서는 김포골드라인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마곡나루역에서는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찬 전철 안으로 열댓 명의 사람이 밀고 들어왔다.
도저히 여의도역까지 갈 자신이 없어 당산역에서 내렸다. 기존에 기자가 경험한 통학과 출·퇴근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김포골드라인에는 매일 일상을 견디기 위해 지옥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서는 모두를 위해 당국의 신속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가뜩이나 발걸음 무거운 출근길에 환경이라도 쾌적하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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