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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를 뵈옵습니다!”
민영환과 윤치호가 함께 고종을 알현했다. 베베르 공사도 함께 한 자리였다.
“어서들 오게. 막중한 임무를 맡아 준 경들에게 고맙기 그지없네!”
고종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두 사람 모두 조정의 젊고 빼어난 인재들이다. 곧바로 엄 상궁이 물품을 가지고 들었고 고종은 두 사람에게 궁정 예복으로 사용할 비단 옷감과 여비를 하사했다.
“전하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민영환과 윤치호가 머리를 조아렸다. 민영환은 아담한 체구에 전통 복장을 갖추었다.
“민공이 나랏일을 보는 동안 전의에게 일러 모친을 각별히 돌보도록 하였으니 마음을 놓으시오. 윤공은 아버지를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작별을 하는구료.”
평소 자상한 고종은 두 사람의 가정사도 돌아보았다.
“전하, 나라의 일을 함에 어찌 사사로운 정이 있겠나이까!”
갸름한 얼굴에 안경을 쓴 윤치호가 답했다.
“잠시 나를 따르게. 보여줄 것이 있으니.”
고종의 명에 따라 그들은 옆방으로 옮겼다. 그 곳에는 니꼴라이 2세 대관식에 보낼 조선 정부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전하께서 준비하신 선물입니다.”
베베르가 소개했다. 고종은 황제 대관식이 열릴 것을 염두에 두고 장인들에게 하명하여 세심하게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전하, 이 이층 농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민영환이 감탄했다. 아담한 나전이층 농은 단아하게 흑칠로만 마감되어 있었다.
“하단을 보게,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을 넣었으니.”
고종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해와 달, 산과 물, 대나무와 소나무, 거북과 학, 사슴과 불로초가 아닙니까! 황제께서 기뻐하실 물건입니다. 두 분은 십장생의 의미를 꼭 황제께 알려 드리세요.”
베베르가 다짐했다.
“베베르 공사는 어찌 조선의 풍속을 이리 잘 아십니까?”
고종이 감탄했다. 베베르는 평소 조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산 속의 사찰도 방문했었다. 흑칠나전이층 농 옆에는 백동향로가 우아한 기품을 뽐내고 있다.
“전하, 뜻이 참 좋습니다. ‘향연(香煙)’과 ‘진수영보(眞壽永寶)’가 새겨져 있사옵니다.”
윤치호가 새겨진 한자를 읽었다.
“그렇지. ‘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라는 문구와 ‘진리와 장수는 영원한 보물’ 이라‘는 말을 넣었지.”
고종이 설명했다. 흑칠나전이층 농 곁에서 은은히 빛나는 백동향로는 서로 다른 듯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리 와 보시지요, 여기에 재미있는 그림도 있답니다.”
배배르가 두 사람을 인도했다. 높이 174 센티미터에 이르는 그림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이태백의 모습, 말을 탄 노자의 광경이 그려져 있었다.
“전하, 이 그림들은 장승업이 그린 것이옵니까?”
민영환이 감탄했다. 각각의 그림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 이라는 국호가 붙어 있었다.
“노령인 장 공이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해 완성한 작품들이야.”
그들은 다른 선물들도 둘러보고 방을 나왔다.
고종의 집무실로 들어서자 강 내관이 들었다. 고종은 강 내관으로부터 물품을 건네받아 민영환에게 주었다. 사절단이 사용할 국기 3장, 인장 1개, 도장 1개 였다. 민영환이 고종께 큰 절을 하고 조아려 받았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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