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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인터뷰] 배연국 소확행 아카데미 원장
“커다란 인생 따윈 없다…소확행만 있을 뿐”
아침편지 3000여 편… 500만 명에 잔잔한 감동 선물
30여 년 기자로 사회에 ‘말빚’… 행복전도사로 전업
“진정한 행복은 남이 아닌 자신의 존재가치 깨달음”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23 14:00:00
▲ 배연국 원장은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로 행복의 기준이 타인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선 내가 남보다 얼마나 더 가졌느냐를 비교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넓은 바다를 채우고 있는 건 작은 물방울이에요. 만약 바위만 한 큰 물방울로만 채우려 했다면 바다는 거의 텅 비어 있었겠죠. 작은 물방울로 채우고 또 채우니까 큰 바다도 가득 차게 됩니다. 이게 소확행(小確幸)의 행복 비결이에요.”
 
‘소확행’이라는 낯선 낱말이 언제부턴가 우리 귓가를 파고들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약칭으로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온 말이다.
 
국내에선 언론인 출신 배연국 원장(64)2018년 소확행’(글로세움)을 출간하면서 어려운 이 용어가 대중화됐다.
 
하루키는 소확행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를 풍기는 새로 산 하얀 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정의했다.
 
배 원장도 사람들이 너무 거창하고 화려한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지금 내 손에 있는 것에 만족한다면 행복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 제가 소확행 책을 냈더니 어떤 후배가 ‘선배님, 기왕에 하려면 대확행을 하지 쩨쩨하게 왜 소확행하세요?’라고 하더군요(웃음). ‘이 친구야 커다란 인생 따윈 없어. 단지 작은 행복만 있을 뿐이야’라고 답했죠.”
 
2015년부터 매일 아침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이라는 온라인 행복편지로 많은 사람에게 일상 속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던 그는 2021년 10월 30여 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퇴직한 후 운명처럼 다가온 ‘행복 에너지 전도사’라는 소명을 받들고 제2의 인생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다음 달 소확행 3기 출범식을 앞두고 1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소확행 아카데미에서 열정적이면서도 담백한 모습의 배연국 원장을 만났다.
 
배연국의 소확행이란
 
▲ 배연국 원장은 자신의 인생 문장으로 ‘이만하면 다행이다’라는 말을 꼽았다. ‘어떤 일이 생겨도 다행으로 여기는 절대 긍정’의 태도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배 원장은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청구고·경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공채 2기로 입사해 32년간 기자로 일하면서 사회부장·경제부장·논설위원·수석논설위원·논설실장을 거쳤다. 그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소확행’ ‘소소하지만 단단하게’ ‘사랑의 온도’ ‘거인의 어깨를 빌려라’ 등이 있다. 현재는 소확행 아카데미를 열어 삶과 행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소확행 아카데미는 6개월 과정으로 총 12강으로 이뤄진 강좌로 구성됐다.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급 인사들(대학 총장·석좌교수·대기업 및 중견기업 회장·경제단체회장·전 금융감독원장·전 은행장·전 헌법재판관·예비역 중장 등)이 참석해 어느덧 1, 2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소확행은 나를 재발견하는 일에서 출발해요. 내가 내 삶의 주인공임을 깨달을 때 외부환경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요. 일상의 소소한 환경에서 행복을 발견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배 원장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기쁨을 주는 뭔가가 나에게 제공되어야 하고 내가 그것을 흐뭇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외부에서 어떠한 기쁨도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혼자 웃고 다니면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는 소리를 듣겠죠. 또 아무리 좋은 소식일지라도 당사자인 내가 그것을 기쁘게 여기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 거예요.”
 
배 원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외부의 좋은 자극에만 치중하다 보니 욕망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며 이제부터라도 욕망에 치우친 삶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행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놀라운 것들을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고, 피라미드와 피사의 사탑을 보고 감탄하죠. 그런 거대한 유적들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그보다 우리 주변의 파란 하늘과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을 보고 감탄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왜냐하면 피사의 사탑과 같은 유적은 평생 몇 번밖에 볼 수 없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면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기에 행복의 총량을 늘리려면 반드시 소확행을 추구해야 합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
 
▲ 배연국 원장은 회사를 퇴직한 후 ‘인생이 짧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욕심을 버리고 소확행 아카데미에 집중하며 사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털어놨다. 어느덧 1, 2기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우리 주변에 아직도 소확행이라는 삶의 방식을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소확행만큼 큰 꿈이 없어요.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고 소확행은 그것을 이루는 방편이니까요. 소확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가 아닙니다. 내 주변에서 기쁨의 소재들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기쁨을 얻는 적극적인 행동이에요.”
 
‘1일 1권 독서’를 실천하여 2020년 독서 1만 권을 돌파했다는 그는 자신의 소확행으로 꽃과 나무·물방울·파란 하늘을 관찰하며 걷는 산책을 꼽았다. “검색보다 사색을 즐기며 꽃과 나무·물방울·파란 하늘을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그가 촬영한 사진에는 이러한 풍경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9년째 아침 행복편지를 써서 블로그·페이스북·이메일 등을 통해 사회 각계 리더와 일반인들에게 전하고 있는 일도 그가 즐기는 소확행의 일부다.
 
“기자로서 ‘말빚’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좋은 글로 행복편지를 써서 제가 뿌린 말빚을 갚아 나가고 싶었죠.”
 
지금까지 3000여 건의 아침 편지를 게재했으며,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편지를 받았다. 행복편지에 넣을 이미지를 위해 사진 촬영도 스마트폰으로 직접 했다.
 
그가 갑자기 스마트폰을 열어 기자에게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 줬다. 한 장 한 장 구도를 잡고 정성껏 찍은 이미지들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진 사진이었다. 주변 사물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사진으로 담기를 좋아해 그동안 촬영한 일상의 소소한 풍경 사진이 10만 장이 넘는다고 했다. 그가 써 온 행복편지들이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누리려면 ‘확실하게’ 눈을 떠야 하죠. 소확행을 하려면 예술가처럼 평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심미안을 가져야 하고, 철학자처럼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유의 눈을 지녀야 해요.”
 
그는 소확행의 본질은 나와 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소확행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아는 게 부족하거나 방법을 몰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변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생각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에요. 자기 마음속에 가득한 묵은 생각을 비우지 못하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수 없죠. 비우지 않고는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해요. 변화와 개선은 딱 비우는 그만큼만 가능하거든요. 소확행의 가장 큰 적은 자기 것을 비우지 못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목통의 법칙’을 믿는다. 목통의 법칙은 그의 인생론이다. 인생이란 여러 장의 목판을 잇대어 만든 목통이라는 것이다. 목통에 담긴 물의 양은 길이가 가장 긴 목판이 아니라 가장 짧은 것에 의해 결정된다고 그는 말한다. 왜냐면 목통에 물을 계속 채울 경우 가장 짧은 목판 쪽으로 물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행복을 구성하는 목판으로는 돈·직업·건강·명예·사랑·권력 등을 떠올릴 수 있어요. 인생의 행복을 늘리려면 자신에게 가장 짧은 목판이 무엇인지 찾아서 보완해야죠. 만약 돈이나 권력의 목판이 길더라도 건강이란 목판이 짧다면 그쪽으로 행복이 줄줄 샐 수밖에 없어요. 억만금을 가진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 않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죠.”
 
그는 30일 아카데미 정규 과정과는 별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수강 모집 이틀 만에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 9년간 아침 행복편지로 사람들과 꾸준히 소확행 에너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리라.
 
“서울 강남에서 처음 개최하는 강연이에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데 그 소중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4가지 원칙을 이야기해요. 앞으로 일반인 대상으로 더 자주 공개 강연의 기회를 가질 계획이에요.”
 
배연국 원장 프로필 △1960년 대구 출생 △1983년 경북대 법대 졸업 △2006년 세계일보 사회부장 △2008년 세계일보 경제부장 △2016년 세계일보 논설실장 △국가발전정책연구원 자문위원장(현)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문학상 운영위원장(현)
 
저서 △거인의 어깨를 빌려라(2016년 지상사) △사랑의 온도(2017년 글로세움) △소확행(2018년 글로세움) △소소하지만 단단하게(2020년 글로세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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